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너를 사랑하고 있어 (01)
꼭 3년전,
언니와 같은 중학교에 들어갔던건... 나에겐 지옥아닌 지옥이였다.
.....산다는게 싫어질만큼... 정말 지긋지긋한 3년이 아닐수가 없었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들날 있다는 말이 있듯, 괴로웠던 3년이 끝나고,
하늘은 불쌍한 나에게 동정이라도 베풀듯 커다란 선물을던져주었다.
'기숙사제 고등학교로의 입학과 오빠의 귀국..'
"오빠아~~~~~!!!!!!!
안연주운~!!!!!!!"
인천공항의 어느 게이트 앞, 안연우는 정확히 자신이 온 뒤로 일곱번째 열리는 문을 보며 하품을 했고,
핸드폰으로 시계를 몇번이고 확인한뒤 고개를 들어보았다.
.......그러나 역시 나오는건, 긴다리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스튜어디스 언니들이요...
자신이 찾는 오빠 '안연준'이 나타나지 않아 짜증이 있는데로 날 무렵.... 여덟번째로 게이트가 열렸고...
많은 사람들의 틈 사이로 후광이 나는가 싶더니(오직 안연우의 눈에만..) 그곳에는 연준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연우~"
"오빠아~~~~~~~~~!!!!
꺄아~~~~~~~~"
다른사람들이 보기엔 마치 몇년간 못만났던 혹은 닭살스러운 연인이 재회를 하는건가 생각하기 쉽상인 상황이지만..
사실 안연준과 안연우는.... '남매'이다. 서로 죽고 못사는 남매-
"아.. 정말 쪽팔려... 난 여기 왜왔어?"
나오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장남이 온다고 마중나가라는 아버지의 불같은 성화에 같이 마중나온 연주는
두 남매의 눈꼴시려운 재회를 보며 쪽팔린다고 입을 삐죽이며 툴툴거렸지만...
이미 서로가 너무 반가운 연승과 연우의 눈에는 그런 연주는 관심밖에 난지 오래전의 이야기이다.
"안연주~ 어쭈~ 오래비왔는데 반응 시크한거아냐?
우리 몇년만에 보는거거든~??"
"안연우가 다 해줬잖아- 나까지 그렇게 공항에서 주접 떨어야겠어?"
"헐~ 너 오빠를거부해?!!!!"
"아 쪽팔려 둘다 진짜- 저리 가라 쫌!!!"
"까칠하긴~
가자~ 오빠가 니네선물 많이 사왔다~!!!"
자신이 섭섭한건 눈꼽만큼도 모른체 그저 연우에게 싱글벙글거리며 어깨를 두르는 연준을 보며..
연주는 있는인상 없는인상을 쓴체 일부러 더 크게 구두소리를 내며 두사람을 따라갔다.
"다녀왔습니다_"
오랫만에 돌아온 집,
연준은 자신을 반쯤은 눈물어린 눈길로 맞는 어머니를 꼭 안아주며 담담하게 인사를 했다.
"많이.. 힘들었지?"
"아~ 엄마 언제적 얘길해~
요즘엔 가도 힘들꺼 없어~ 아들 이렇게 돼지되서 온거보면 몰라?"
"에이구!! 말이나 못하면!!
공항 못나가서 미안해~ 엄마가 아들 줄라고 맛있는거 해놓느라 그랬어~"
"아 뭘 또 그런걸 해~ 연우랑 연주와서 더 깜짝놀랐어 난-
일단 올라갈께.. 짐도 정리하고.. 선물도 좀 가져왔어~"
"뭐 그런걸 사와!! 가져오지 말랬는데두!!!!"
"에이~ 그래도!! 미쿡- 물 먹고왔잖아 아들이~ 취직도 결정되서 온거고~
어~~ 연우야~!! 이리 줘- 오빠가 갖고 올라갈께;; 그거 무거워 야~"
"헤헤- 아냐아냐 짐정리 도와줄께!!!"
모처럼 돌아온 연준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연우는 집에서는 잘 짓지않던 미소까지 지으며
마치 주인쫓는 강아지마냥 쫄래쫄래 제오빠를 쫓아 2층으로 올라갔다.
"쯧.. 아주 지 오빠라면 사죽을 못쓰지 못써....
연준이도 연우한테는 왜이렇게 무른지 몰라...."
연준과 연우를 보며 김여사는 고개를설레설레 젓고는 소파로 걸어가 몸을 묻었다.
"아.... 연우 봄에 기숙사 들어갈 망정이지..
안그럼 그 꼴 눈꼴시려서 어떻게봐?
아까 엄마가 공항에서 못봐서 그래- 완전 난 없는사람에
둘은 무슨.. 십년만에 재회한 연인도 쟤네보단 쿨할꺼다-"
".,..... 연준이가 연우 어릴적부터 너무 연우연우한게 잘못이지 뭐...
애가 버릇이 망쳐졌잖아.... 태진이도 너무 오냐오냐해서.. 지혼자 뭐하나 할줄을 모르고....
기숙사 들어가서 괜찮을런지 몰라..."
*
"흠...으읍-"
진현고등학교의 학생회실의 한구석_
두 남녀가 가는 시간조차 잊은체 서로 꼭 붙어 농도짙은 키스를 주고받으며 서있다.
남자의 목에 매달리다시피한 여자는 다리에 힘이 빠진듯, 온몸을 남자의 몸에 기대어 있고..
남자는 자신에게 메달린 여자의 허리를 꼭 끌어안아 벽에 밀어붙인체 한손으로는 허벅지를 만지작 거리며
진하게 키스를 퍼붇고 있었다.
"미...ㅇㄱ..읍-"
여자가 숨이 찬듯 입을 떼며 남자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남자는 잠시의 틈도 용납하지 않은체 계속,계속 여자를 몰아부칠 무렵..
[똑똑-]
"크흠- 흠흠-"
노크소리와 함께 헛기침 소리가 났고, 발자국소리가 멀어졌다.
그제서야 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여자를 밀쳐냈다.
"아.. 민국아!! 있지.. 민지 오늘... 집에 간다는데....
......올래.....??"
".......됐어요- 선배
이제 고3인데 공부 해야지-"
자신을 보며 애쌔 웃는 여자를 보며 민국은 뜻모를 비웃음을 날리고는 학생화실을 나갔다.
그리고는 발걸음에 속도를 붙여가며 복도를 지나는 내내 게속, 계속 입술을 닦아냈다.
너무 세게 문질러버린 탓에 안드래도 부푼 입술엔 금새 피가 맺혀버렸고..
민국은 그제서야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입술의 피를 닦아냈다.
[찰칵-]
"안연우....."
옥상으로 향하던 도중.. 계단을 오르던 민국은 왼쪽 마이주머니에 넣어놓았던 팬던트를 꺼내 열어 미소를 지었다.
그곳에는... 일곱살의 안연우가 활짝 웃고 있었다.
그리고 민국의 가슴 속에는 아홉살의 안연우가 자신의 보물을 건내며 새빨개진 눈과 코로 웃고 있었다.
단 한번뿐이였던 만남, 너무나도 어릴적의 만남이였던지라..
아마도 만국의 가슴속 안연우는미화되고, 기억은 퇴색되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자신의 첫사랑이라 여기고 있는 그녀를 떠올리며 미소짓고 있었다.
"야- 허세 고맙다-"
"오~ 부회장어때어때?!!!"
"아 몰라 존나 구려~"
"야~ 그래두 울학교에서 젤 예쁘잖아~
태진이 그새끼도 아직 방까지는 못갔데~
존나 도도하잖아 그누나~"
"도도는 옆집 개갖다줬데냐?
룸메 없다고 지방 오라는데?"
"헐~ 유민국 아직 안죽긴 안죽었구나~간만에 뜨거운 밤을 불사르는거?!!!!"
"또라이.. 싫거든~"
"헐 왜?!!!!!!
부회장이라구 부회장!!!! 사귀면 좋을것도 많고 거기다가 예쁘지 죽이지!!!
서태진도 못건드렸다는 전설이 있는데!!!
너 요즘 왜그래~ 김새게 맨날 침대앞에서 빼고!!!!"
"미친 허세- 너랑은 대화가 안된다 안되- 나 간다-"
"어~ 야아아아~!!!!!!"
*
"오빠~"
"응?"
"나.. 3월부터..
....집에 안있어-"
"응...?
...그게 무슨소리야??"
연준의 짐을 함께 정리하던 연우는 이상하리만치 말이 없었다.
그가 뉴욕에서 사다준 원피스를 보면서도 예쁘다며 작게 웃을 뿐이였고,
평소 좋아하던 초콜렛을 내밀었어도 웃는건 잠시더니...
조용히 짐정리를 도와주다 말고는.. 돌연 폭탄선언을 했다.
연준은 당연히 놀라 자빠질 지경이였고, 잠시 얼이 빠졌다가 다시 물었다.
...무슨 소리인지-
"진현고등학교...... 태진이 오빠네 학교...
나도 글루 가기로 했어....."
"연우..."
"미안.. 오빠한테 상의했어야 됬던건데...
오빠.. 너무 바쁘고 그래서..
.....근데... 나 이제 정말... 집에 있기....싫어-"
"............................."
"아아아~ 오빠야아~~~~~~~~"
"나쁜지지배!!!"
연준은 삐지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레 팩 토라졌지만...
사실 반쯤은 진심이였다.
거의 4년만에 돌아왔건만.... 매정한 동생은 그가 돌아오자마자 집을 떠나있어야 한단다.
물론_ 제가 없는 동안 연우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해왔을지 알기에 토를 달수 없는 그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섭섭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제가 멀리 나가있어 동생의 아픔을 나눠주지 못했고...
차마 고생하는 오빠에게 말 못했을 동생의 그 예쁜 마음이 연준은 너무 아프고 미안했다.
어느덧 저없이도 잘 자라버린 동생을 보며 갑자기 괜히 가슴이 따끔해졌다..
"일루와~~~"
어느덧 커버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연우는 연준의 품안에 폭 들어올만큼...
아니... 몸은 많이 커버렸다고 해도... 연준의 눈에는 아직도 아직도 꼬마인 안연우인데..
그런 꼬마가 집을 떠나 생활을 한다니...
연우가 가장 힘들어 했을 그 시기에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연준은 왠지모를 미안함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나.. 잘할꺼야-
씩씩하게 공부도 열심히 할거고, 친구들도 많이 사귈꺼고.. 재밌게 잘 놀꺼야..
그러니까.. 오빠는.. 걱정하지마~ 서울에서 용인까지 엄청 먼것도 아닌데 뭐 그렇게 걱정이 산이냐~"
"그래!!! 우리 연우는 잘 할꺼야!!!!!!!!
오빠가 맨날맨날 갈까??"
"...그건 아니라고봐...;;"
의욕 충만한 오빠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매정한 동생의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