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선의원 출신인 오제세 전 의원
4선을 지낸 오제세 전 의원이 금명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합류한다. 오 전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생 불능 상태인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무능과 무책임을 더는 바꿀 수도, 두고만 볼 수도 없었다”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오 전 의원은 민주당에 몸을 담은 지 17년째인 중진이다. 관선 온양·대천시장을 지낸 행정 관료였던 오 전 의원은 인천부시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권유로 정계에 뛰어들었고, 청주 흥덕갑과 서원에서 2004년 총선부터 내리 4선에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08년 총선 당시 낙선 위기를 감지한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인사들의 탈당 러시 때도 그는 민주당을 지켰다. 한나라당 153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가 14석을 가져가고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쳤던 선거였다.
오 전 의원은 이후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았고, 20대 국회에선 민주당 전국대의원회의준비위원장(전준위원장)을 맡아 전당대회를 이끌었다. 비문(非文) 성향인 그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5선에 도전했지만 컷오프(공천배제)됐다. “친문 패권주의에 당했다”고 반발했지만 이내 불출마를 택하고 당에 머물러 왔다. 최근엔 민주당의 차기 충북지사 후보군으로도 거론됐던 그였다.
그런 그가 돌연 민주당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5일 청주의 한 사무실에서 오 전 의원을 만나 이유를 물었다.
민주당 4선의원 출신인 오제세 전 의원이 5일 오후 충북 청주시 한 사무실에서 언론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왜 민주당을 탈당하나
“당이 회생 불능 상태이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당에는 ‘민주당 정신’으로 대변되는 상식과 공정,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친문 패권주의로 대변되는 줄 세우기와 계파주의로 곪아 있다. 입만 열면 서민을 강조하는 이들이, 외려 서민을 사지로 모는 정책이 반복되는데도 계파의 그늘에 숨어 입과 귀를 닫고 쉬쉬한다. 잘못이 있으면 치열한 내부 논쟁을 거쳐 바꿔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안에서 변화를 추구할 순 없었나
“과거 민주당 내부엔 반문·친문·비문 인사들이 골고루 있었는데 지금은 친문 일색으로 돌변했다. 극소수의 인사들이 건전한 비판을 해도 적으로 내몰린다. 적으로 내몰리니 비판적인 의견이 수용될 리가 없다. 패기로 당을 바꿔야 할 초선 의원들마저 유력자 앞에 줄을 선다. 친문 패권주의가 ‘민주당 정신’을 삼켜버린 지 오래다.”
노무현 전 대통령 권유로 정치를 시작했는데
“소신과 공정의 가치를 지켜주는 정치가 ‘노무현 정신’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이 어려울 때도 끝까지 당을 지켰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다. 당은 거대해졌는데 노무현 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다. 노 전 대통령이 계셨다면, 당을 엄하게 꾸짖었을 것이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4선 의원 시절의 오제세 전 의원.
오 전 의원은 여당 내에서 대표적인 중도, 비문 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간 당내에서 계파 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해찬 대표가 선출된 2018년 민주당 전준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계파를 모아 당선되긴 어렵다.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문 일색 정당의 폐해를 느꼈다는 건가
“그렇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서민과 청년을 벼랑으로 내몰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데, 그 어떤 친문 의원들도 반기를 들지 못하고 있지 않나. 일자리,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의원들의 시선이 정책이 아닌 계파에 쏠려 있어서다.”
내부 자정 움직임은 없었나
“당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파 정치를 경계해야 한다는 얘길 했다. 건전한 비판만이 당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당 중진회의에서 ‘인사 5대 원칙’은 잘못된 공약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저 역시 지난해 총선에서 계파 정치의 부당함을 몸소 경험했다.”
지난 총선에서 청주 서원 지역구는 민주당 공천 갈등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당내에서 오 전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한다는 얘기가 돌았고, 실제로 그해 2월 컷오프됐다. 오 전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는 등 강력 반발했지만, “모든 것을 저의 부족함 탓으로 돌리겠다”며 결국 출마를 접었다.
컷오프가 왜 부당하다고 생각했나.
“경선에서 경쟁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돌연 공천에서 배제해버렸기 때문이다. 친문 계파주의가 작동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2014년 9월 15일 새정치민주연합 당내 중도파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준비하는 의원모임(민집모)’'소속의원 16명이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오찬 모임을 갖는 모습. 왼쪽부터 당시 주승용·김동철·최원식·신학용·오제세·이종걸·민홍철 의원.
최근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가운데, 여당 중진인사의 입당은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 전 의원의 지역구인 충청 지역은 PK(부산·울산·경남) 등과 더불어, 대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이유는
“국민의힘 상황을 잘 알진 못한다. 그래도 민주당에 비하면 앞으로 개혁되고 변화할 가능성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권에 상관없이 검사로서 강인한 의지로 업무수행을 올바르게 했다. 법치와 헌법정신을 사수한 것을 국민이 인정하고 있다고 본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인격이나 삶의 궤적은 물론이고 치우치지 않는 공적 책임감을 국민이 좋게 평가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은 이번주 탈당하고, 국민의힘 입당 절차를 마치겠다고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나라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는 데 역할을 할 곳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