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달의 '밀당(밀고 당기기)'으로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 서해안에는 갯벌과 함께 펄 사이로 길게 물길(혹은 고랑, 물고랑)이 난다. 이 물길을 갯골이라고 부른다. 경험 많고 노련한 어부는 썰물 때 이 갯골을 따라 배를 몰고 포구로 들어온다.
시흥시에는 바닷가가 아닌 공원에서 이채로운 갯골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갯골생태공원(경기도 시흥시 연성동 동서로 287)이다. 갯골에 기대어 사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어 해양수산부에서 국가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 원시적인 자연미가 남아있는 갯골생태공원.
ⓒ 김종성
▲ 갯골생태공원에 사는 붉은 발 농게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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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과거 천일염 소금을 만들던 염전, 호조벌이라 불리는 들녘이 있었던 공원으로 무려 150만6500㎡(약 45만평) 드넓은 공간으로 도보나 자전거 혹은 공원내에서 운영하는 전기차로 거닐 수 있다. 원시적인 자연미가 있는 갯골 산책로 주변엔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식물과 붉은발 농게, 방게 등 귀한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칠면초는 연중 모습을 7번이나 바꾸어 붙은 이름 붙은 해초다. 붉은 발 농게는 서·남해 갯벌의 염생식물 군락지 주변에서 많이 서식하는 동물로, 재밌게도 한쪽 집게발만 커다란 게 수컷이다. 몸체만큼이나 큰 왕발을 뽐내며 암컷 농게를 유혹한다.
▲ 소금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원내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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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 가운데에 펼쳐진 벚꽃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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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찾아온 갯골생태공원을 사뿐사뿐 거닐었다. 봄날 갯골생태공원은 포근하고 따스해서 갈대숲 산책로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도 좋다. 공원 안내센터 앞에서 산책로를 따라 시간의 언덕 갯골수로 염전체험장 소금창고 흔들전망대까지 여유롭게 거닐었다. 전기차, 사륜자전거 등을 대여해 타고 다녀도 좋겠다.
일제강점기 때 천일염을 만들기 위해 조성했던 염전과 소금창고도 남아있어 시민들에게 체험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염전에서 만든 소금 가운데 전통방식으로 구워서 만드는 '자염'이 가장 귀하고 질이 좋은 소금이라고 한다. 공원 한가운데 벚나무도 심어놓아 화사한 터널이 이뤄진 벚꽃길도 기분 좋게 걸었다. 시흥지역은 4월 하순까지 벚꽃이 만발해 좋다.
▲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차고 있는 갯골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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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볼록 튀어나와 재밌고 친근한 물고기 말뚝 망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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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온 이채로운 바닷물은 멀리 오이도(시흥시 정왕동)에서 이곳까지 흘러 들어온다. 시흥의 갯골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내륙 깊숙이 들어선 '내만갯골'이자, 뱀이 구불거리는 모양으로 흐르는 '사행(蛇行)성 갯골'이라고 한다. 하루 두 번 밀물 땐 갯골의 물줄기도 넘칠 듯 수위가 높아진다.
들물 때 바닷물이 들어차면 말뚝 망둥어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물가를 펄쩍펄쩍 뛰어 다닌다. 양서류와 어류의 중간에 있는 물고기로 눈이 볼록 튀어나와 재밌고 친근하다. 드넓은 갯골이 있는 전남 순천만에도 짱뚱어라는 물고기가 있다.
안내판을 통해 말뚝 망둥어와 짱뚱어의 차이를 알게 됐다. 이름도 비슷하고 생긴 것도 비슷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등지느러미에 있다. 짱뚱어는 화려한 등지느러미가 특징이다.
▲ 갯골생태공원이 한 눈에 펼쳐지는 흔들전망대.
ⓒ 김종성
▲ 바람이 세게 불면 정말 흔들거리는 흔들전망대.
ⓒ 김종성
공원 중앙에 높다랗게 솟아있어 갯골생태공원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흔들전망대'는 바람이 세게 불면 정말 흔들거린다. 22m 6층 높이의 목조 타워로 빙글빙글 나무계단을 따라 꼭대기에 오르면 너른 갈대숲과 초원까지 한 눈에 탁 펼쳐지는 게 속이 탁 트인다.
바람이 불어 올 때면 흔들리는 갈대숲 줄기가 파도소리처럼 밀려 들려왔다. 의왕시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가을날 더욱 풍성해질 갈대숲이 기대된다, 멀리 순천만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공원 풍경에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