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보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극우 색채가 강한 방송사인데 부시 대통령 집권 이후 CNN을 제치고 뉴스 전문 채널중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과 코드가 맞아서인지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도 자주 이 방송에 출연해 향후 정책 청사진을 밝히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일부 언론이 약진하고 있다던데,미국에서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방송사가 재미를 보나 봅니다.
이 fox tv가 얼마전 부시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했습니다.
브리트 흄이라는 앵커가 부시 대통령을 만났는데 인터뷰 내용은 별게 없었습니다. 엉망 진창이 된 이라크전은 말할 것도 없고,국내 정책도 뭐하나 제대로 돌아가는게 없으니 부시 대통령이 무슨 할말이 그리 많겠습니까.
한데 정작 재미있는 건 브리트 흄이 인터뷰 며칠 뒤에 한 워싱턴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밝힌 내용입니다.
라디오 앵커가 브리트 흄에게 "요즘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신문에 그게 매일 보도되는데 부시 대통령이 심기가 불편하지 않더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흄이 "전혀 안그런것 같더라"면서 "나도 깜짝 놀랐다.한데 부시 대통령은 신문을 안 읽더라"라고 대답하더군요.
그 얘기를 들은 앵커가 기가 막힌지 "아니 그럼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어떻게 듣느냐"하고 물었습니다. "아래 사람들이 요약 정리한 상황 보고를 본다고 한다"는게 브리트 흄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민망한지 껄껄 웃더군요.
흄이 전한 바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신문만 안 읽는게 아니라 tv도 잘 안본다고 합니다.
한데 부시의 아버지인 부시 전대통령은 신문을 꼼꼼히 읽는가 봅니다. 자신도 걸프전에서 승리해 사상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다가 재선에 실패했는데 아들이 비슷한 전철을 밟는것 같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과 2주일에 한번씩은 전화통화를 해서 이런저런 세상사를 논의한다고 합니다.그때마다 아버지가 "지지도가 자꾸 떨어지는데 괜찮은거냐"하고 물으면 아들인 부시 대통령은 'that's Ok,dad'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는 겁니다.
하지만 괜찮은게 아닙니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비판하는지,다른 나라들이 자신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고,듣기 싫은 보도가 나와도 읽어보고,상황을 객관화하는 그런 능력을 결여한 부시 대통령은 지금 갈수록 힘든 처지가 돼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도 얼마전에 "신문은 심심할때 재미삼아 읽는다"라고 말한 것으로 국내 언론에 보도된 걸 봤습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시절 "미국은 시간 남으면 간다"면서 빈정거리던 것과 비슷한 태도이더군요.
저는 노대통령이 정말로 자신에게 비판적인 신문은 읽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일 신문을 읽지 않는다면 어떻게 "신문이 날 도와준게 뭐가 있느냐.언제 나를 대통령 대접 해줬느냐"면서 비판과 서운함을 수시로 표시하는게 가능하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속으로 서운해도 그런식으로 품격낮고,빈정거리는 투의 발언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요즘 미국에서 한국 상황에 정통한 미국 전문가들을 만나면 "노대통령이 신문에 보도되는 대로,정말 그런식으로 얘기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합니다.
독선은 우익이냐 좌익이냐 하는 이데올로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그건 이념이 아니라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독선은 작게는 주변 사람들,크게는 조직,그걸 넘어서면 사회와 국가를 병들게 한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많은 사례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제국이라는 미국의 대통령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의 대통령도 신문을 어쩌다 재미삼아 읽는다고 합니다.
듣기 싫은건 듣지 않아도 되는게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통령의 특권인지는 몰라도 참 가슴이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