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내의 중견 화학회사에 6년간 근무하다가 최근 2005년 3월에 퇴사하였습니다. 전직 회사는 코스닥 상장 업체로서 반도체 및 LCD, PDP 제조용 화학재료를 개발/생산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이중 LCD 제조용 color resist 라는 제품을 개발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문제는 제가 전 직장을 퇴사하려는 시점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보다 폭넓은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픈 심정에 퇴사를 결심하였고, 2004년 11월부터 부서장과 사장님께 퇴사 결심을 밝혀 왔습니다. 당시 몇 군데 전직하려고 리쿠르팅을 진행하고 있던 차라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서 입니다. 허나 계속되는 회사측의 설득으로 결국 전직하기로 새 회사가 정해져서야 퇴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1 부터 새 직장(P 사)에 출근을 해야 하므로 부득불 3월 21일 까지 전 직장으로 출근을 하고 10여 일 간의 공백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일은 3/28(월) 오전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전 직장의 회장님이 저의 퇴직 사실을 뒤늦게 아시고 뭔가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는지 이를 뿌리치고 끝내 제가 퇴사한 사실을 아시고는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에게도 연락을 하셔서 이 사실을 알렸고, 또한 제가 어느 회사로 이직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 하셨나 봅니다. 결국 3/28 오전에 지도교수님에게서 저한테 전화연락이 왔었고, 회장님을 뵙고 회장님 뜻을 따라 전 직장으로 복귀하길 권하셨습니다. 그리고 도덕적인 문제(이직시 영업비밀 침해소지)도 얽히면 복잡해 지지 않겠냐고 하시면서요. 결국 그날 오후에 회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벌써 이직하기로 된 P사에 대한 정보를 아시고 계셨고, 또한 직접 그 회사에 찾아가서 저에 대한 이직을 반대하셨하고 하시더군요.
상황은 더 어렵게 진행되어, 3/29(화)에는 부랴부랴 P사의 관계자분을 찾아뵙고 저의 입사 의지를 재확인해야 했습니다. 혹시 제가 회장님의 뜻대로 다시 전 직장으로 복귀하지는 않을까 하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리곤 지도교수님을 학교에 가서 찾아뵙고 P사로의 이직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저한테 좋은 경험과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헌데 교수님은 그래도 회장님을 직접 뵙고 오해를 푸는 게 좋을거라는 말씀을 하셔서 그날 오후에 전직장의 서울 사무소를 방문하여 회장님과 면담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회장님은 막무가내로 전직 하기로 한 P사의 대우만큼 해 주겠으니 함께 다시 일하자고 분위기를 몰아 가시는 겁니다. 단지 연봉과 같은 금전적인 문제로 전 직장을 그만 두는 게 아닌데도 말입니다. 결국 면담은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회장님은 제가 만약 P 사로 옮긴다면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다시 재고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러고서 다시 하루가 지나 3/30일이 되었습니다.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전직장에서 P사에 팩스로 보낸 내용증명을 메일로 보내주셨습니다. 내용은 제가 전직장에서 담당했던 기술은 P사에서 영업비밀에 해당되므로 입사를 하게 되면 법률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제가 6년 전 입사일에 서명한 비밀유지 및 동종업종 취업금지 서약서를 첨부해서 말입니다.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이에 다시 한 번 더 회장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3/31 아침이니 원래 출근 예정일의 하루 전날이군요. 이번엔 자료를 많이 준비했더군요. 저의 인사기록부며 P사의 국내에서의 판매 제품 리스트를 홈페이지에서 인쇄하여서 말입니다. 전 회사에서 개발중인 PDP 제조용 화학재료 2종을 P사에서도 국내 PDP 메이커에 판매하고 있으니 경쟁업체 관계이며 따라서 제가 입사하게 되면 영업비밀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더군요. 저는 LCD용 화학재료 개발업무를 담당했지만 PDP용 화학재료는 전혀 일한 적이 없거든요. 또한 P사에서 판매중인 PDP용 화학재료는 전량 해외 법인에서 가져와 국내에서는 영업을 통한 판매만 하고 있거든요. 억지로 끼워 맞춰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알아보니 그 제품들은 P사가 개발하여 판매를 시작한지가 거의 10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회장님이 의도하는게 저를 단지 전 직장으로 복귀 시키는 목적보다 오히려 저를 P사로 이직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내부 단속도 함께 말입니다. 결론 없이 면담은 끝났고 오후 늦게 P사의 인사담당자 분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내용을 나눴습니다. 제가 입사를 하게 되면 법적으로 불미스런 일이 생길 게 뻔하다면 당분간 입사를 보류하고 먼저 전 직장과의 퇴직 처리 문제와 퇴직금 수령을 해결하고 입사 일정을 다시 잡아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제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새 직장이었으므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렇게 한달이 지났습니다. 물론 저는 무직 상태로 지냈습니다. 한편으로 첨으로 가져보는 자유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가끔 전 직장 동료로부터 부러움도 받았지만 P사로의 입사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을 받으면 무척 곤혹스러웠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퇴직 처리만 되고 퇴직금을 받고 나면 새로운 직장을 알아볼 거라고 돌려서 얘기했거든요. 회사에서 퇴직한 일개 대리 한 명을 끝까지 괴롭히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5월 초 쯤에 전 직장의 관계자 선배(지적재산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 직장측에서 P사에 연락을 해서는 제가 입사를 않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앞으로 입사를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하더군요. P사 측에선 당연히 입사를 취소 시킬수는 없으며 저와 전 직장간의 문제는 잘 해결하길 바란다는 답변만 했다고 하더군요. 이에 회사에서는 저에게 P사에 입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해 달라고 하더군요. 이미 퇴사한 제가 왜 그런 불공정한 행동을 해야 하냐고 거절했습니다.
그러다가 5/18일 경에 퇴직금이 나왔습니다. 퇴직일이 3/21 이었는데 참으로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퇴직처리는 끝나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퇴직금 가지고서 절 괴롭힐 수도 있으니까요. 아시다시피 5월엔 결혼한 저로서는 여기저기 돈 쓸 곳이 많아 전 직장에 몇 번씩나 전화를 걸어 퇴직금이 언제쯤 나올건지 문의하며 조속한 퇴직처리를 거듭 거듭 요청하였습니다.
그러고선 약 10일이 지나 5월 말경에 더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우체국 등기가 제 앞으로 왔는데, 수원지방법원 민사6부 에서 보낸 취업금지가처분신청서 이더군요. 정신이 없었습니다. P사로 입사도 하지 않은 무직상태의 저에게 P사를 포함하여 경쟁업체(LCD 및 PDP용 화학재료를 개발/생산하는 회사)로의 취업을 3년간 금지하며 이를 어기고 취업할 경우, 그리고 제가 전 직장에서 취득한 영업비밀을 고의로 유포할 시에 하루당 오십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신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참으로 끓어 오르는 울분을 참기가 정말 힘들더군요.
생활용품용 인조대리석,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그리고FRP 등의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P사에서 PDP용 화학재료 2가지를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하므로 전 직장과 경쟁업체라는 주장도 터무니 없거니와, 본인은 입사 후 줄곧 LCD Color Filter 제조용 화학재료(더 정확하게는 color resist)를 개발하는 업무만을 담당했다는 것은 취업금지 가처분 신청서에 첨부한 각종 서류(업무분장, 조직도, 특허출원현황, 출장보고서, 회의록 등)에서도 직접 증거로 뻔히 나타내 있는대도 취업금지를 주장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더군요.
하루가 지나 무턱대고 취업금지 및 영업비밀 등에 대한 단어로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갔습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강제 억합하는 처사이므로 강력대응은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되도록 법호사를 선임해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게 좋다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헌데 사실 변호사 수임료가 얼마나 비쌉니까? 아쉽게도 무료변호 대상에는 제가 해당이 안 되더군요. 집도 있고 차도 있으니 말입니다.
고심끝에 P사에 연락하여 제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먼저 법원에서 날아온 취업금지가처분신청서를 복사하여 보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틀후에 다시 연락을 하였더니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P사 입사 때문에 생긴 일인데 직접적인 도움을 못 준다니, 그 쪽에서 요청하여 입사일정도 당분간 보류해 주었는데 말입니다. 결국 변호사를 아름아름으로 소개해 주는 정말 간접적인 도움만 받는 데 그쳤습니다. 희망적인 건 제가 잘못이 없다는 확신이 있어 전직회사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때 입사를 하도록 하자는 약속은 유효했습니다.
지난 6/10 일에 수원지방법원에서 첫 심리가 있었습니다. 전직 회사에서 제출한 신청서에 대한 반박자료는 제가 선임한 변호사가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6/10 첫 재판에서는 판사님이 우리쪽이 제출한 반박서를 상대방이 받았는지 확인하였고, 우리쪽 반박서류에 대한 대응서류를 다시 낼 거냐는 질문과 함께 다음 심리날짜가 7/8 이라는 것이 재판 내용이었습니다. 재판정에는 전직회사를 대변하는 변호사 한 분과 회사 담당자 두 분(서울사무소 기획팀, 지적재산팀)이 참석하였습니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사내에서 반갑게 인사하며 지내던 분들이었는데, 참으로 어색하더군요. 마치 제가 죄를 지어 잘못을 빌려 온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변호사는 다르더군요. 저를 변호하는 김 변호사와 전직 회사를 변호하는 심 변호사님은 서로 인사도 나누더니만 금새 고교 동창이라는 걸 확인하더군요. 김 변호사님이 약 10년 후배더군요. 복도에 나가서는 제가 처한 상황과 전 직장의 상황 등에 대한 얘기가 주제가 되어 몇분간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죄 없는 젊은 사람을 이렇게 옭아맬 수 있냐는 게 화두였지만 결론은 전 직장의 회장님 고집을 풀게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거 더군요. 사실 그분들도 본인들의 행동에 자긍심이란 건 없었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생애 첨으로 법정에 서게 된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6/11(토) 오전에 회사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사장님과의 통화였습니다. 놀지 말고 다시 전 직장으로 오라는 설득 전화 였습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더군요. 한편으론 저의 숨통을 조으고, 한편으론 저를 회유하다니. 퇴사하고 나서도 사장님에 대한 불만이나 적대감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날 전화를 받고 나서는 결국 사장님도 회사에서 주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월급쟁이 이시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지금 저는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이미 제가 일했던 전직 회사를 포함하여 관련 업계에서는 저와 회사간의 문제를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P사 입사를 포기하게 되면 결국 대한민국의 화학회사로의 입사는 더 어렵게 될 것 같습니다. 요즘 디스플레이용 화학재료를 개발하지 않는 화학회사가 도대체 어디 있겠습니까? 결국 제가 지금껏 대학시절부터 배워왔던 분야와는 전혀 거리가 먼 업종으로 취업해야 하겠습니까? 아님 이미 애정이 끝나버린 전 직장으로 돌아가야 합니까?
회사야 매출액이 년간 2000 억이 넘는 중견기업이고 법률적인 문제는 변호사가 하는 일이며, 또한 수임료까지 걱정하진 않겠지만,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개인으로서는 이런 억지와도 같은 분쟁에 휘말리는 것 조차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으며 또한 무직상태에서 비싼 변호사 수임료까지 걱정해야 하니 이중삼중의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본인과 관련된 일련의 이 사건은 기업인으로서 참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라는 생각일까요?
오늘도 전 이 복잡한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젊은날의 열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인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 올렸던, 기술 유출 혐의로 검찰 특수부(!) 의 수사를 받고 있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입니다.
엊그제 이틀동안 검찰 특수부에서 조사를 받고 왔습니다.
둘째날은 아침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피곤해 죽는줄 알았습니다.
판단은 판사가 하고 검사는 무조건 꼬투리를 잡아서 집어 넣으려고 한다는 건 알지만,
말도 안돼는 유도심문을 하루종일 받다보니
몸도 피곤하고 정신이 멍해져서.. 정말 없던 것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제일 웃겼던 건, 제가 지난 5년간 근무하던 xxx사의 기술이 세계 최고니 어쩌니 할 때 였습니다.
아니.. 반도체 공정중 하나인 박막, 식각, 리소그래피 기술이
쬐끄만 xxx 사가 세계 최고라니..
저도 공정 엔지니어로써 회사 생활 해 봐서 아는데, 박막 증착 장비 PECVD 나 식각장비 ICP 같은건
돈 주고 사면, 파는 회사에서 엔지니어 보내줘서 원하는 조건 나올때 까지 실험까지 해 주는데,
그걸 갖다가 팔아먹었니 어쩌니 해 대니 할 말이 없더군요.
그렇다고 조사하는 수사관을 이해 시킬수도 없고..
처음엔 수사관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하려 했으나, 도저히 들으려 하지도 않고,
이해를 바란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되어
나중엔 그냥 포기했습니다.
아마 xxx사에서 고소할 때, 자기네들이 세계 최고인데 얘네들이 그걸 가지고 나가서 이용하려 한다고 실컷 뻥을 쳤겠죠.
아니,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회사가..
5년차 엔지니어, 그것도 두개 팀의 팀장을 동시에 맡았던 저에게
한달에 146만원 쥐어주고, 초과근무 수당이나 보너스 기타 수당 전혀 없이 일을 시킨답니까?
도저히 저도 안돼겠길래 박사학위 딸려고 뛰쳐 나왔는데,
그게 그렇게 괘씸한 죄인가요?
괘씸한 죄라면... 퇴사할 때 퇴직금과 그동안 하나도 못받은 연월차 수당 계산해서 달라고 한 것밖엔 없을텐데요
그나마 xxx 쪽에서 온갖 이유를 들어 5년치 연월차 수당은 거의 못받고 나왔지만요.
지금 문제삼고 있는것은
압수수색 당한 제 노트북에 xxx사의 파일이 들어있다는 겁니다.
도대체 무슨 파일인지 저도 궁금한데, 보여주지는 않고 그냥 말로 왜 복사해왔냐, 복사해서 어디에 쓸 목적이었냐고 자꾸 유도심문을 하더군요.
지금 저희 교수님과 선배들과 제가 호주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아이템은
xxx 사의 그 잘난 기술을 알고싶은 이유도 없고, xxx사의 파일이 있어봤자 아무 도움이 안되며
xxx사의 제품과는 시장에서 사용되는 용도가 다르므로 경쟁 제품도 아닙니다.
또한 저희 교수님은 작년 8월부터 안식년 신청을 하고, 호주와 그 아이템을 공동연구 하겠다고
대학 본부에 연구 계획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고 호주에 가 계신 상태입니다.
제 노트북에서 나왔다는 xxx사 관련 파일 몇 개를 봤는데요,
하나는 저희 연구실에서 석사과정 후배가 써 놓은 실험 일지 비슷한 거구요 (xxx 사와 관련 없습니다)
하나는 xxx 사에서 하는 PLC (Planar lightwave circuit) 에 관한 설명 ppt 파일인데,
그 회사 다니는 제 선배가, 몇년 전 석사과정 수업시간에 발표한 자료였습니다.
마지막 하나는 제가 퇴사하고 나서 노트북에서 작성한 파일인데, 그게 xxx 사에서 빼온거라고 의심을 받고 있더군요. xxx 사 제품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고, 제가 그냥 새로운 아이디어를 정리해 놓은것일 뿐인데요. 파일 작성 날짜가 분명히 퇴사 후로 되어 있는데도.. 그걸 xxx사에서 제가 빼왔다고 하더군요.
참 기가 막힙니다.
대학원생.. 연구원.. 기술 개발.. 이런 것들에 넌더리가 나려 합니다.
xxx 사에서 제 선임 팀장이 있었는데, 저와는 다른 대학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팀장으로 들어왔던 선배였습니다.
그 선배.. 3년 전 갑자기 회사 그만두고 지금 사업(이공계와 무관한) 을 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먼저 그 팀에 있었던 제 동료도, 3년여 전에 장난감 장사 한다고 회사 때려 치고 나갔죠.
하긴 누가 한달에 150만원도 안되는 돈 받으면서, 연월차 쓸 생각도 못하면서, 매일 늦게 퇴근하는 생활을 하면서, 수당이나 보너스같은건 꿈도 못꾸면서,
뻔히 보이는 그 잘난 기술력에 대한 허풍을 믿고 회사를 다닐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 회사는 언론 플레이 하나는 기가 막히게도 잘 했던지,
뭐 쪼끄만 거라도 있으면 바로 지방 일간지 등에 나오곤 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대단한 기술력을 가진, 기술의 최첨단 선도 기업이겠지만,
실제로 안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이 느끼는 건 웃기지도 않는 현실일 뿐이었습니다.
두서 없이 마구 써 내려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한 선배(금년 2월에 퇴사)는 어제 조사 받으러 들어가서 아직도 안나오고 있습니다.
구속영장 청구 이야기도 들리고 있는 상태구요.
어제 검찰청 앞에서 새벽 1시까지 기다렸는데, 안나오더군요.
조사 도중에 긴급 체포인가 뭔가를 당했다고 합디다.
xxx 사는 이 사건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겠지만,
지금 저희 lab 에서는 PC 모두를 압수당하여 아무 연구도 못하고 있는 상태이며,
호주에서 저희 연구 아이템에 투자하여 한국에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도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조사가 언제까지 길어질 지는 모르지만,
저희는 계속 피해를 당하고 있고, 이 피해는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도 막막합니다.
도대체... !!! xxx 회사와 그 회사 대표이사이신 저희 대학 모 교수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는지...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아이템에 적용되는 기술이 xxx사의 기술 비밀과 다른건 알고 있을텐데,
무슨 생각인지...
답답하여 몇 자 적어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진행되는 대로 또 글을 올리겠습니다.
- november
Simon (2005-06-22 13:06:42)
가슴이 아프네요. 부디 defense 잘 하시고, 아무쪼록 빨링 원하시는 바를 꼭 이루시라고 멀리서나마 기도드리겠습니다. 그 기도 속에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오늘의 저런 무지와 멍청함으로 하루 속히 완전히 벌거 벗거져, 처절하게 망하고 부서지라고 다시 한번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한국을 떠나온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며 자랑스럽고, 세상에서 가장 저주스러우며 수치스런 그런 땅, 그곳이 나의 모국이 되어가고 잇다고 생각됩니다.
힘내십시오. 나라는 미워할 지언정 가족과 친지, 님을 이해하는 많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힘내십시오. 부디, 꼭 원하시는 꿈을 잘 준비하셔서 이루시라고 거듭 기원하는 바입니다.
최희규 (2005-06-22 13:07:22)
뭐라 말씀 드릴 것이 없군요.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많이 상하셨을텐데, 건강 잘 건사하시고요...
정확한 그림이 안나옵니다만, 대략적으로 볼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처구니 없고, 대화도 않되고, 설명도 않되고,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 할것 같습니다.
혹시 변호사를 통해 이야기 해 보시지는 않았는지요?
물론 november님은 참고인이니 그렇게 하지 않으시겠지만, 사건에 연루된 다른 분들은요? 윗글을 보니 구속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셨던데...
이전의 글을 봐도 이 건은 괘씸죄 말고는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아닌것 같은데...
현 (2005-06-22 14:20:44)
이런.. 노벰버님.. 로긴하게 만드시네요.
아래 제가 아주 예전에 써놓은 글 링크 했는데요. 이글을 썼던 이유는 첫째로 첨단 기술법인지 뭔지를 반대한다는 것이었고, 두번째, 과거 권위주의 시절부터 대한민국 검사님들이 뭘 가지고 주로 기소를 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서 차후에 이공계분들이 경각심을 갖게 할려고 쓴 글이었습니다. 물론 저 따위가 쓴 글이 노벰버님께 무슨 큰 의미를 가졌겠습니까만은.. 지금부터 사안을 serious 하게 바라보시고.. 변호사 선임하시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앞으로의 상황을 진지하게 대하셔야 됩니다.
답답한 마음 이공계인들은 다 압니다. 허나 법 프로세스라는 것은 언제나 '진실은 통한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뭐가 되는게 아닙니다. 검사가 기소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여서 기소하면, 담당되는 판사가 도주의 위험이 있느냐에 따라서 구속 할수도 있는데, 이러면 선고 유예로 나중에 나오게 되더라도, 일단은 큰일이 나는 겁니다. 구속과 불구속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는게 우리나라입니다. 구치소로 갔다가 선고유예로 나와도 큰일이요, 재판까지 갔다가 형을 언도받고 정상참작 집행유예로 나와도 큰일입니다. 일단 검사들이 지금 조서를 다시 (경찰이 꾸민 조서말고 다시 꾸미죠) 꾸미고 있을텐데..
현 (2005-06-22 14:38:56)
아니 무죄를 받아도 구속되면 큰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검사라는 직업이 파워가 있다는 것이고.. 어쨌던 이미 조사를 받으시고 했으니, 물론 변호사를 선임하셨겠지만, 기소중지나 유예가 될 사안인지 변호사와 긴밀히 준비하시고.. 여하튼 제가 오버하여서 죄송한데.. 잘 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오버하는 이유는 가끔 우리나라 법을 너무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놀랄때가 많은데.. 예를 들어 안경쓴 사람 때리면 살인죄다.. 개뿔이 그렇지 않고요.. 예를 들어, 아무리 온몸에 문신과 칼자국으로 치장한 무시무시한 조폭 한명이 저와 제 친구와 시비가 붙었는데.. 나중에 진단서를 끊었는데, 그 조폭이 과다한 진단서를 첨부하면, 조폭이 유리하게 되어있습니다. 진단 5주이상(기억이 가물가물) 이면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가게되고, 저와 제친구는 곤란한 상황이 됩니다. 왜냐면 둘 이상이라서 '집단폭행'으로 불리하게 되거든요.
현 (2005-06-22 14:46:46)
그리고 행여 지금이라도 이런 글을 보시는 분들은 절대 집에 회사에서 가져온 뭐가 있으면 안됩니다. 나라가 연구원들을 범법예비 행위자로 보는 요즘의 시국으로 보았을때, 꼭 숙지하셔야 하고 아셔야 합니다. 아참 그리고 노벰버님 노트북에 있는 것을 볼수 있는 것은 님과 님 가족들은 안되고 변호사만 될것입니다. 그러니 뭐 가지고 그러는지를 알아야 대처를 하지요.. 자꾸 이런 일이 있어서 큰 일입니다. 그리고 거듭 오버한 점이 있을수도 있는 점 이해하시구요.. 원만히 잘 해결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현 (2005-06-22 15:34:17)
또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첨부하는데.. 혹시 이런 일에 연루되서 재판을 받게 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유죄던 무죄던 대개 재판과정의 끝무렵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가 하고 재판부로부터 질문을 받을수 있습니다. 착하게 살겠다 하면 '죄가 진짜로 있다'는 뜻이 될수 있으니 그런 상관없는 말은 할 필요가 없고, 열심히 살겠다 이런 것도 상관없는 답이고,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앞으로 이바닥을 떠나겠다'가 정답입니다. 법리상 그렇습니다. 문제를 일으키게 한 그 바닥을 떠난다는 다짐이 재판부 판단에 플러스가 될것입니다. 쉬운 예로 조폭이 폭력사건으로 재판을 받는다면 재판부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이 '주먹계를 떠나겠다'입니다. 그 바닥을 떠난다면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없애겠다는 적극적인 표현인 것입니다. 이런 일이 많을수록 앞으로 사람들이 떠나도록 나라가 부추길 것은 불을 보듯 훤합니다.
ourdream (2005-06-22 16:09:19)
정말 안타깝고, 보는 제가 다 흥분되네요. 참...뭔 힘도 못되어 드리고, 작금의 현실을 멀리서 보자니 안타깝고...힘내세요.
방금 전에 좀 괜찮다 싶은 기사를 보고 글을 올렸는데, 님의 글을 보니 앞이 캄캄합니다. 하긴 좋은거 한개 있으면 고쳐야 할 껀 백가지니...
정정당당 (2005-06-22 20:59:18)
변호사님과 잘 상의하셔서 대처하시겠지만, 특히, 묻지 않아서 하지 못하신 말은 반드시 서면으로 적어 내셔야 합니다. 그리고, 무고죄로 맞고소 하시는 방법도 잘 생각해 보세요.
바닐라아이스크림 (2005-06-22 21:45:34)
정말 박해받는 이공계의 극명한 현실의 최일선에 놓이셨군요.
어떻게 도와드릴 방법도 없고 답답합니다.
남의 일이지만, 정말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집니다.
이성이 통하지 않고, 이해란 단어가 존재치 아니한 수많은 주변인들로 인해 점점 이 땅의 수많은 지성들이 '조국'이란 딱지를 떼러 밖으로 나가는가 봅니다.
정말이지 국가나 기업이나 이공계 종사자들에게 하는 일들이 꼭 "노비 주제에 어딜 개겨?" 라고 윽박지르는 꼴로 가는 것 같습니다.
삼성도 별 시덥잖은 가지가지 더러운 이유로 퇴사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처참하게 만들더라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몇번 들어왔지만, 조그만 회사에서도 그러한 일들이 벌어진다는게 너무도 기가 막힙니다.
아뭏든.. 힘내시고 현명한 판단보다는 이로 인해 모든 걸 포기하시고 새출발 하시거나 해외로 나가실 것을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김선영 (2005-06-22 21:54:19)
예전에 S사는 아니지만, 선배가 L 사에서 퇴직하고 다른 중소기업으로 옮겼다가 1년동안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변호사 선임에 뭐에 뭐에 하여간 돈만 한 1억여원 날렸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무섭지요. 그 선배가 꼬투리 잡힌게 집에 있던 논문 몇장과 스케치북 하나랍니다. 어떻게 그게 기소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게 가능한가 보더군요.
김선영 (2005-06-22 21:56:01)
그리고 정 안되고 불히해지면 언론에 호소하는 방법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언론과 신문고를 이용하는 방법도 꽤 효과가 있나 봅니다. 이런 예는 아니지만, 경찰의 초동수사가 잘못되어 피의자가 뒤바뀌는 경우에 신문고와 언론을 이용해서 다시 되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첫댓글 이공계는 죽어라 일해서 벌어들인 돈은 회사와 국가에 바치고, 기술은 기업을 위해 바치고 본인은 퇴직해서 자살이나 하라는 건지. 이러면서 이공계 기피하는 학생들 욕하기는 -_- *쇄리들 -_-...
싸이엔지 글을 여기서 보네요~ ^^ 이런글 많이 퍼트렸으면 좋겠습니다.
후추에서 보았는데, 이공계가 아닌 저도 열 받더군요...
정말 가슴아픈 현실이네요....스크랩 좀 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