卽事 즉석에서 시를 짓다
韓龍雲(대한제국의 시인)
一庵何寂寞(일암하적막) 달랑 암자 하나 어찌나 적막한지
塊坐依欄干(괴좌의난간) 난간에 의지해 웅크리고 앉았다
枯葉作聲惡(고엽작성오) 마른 잎이 바스락대니 거북하고
飢鳥爲影寒(기조위영한) 굶주린 새의 그림자 오싹하여라
歸雲斷古木(귀운단고목) 돌아가는 구름은 고목을 끊었고
落日半空山(낙일반공산) 지는 해는 빈 산에 반쯤 걸렸다
獨對千峯雪(독대청봉설) 쓸쓸히 천 봉우리의 눈을 대하니
淑光天地還(숙광천지환) 하늘과 땅에 봄빛은 돌아오려나?
題翁星原小影 옹성원의 작은 초상화에 글을 짓노라
金正喜(김정희)
端莊雜流麗(단장잡유려) 단정하고 장엄해 두루 유려하거니
剛健含阿娜(강건함아나) 고운 모습에 굳센 건장함 머금었다
坡公論書句(파공논서구) 동파가 서예와 싯 구절을 논한다면
以之評君可(이지평군가) 이로써 그대를 평함이 옳을 것일세
此圖十之七(차도십지칠) 이 그림의 열 가지 중 일곱 정도는
莊健則未果(장건칙미과) 건장하고 굳셈에는 아직 못 미치나
弗妨百千光(불방백천광) 백천 광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네
都攝牟珠顆(도섭모주과) 모주 알갱이를 모두 다 끌어당기니
惟是致君來(유시치군래) 오직 그대가 오라 해서 이르렀다네
共我一堂中(공아일당중) 나와 더불어 한 집에에 마주하나니
烏雲萬里夢(오운만리몽) 먹구름은 아득한 꿈속의 일 일게야
海濤廻天風(해도회천풍) 바다 파도와 하늘 바람이 휘돌아도
覃室儼侍歡(담실엄시환) 담실에서 의연하게 모시니 기쁘다
蘇筵執役同(소연집역동) 노수신공과 같은 일을 맡아서 하니
文字聚精靈(문자취정영) 문자에 신정한 정령이 깃들어 있네
神理合圓通(신리합원통) 신묘한 이치는 원만히 통해 어울려
愧我慙雌甲(괴아참자갑) 짝수일에 만난 내가 무척 부끄럽네
生辰又特別(생진우특별) 태어난 날 또한 보통과 다르지 않나?
以君家墨緣(이군가묵연) 이로써 그대 가문과의 붓의 인연은
宜君生臘雪(의군생랍설) 그대는 응당 섣달 눈 올 때 생겼네
如何我生日(여하아생일) 어찌하여 내가 태어난 날로 말하면
而復在六月(이복재육월) 복날이 돌아오는 유월에 있으리오?
依然蘇與黃(의연소여황) 의연하구나, 소동파에 황정견이로다
君我各分一(군아각분일) 그대와 내가 각기 하나씩 나눴도다
飆輪轉大世(표윤전대세) 광풍에 수레바퀴 큰 세상에 구르니
前夢吾夙因(전몽오숙인) 지난 꿈은 우리의 오랜 인연이로다
笠屐存息壞(입극존식괴) 삿갓과 나막신은 죽어도 남을게고
石帆叩梁津(석범고양진) 석범 왕사정은 나루터를 두드리라
秋虹結丹篆(추홍결단전) 가을 무지개가 단전에서 맺혀있고
吐氣蟠嶙峋(토기반린순) 토한 기운은 바위산에 우뚝 서렸다
回首石幢影(회수석당영) 석당의 기둥 그림자에 머리 돌리니
息息與塵塵(식식여진진) 시시각각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다
擧似匡廬偈(거사광려게) 여산의 게송을 들어 보임과 같으니
坡像涪翁拜(파상부옹배) 동파의 상이 황정견에 절을 하도다
金石申舊約(금석신구약) 금석문에 옛 기약을 거듭해 새기니
銖縷窮海外(수루궁해외) 가는 저울눈이 바다 밖에 궁색하랴?
石銚鳴松風(석요명송풍) 돌 가래에 솔바람이 불어 울리거니
琅琴答天籟(랑금답천뢰) 옥돌 거문고 소리 천뢰에 답하도다
一念逾新羅(일념유신라) 한 생각으로 옛 신라로 넘어가나니
竟有何人解(경유하인해) 마침내 어느 누가 있어 풀이하리오
生涯 생애
金浩然齋(조선의 시인)
生涯唯見白雲扉(생애유견백운비) 내 생애 오직 보는 건 사립문의 구름이니
知是南州一布衣(지시남주일포의) 베옷 걸친 남쪽 고을 한 백성임을 아노라
日暮寒天歸路遠(일모한천귀로원) 해 저문 겨울 하늘에 돌아갈 길은 멀은데
且將樽酒欲爲迷(차장준주욕위미) 또한 장차 술동이에 길을 잃으려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