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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룸은 애초 18개의 기둥만이 덩그러니 천장과 바닥을 잇고 있는 구조였다. 전시장으로서 기운을 심고자 각 기둥을 잇는 벽채를 완성하고 6개의 기둥을 인공적으로 더해 '통로_길', '교차로_중심'의 형태를 기본 골조로 한 공간조성이 진행되었다. 이 기본 구조는 전시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기초적으로 수행하면서도, 간접적인 빛이 전혀 들지 않기에 조명의 효과와 빛의 조도를 활용한 각종 설치 및 연출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게 하는 이점을 갖는다. '교차로_중심' 방향에서 보이는 각 면은 기본 너비가 6m가 넘기에 공연 및 퍼포먼스, 이벤트 등 여러 각도에서 나름의 공간연출의 규준을 특징적으로 선보이면서도, 특색있는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획의 장소로서 그 가능성을 가진다. 따라서 프로젝트룸의 기획은 공간의 특성적인 형태와 더불어, 지역미술의 실험성 발굴, 젊은 예술, 공간해석을 통한 다양한 장르를 연구의 핵으로 삼아 '무차별적인'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펼쳐갈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밀도 있는 공간해석 및 작품소개를 위해 초기부터 하나의 작품으로 구상된 '영상 시리즈'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구출신으로 세계 무대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 김수자(1957)를 초대하였고, 프로젝트로서 선보여 왔던 영상작품들을 스터디하면서 그녀만의 색을 보이면서도 프로젝트룸 해석의 방향성과 유연하게 합치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첫 시작은 프로젝트룸의 '교차로(십자형) 구조'에 대한 독해였으며, 지속되었던 논의 속에서, '통로형 구조'의 변형체로서 '대칭적인 미로' 구조를 상상하게 되었다. 하나의 프로젝트로 기획된 각 영상들은 기존 설치방식에 따라 구성되기 보다, 의도한 동선 안에 위치한, 다양한 스크린 속에 놓여진다. 작품과 공간이 마치 하나의 설치작으로 일체화되어 공간의 의미가 보다 적극적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이번 기획에서 본 연구관점에 대한 핵심과 사유의 기준을 마련한 작품은 그의 대표작 '바늘여인(2005)'이다.
이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종교분쟁과 가난, 국제적 고립과 내전의 상징적인 현장인 파탄(네팔), 예루살렘(이스라엘), 사나(예멘), 하바나(쿠바), 리우 데 자네이루(브라질), 자메나(차드)를 배경으로 한다. 첫 시리즈인 「바늘여인(1999-2001)」은 군중들이 집결해있는 주요 메트로폴리스에서 작가가 자신의 '몸'을 '바늘'로서 인식하고 또한 스스로 '바늘여인'으로 명명하는 일종의 '성소적 의식'이었다. 이에 「바늘여인(2005)」은 세계의 이권과 분쟁, 해결되지 않는 모순적인 대립을 상징하는 장소에 접근하여 자신과 세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보다 비교문화학적, 사회학적 인문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더해준다.
이에 연구단계에서 필진의 구성 또한 본 기획의 핵심을 형성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우선 체계적 사유의 기획으로 김수자의 전 작업을 문맥화하고(서영희), 작가의 작업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노마디즘'에 대해, 이에 적절한 적용과 해석을 꾀해본다(이진경). 그리고 '원형적' 사유에 대한 단초로서 성찰과 기억에 대한 관점을 보이고(박상환), 문화적 원형에 있어 동아시아의 샤먼사상과 유불도사상을 비교분석한 논문을 참조로 수록함으로써(양회석), 다각적으로 작가와 작품이 지닌 의의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유도하기로 한다. ■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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