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가’ 사건으로 질타를 받았던 국토해양부가 또 다시 전통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논란에 휩싸였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폐지됐던 ‘기반시설부담금에 관한 법률’에 대한 대체입법으로 준비된 것이다. 동법이 사라지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67조에 여전히 규정돼 있던 기반시설부담금 조항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이번 개정안이다.
지난 3월 법 67조를 고쳐 ‘기반시설부담구역제도’를 다시 도입한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시행령안을 보면, 정부가 여전히 일반 개발행위자와 사찰을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찰 등 종교시설은 시행령안 별표31에 의거해, 기반시설설치비용의 50% 감면대상이다. 이는 기반시설부담금법이 폐지되기 전 있던 법을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이를 면제해달라는 조계종 총무원 등의 줄기찬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비용 부담에서 제외되는 건축물을 규정한 시행령안 별표28에는 실비노인요양시설과 사립유치원을 포함하고 있으나 종교시설은 빠져 있다.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해 국가에서 보호받고 있는 사찰이 이들 시설보다 못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또 기반시설설치비용 산정의 기준이 되는 건축물별 기반시설유발계수를 명시한 별표29에도 이러한 정부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종교시설의 유발계수는 1.4로서 수련.숙박시설(0.7)보다 높게 책정돼 있고, 분뇨 및 쓰레기처리시설과 계수가 같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정신문화를 선도하는 종교와 그 활동 공간인 종교시설에 대해 정부의 이해부족과 인식부재가 빚은 산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국토해양부가 천 년이 넘게 이어져온 전통문화의 역사성과 중요성을 무시한 처사로 전통문화말살정책과 다름 아니다”라며 “이번 개정안에서 종교시설, 특히 전통사찰은 반드시 면제대상 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반시설부담구역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개발행위가 집중되는 구역을 지정해 도로, 녹지, 수도, 전기, 하수도 등 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해당 개발행위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으로, 무분별한 난개발을 방지한다는 목적이 있다. 사찰이나 비영리 복지기관이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 개축할 때도 이 법에 의거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사찰에서 불사할 때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부과돼 삼보정재가 낭비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9월29일부터 시행된다.
불교신문 김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