내 고장 수원특례시 최 건 차
수원은 역사와 문화 등 여러 면에서 서울의 축소판이다. 나는 부산과 서울에서 사는 동안 열차로 수원은 역에 잠 간 섰다가 지나가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나서 목사가 되어 수원 북쪽의 외딴곳을 찾아 전원목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경부선의 동쪽 방향 안쪽으로 둔덕같이 낮은 산 아래 논밭에 둘러싸여 있는 곳이었다. 구멍가게도 없고, 수도가 없어 샘물과 수원의 북한산 격인 광교산에서 발원한 서호천이 마을 앞으로 흐르고 있어 ‘샘내마을’ 행정상으로는 천천동泉川洞이라 했다.
샘내마을에서 나는 토박이 못지않게 40년을 넘게 살고 있다. 그동안 한해旱害나 수해水害를 겪지 않고 살면서 1990년대 들어 마을이 아파트와 주택지로 개발되어 더 살기 좋게 되었다. 특히 88서울올림픽 때는 푸세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꾸는 문제가 전국적으로 가장 큰 이슈였다. 그때 수원시 심재덕 시장은 화장실이 문화의 척도라며 전국에 본이 되고, 서울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자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렇게 한 결과 수원시가 화장실 개선의 선두로서 모범이 되었고, 서울올림픽은 화장실과 모든 인프라 면에서 크게 호평을 받고 성공적으로 치릴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심 시장은 세계화장실협의회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직을 잘 수행하였다. 지금 우리의 자랑스러운 ‘수원특례시’는 그때 우리나라 위상을 한껏 높이는데 일조하였을 뿐 아니라, 세계화장실 문화를 선도하는 성지로 자리매김하였다. 대한민국은 하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부터 선진국들과 견줄만한 행사들이 계속됐다. 세계육상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하고, 한.일韓日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을 때 수원에도 월드컵 경기장이 세워져 한 몫을 해냈다. 이후 몇몇 선진국들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동계올림픽을 평창에서 화려하게 치러내므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을 때면 모두가 교통, 먹거리, 치안이며 공공시설의 무료화장실에서 크게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그들은 지방을 여행하면서 고속버스 휴게소에 들렸다가 다양한 시설에 감탄을 자아내고, 맛있는 먹거리에 홀렸다가 정신을 차려 여러 가지 일용품이며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화장실을 그냥 사용하면서 놀라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의 화장실을 벤치마킹 하려고 찾아들고 있다. 그들은 지방 곳곳을 찾아다니며 한국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을 섭렵하다가 등산객들을 위해 산간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면서 또 놀란다. 화장지는 물론 수도꼭지를 틀어 냉수와 온수를 넉넉하게 사용할 수가 있어 한류 열풍이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게 한다.
우리나라 전국의 변소들이 수세식 화장실로 바뀐 것은 역사적인 대변혁이었다. 콧대 높은 프랑스가 2024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교통과 화장실 문제로 비상이 걸렸을 때였다. 파리시 당국자들과 주요 언론사들이 수원시를 찾아 화장실 인프라를 배워가면서 ‘잘되어야 하는 데’라고 걱정이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프랑스와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처럼 공중화장실이 많지 않고 돈을 주고서도 불편했던 게 새삼 떠올려진다. 소변과 대변이 마구 섞인 푸세식 변소에서 일을 보던 시절, 밑에서 튀어 오르는 것과 ㄸㅇ 퍼요.라며 인분차가 다녔던 것이 옛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나는 클래식 영화의 마니아다. 또 산행을 즐기는 등산가이기도 하며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는 영화는 우리나라 고전문화영화의 최고 작품인데, 수원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이어서 살가움이 더 느껴진다. 이에 그 흔적을 찾아보려고 서울의 남산같고 수원의 푸른심장처럼 시가지 중심에 우뚝 솟아있는 팔달산에 올라 사방을 살펴보았다. 정조대왕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지지대 고개를 넘어 다녔던 광경이며, 1961년 가을 수원에서 그 영화가 만들어졌던 장면들이 그려진다.
정조대왕이 성묘를 다니면서 수행원들과 머물렀던 행궁 아래쪽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촬영했다는 집이 있다고 들었다. 팔달산에서 남문쪽으로 내려오자니 수원이 낳은 국민작곡가 홍난파와 봉선화의 기념비가 있어 살펴보고 더 내려와 그 촬영지를 찾았다. 영화에서 본 기와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담장에 <1961년 김진규 최은희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촬영한 집>이라는 아크릴 간판이 최은희 모습과 함께 걸려있다. 그 집 여주인이 준비한 차를 마시는데, 그의 아들이 영화 촬영 때 최은희의 딸로 나왔던 전영선이와 동갑이어서 늘 같이 놀며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방향을 바꾼다. 나는 1950년대 부산에서 살던 중학생 때부터 야구를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부산 프로야구 롯데의 열혈팬인데, 수원에도 프로야구단이 생겼다. 나는 수원의 KT프로 야구단의 출범을 누구보다 환영하고 기뻐하면서 유치할 당시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모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지켜보았다. 영토의 포괄적 면에서 경기도 내에 있는 서울의 LG, 두산, 키움 그리고 인천의 SSGT가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의 축소판이며, 인천보다 작은 수원시가 프로야구단을 창설하고 전용구장을 갖는 것은 상당한 수원의 저력이다.
프로야구는 그 지역의 넉넉한 재정 능력과 그곳의 대표적인 기업이 있지 않고서는 창단이 쉽지 않다. 어찌 됐든 수원은 용인, 화성, 오산, 안산, 군포와 의왕시에 둘러싸여 있는 전형적인 고전도시古典都市다. 프로야구단과 전용구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엄청난 역사로 수원시민들의 자존심을 한껏 높이고 있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에는 프로축구단과 프로배구단은 있어도 프로야구단이 없다. 프로야구를 잘하고 있는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경제 강국들이다. 그 1번은 당연히 미국이고 2번은 일본 3번은 한국인데, 우리의 프로야구를 밴치마킹하여 간 대만도 대단하다. 우리 수원에는 북문과 남문, 팔달산과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 잘 보존되고 있고, 외곽에 융건릉이 있어 역사와 문화적으로 매우 자랑스러운 고장이기도 하다. 202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