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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모님께서 안전하게 우리를 강 건너로 안내하실 것입니다!
우리 보다 먼저 이 세상을 살다가 하느님 아버지 품으로 건너가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 우리의 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련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의 날입니다.BR>
그러나 동시에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 그리고 아직 내게는 해당되지 않으려니 하고 안심하고 있는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위령의 날입니다.BR>
모순된 말처럼 보이지만, 삶 속에 죽음이 들어있고, 죽음 속에 또 다른 삶에 대한 희망과 기쁨이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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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천태만상입니다. 죽음의 순간을 자신의 인생이 종치는 날, 일생일대 가장 두려운 날, 어떻게서든 피하고 싶은 날, 생각만 해도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날로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느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BR>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에 힘입어 영생의 씨앗을 이미 간직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더 이상 죽음이 끝이 아닙니다. 죽음은 비록 베일에 가려있어 신비스럽지만, 그토록 꿈꾸던 하느님과 온전히 합일하고 일치하는 축복의 순간입니다.BR>
또한 그 순간은 공포에 못이겨 부들부들 떨고 치를 떠는 순간이 절대 아닙니다. 그 순간 평생토록 우리를 동반해주셨던 성모님과 성요셉, 성령께서 함께 하시며 안전하게 우리를 하느님 품으로 안내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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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 순간이 오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두 손을 크게 뻗쳐 자비하신 하느님 품에 원없이 안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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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선친께서 돌아가실 때가 기억납니다. 저희 아버지는 무척 낙천적이셨습니다. 물론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더 이상 치료가 힘들겠다는 말씀을 듣고, 잠시 낙담하는 기색을 보이셨습니다.BR>
그런 아버지가 보기 딱해서 집으로 모시고 오는 길에...제가 뭐 그깟 일로 그렇게 상심하시냐? 좋아하시는 낚시나 가자고 했을때, 얼굴에 환한 미소가 깃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BR>
호스피스 병동에서도 환하고 씩씩한 얼굴로 모범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돌아가시는 날 오전까지 두툼한 영성 서적을 열심히 읽고 계시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BR>
지금 이 순간도 죽음을 목전에 두고 병고와 맞서느라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너무 두려워마시기 바랍니다. 부들부들 떨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기쁘게 맞이하실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을 안전하게 강건너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 양승국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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