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업가의 핵심 정체성은 무엇인가?
사회사업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주어도 주어도 끝이 없는 복지서비스 제공에 매달리는 것이 사회사업가의 역할인가?
복지서비스 제공이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내가 맡은 사업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에 좀 더 집중 할 수는 없을까?
서비스 보다 관계망에 집중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사회사업가는 왜 사회적 관계망에 집중해야 하는가?
# 사례 1.(혼자 사시는 할머니)
복지관에 매주 토요일 마다 자원봉사를 오는 학생들 중, 어르신에게 안부전화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 매주 마다 안부전화를 드리던 중, 며칠 후면 어르신이 생신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은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할머니와 매주 통화하는 이야기, 그리고 할머니가 며칠 후 생신이신데 올 사람도 없고, 혼자서 집에 계신다는 말을 드렸다. 그 말을 들은 학생의 어머니는 할머니의 생신 날에 맞추어 미역국과 맛있는 반찬들을 손수 만들어서 아이 편에 보내었으며, 아이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케익을 사들고 복지관을 찾아와, 할머니 댁을 방문해서 생신 축하 파티를 열어 드릴 것이라고 신나하며 얘기를 했다.
거참, 좋은 생각을 했구나
너희들 마음이 참 귀하고 기특하다.
할머니 생신 잘 챙겨드리렴.
아이들이 할머니 댁을 방문해 할머니 댁 밥상에 어머니가 싸 주신 미역국과 반찬을 차리고,
불을 끄고 케익에 불도 붙이고, 생신 축하 노래도 불러드리고..
굳이 따라가지 않아도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상상이 갔다.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일이지 않는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생신파티에 할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친구들이 열어준 생일파티를 잊지못하시며 오늘도 신나게 말씀해 주셨다.
아이들로부터 시작된 관계는 아이의 어머니까지 관계를 맺게 해주었다.
# 사례 2.(앞을 보지 못하는 할아버지)
박OO할아버지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청각장애 1급이시다. 젊은 시절, 부인과 이혼을 하였으며, 슬하에 자녀가 없는 할아버지.. 15년 전, 시력을 잃으면서 생활에 많은 지장이 있으시다. 우연히 OO교회에서 할아버지의 형편을 아시고, 가끔씩 어르신의 댁을 찾게 된 OOO 아주머니는 집이 양천구 쪽에 살고 있어서 자주 들릴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 어르신의 집 가까이로 이사를 오시게 됨에 따라, 찾아오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어르신의 집에 들려 반찬과 집안 일 등을 도와주신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얘기를 하게되었는데, 자녀들이 어머니와 함께 어르신의 댁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어르신과 아주머니 가족들은 매우 가깝게 지내게 되었으며, 아주머니의 딸 중, 일본 동경에서 살고 있는 딸은 일본산 콩(정말 맛있다.)을 보내어 주기도 하셨고,
작은 딸은 어르신에게 80만원 가까이 하는 김치 냉장고도 선물하셨다.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시라고 하셨단다.
어르신은 시력을 잃기 전 근처 우장산으로 등산을 자주 가셨는데, 시력을 잃으면서 우장산을 함께 갈사람이 없어 아쉬워 하던 차에, 아주머니가 당뇨가 있으셔서 정기적인 운동을 하셔야 하니, 함께 우장산 등산을 하자고 얘기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한달에 2-3번은 함께 우장산을 가신다.
최근에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등산을 하신다는 얘기를 들은 딸은 할아버지에게 비가 와도 젖지 않는 고오텍스 등산복과 미끄러지지 않는 나이키 운동화까지 사 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은 어르신 댁에 갖가지 반찬을 잔뜩 사들고 어르신의 댁에 놀러왔다고 하셨다.
이쯤하면 왠만한 아들, 딸 가진 집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윗 글처럼, 한 사람과의 깊은 관계가 여러사람에게 측은지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사례이다. 사람은 누구나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며, 사람의 이러한 본성을 일깨워 우리네 어려운 이웃들을 한번 더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일, 복지 서비스 제공, 서비스 대상자 늘리기에 집중하기보다 사회적 관계망에 좀 더 집중하게 되면 지역사회의 자연력이(자연스러운 나눔들이) 살아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시혜적 대상이 아닌, 사람과 사람 간에 정이 흐르는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한 관계는 그 사람의 주변(가족, 친구, 이웃)으로 확산되어 지게 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는 사람사이 인정과 나눔이 생동하는 사회가 되어져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려운 분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관계망에 집중하는 것에 더욱 힘써야겠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을 하되, 뜻을 세우고 이상을 분명히 하여 그 길을 달려가야겠다.
사회사업가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꿈꾸는 사회는 어떠한 사회인가?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디인가?
나는 지금 그 길을 향해 똑바로 달려가고 있는가?
사회사업가의 핵심정체성..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자.
첫댓글 수현 형, 사례 두 개 다 귀하고 또 귀합니다. 형님이 현장에서 잘 거드셨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물망 같은 관계망이 곧 안전망이고 지지망이네요. 귀한 배움 얻어갑니다. 늘 좋은 이야기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직접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관계망에 집중하는 것에 더욱 힘써야겠다'는 말 참 귀한 말이네요. 현장의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그저 주는 것에 익숙해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주성과 공생성을 위해서라도 관계망에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저도 오늘 마음에 한 번 더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