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원고에서는 비교적 호젓한 사찰 10곳을 소개하기로 한다. 많은 사찰 중에서 10곳을 선정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선정은 아늑한 분위기와 호젓함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준에 따라 크고 볼거리가 많은 사찰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찰들은 제외했다. 크고 유명해서 사람의 발길이 잦은 사찰은 한 해를 되돌아보고 마음을 들여다보기에는 적합치 않기 때문이다. 아주 천천히 차 한 잔을 마시며 소박한 절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을 골랐다. 이중 적당한 사찰을 찾아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그 빈 마음에 청정함을 가득 담아 오시길… |
|
|
|
|
|
|
|
|
|
|
|
|
정수사 | |
|
강화는 서울에서 가까워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그러나 대부분 전등사만을 보고 이곳 정수사는 그냥 지나친다. 그러나 정수사는 그렇게 홀대 받을 사찰은 아니다. 호젓한 절집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울창한 숲속에 들어앉아 세상의 소음과 완전히 차단되어 있고, 또 서해를 내려다보는 탁 트인 조망이 있다. 허허롭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에는 맞춤인 곳이다.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울창한 숲과 수줍은 듯한 절집 건물뿐이지만 그렇다고 정수사에 볼거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수사는 대웅보전 건물이 보물 161호로 지정되어 있다. 건물은 소박한 맞배지붕 건물인데, 대웅보전 건물의 문살 문양을 눈여 | |
|
|
겨봐야 한다. 문살 문양은 부안의 내소사가 단연 유 |
|
|
명하지만 이 정수사의 문살 문양도 아주 독특하다. 화려한 꽃 문양이 장식되어 있는데, 꽃병까지 새겨진 형태로 다른 절에서는 보기 힘든 문양이다. 대웅보전의 문살을 본 다음에는 삼성원 옆 언덕 위 탑으로 가보자. 탑 근처에 서면 강화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슴이 열릴 듯한 탁 트인 전망을 보고 찻집으로 내려와 차 한 잔을 마시면 된다. 시간과 날씨가 허락한다면 가까이에 있는 장화리로 가서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정수사 : (032)937-3611 |
|
|
정수사로 오르는 계단 | | |
|
|
|
|
|
|
|
|
|
|
|
가평 현등사는 운악산 자락에 위치한 조그마한 사찰로 남양주 봉선사의 말사이다. 신라 법흥왕 때 인도에서 온 마라아미라는 승려를 위해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현등사(懸燈寺)라는 이름은 고려 희종 때 보조국사 지눌이 산 중턱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하고 찾아가보니 절터 석등에 불이 밝혀진 것을 발견하고 현등사라 하였다. 사찰 자체는 그리 볼 것이 많지 않다. 한짝짜리 쪽문이 이채로운 극락전과 그 앞으로 보이는 삼층석탑 그리고 이 절터의 기운이 강해 이를 다스리기 위해 세웠다는 지진탑 등이 전부이다. 다만, 운악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주차장부터 약 40분 정도 걷는 길이 운치를 더한다. 주차장부터 현등사까지는 적당한 경사가 이어지고 주변에는 소나무를 비롯해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오솔길 옆으로는 계곡도 함께 해 여름이면 시원한 물소리를 벗삼아 산책을 하기에 좋다. 특히 눈 내린 겨울이면 하산 길에 미리 준비해온 비닐포대를 타고 눈썰매를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다.
현등사 : (031)585-0707 |
|
|
|
|
|
|
눈내린 숲을 걸어 현등사 가는 길 | |
|
|
현등사 | | |
|
|
|
|
|
|
|
|
|
|
|
남양주시의 수종사는 한강변에 있는 운길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한강을 내려다보는 경관이 아주 빼어난 사찰이다. 찻집인 삼정헌 옆에 서면 북한강과 양수리 그리고 그 너머로 겹겹이 산능선들이 펼쳐진다. 이 경관 외에도 수종사 역시 울창한 숲이 매력적이다. 구비구비 좁은 길을 꽤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갈수록 깊은 숲속 풍경이 펼쳐진다. 일주문 앞 주차장에서 수종사까지 걸어 올라가는 구간이 숲의 절정이다. 하늘에서 강한 햇살이라도 떨어지면 숲 사이로 내리꽃히는 햇살이 아주 아름답다. 그렇지만 수종사는 이렇다 할 볼거리가 있는 절은 아니다. 울창한 숲과 북한강을 내려다보는 전망 그리고 삼정헌이라는 좋은 찻집이 수종사의 전부다. 이 삼정헌에서는 원하는 사람에게 간단히 다도를 가르치기도 하고 또 차를 무료로 내주고 있다. 산 중턱까지 올라와 시원한 한강의 풍광을 바라본 후 즐기는 차 한 잔은 아주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수종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좁고 험하다. 운전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큰 길에 있는 보건소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는 것이 좋다. 약 1시간 남짓 걸어 올라가야 한다. 수종사를 본 다음에는 양수리로 옮겨 두물머리나 세미원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수종사 : (031)576-1792 |
|
|
|
|
|
|
수종사 | |
|
|
수종사에서 바라본 한강의 풍경 | | |
|
|
|
|
|
|
|
|
|
|
|
춘천의 청평사 역시 한 겨울에 조용히 찾아가기에 적당한 사찰이다. 절 자체는 그리 크거나 볼거리가 많은 절은 아니지만, 청평사까지 가는 길이 다채롭다. 먼저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춘천역까지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소양댐까지 그리고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 선착장까지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평사 선착장에서 청평사까지 약 20분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이 길이 계곡을 따라 걷는 아늑한 길이다. 길도 고요하고 부드럽지만, 길 중간에 구성폭포와 옛 원림의 흔적인 영지가 있어 숲길의 격조를 더한다. 이 다채로운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 속을 열어보게 된다. 지금은 오음리 쪽에서 길이 뚫려 차를 가지고 청평사 선착장까지 갈 수도 있지만, 조용한 사색을 위한 여행이라면 기차와 배를 타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청평사 : (033)244-1095 소양댐 선착장 : (033)242-2455 |
|
|
|
|
|
|
청평사 | |
|
|
청평사 가는 길에 있는 구성폭포 | | |
|
|
|
|
|
충남 부여 무량사 |
|
|
|
|
|
|
무량사 가는 길은 한적하다 | |
|
부여의 무량사는 상당히 규모가 큰 절이지만, 절집의 고즈넉함을 잃지 않고 있는 사찰이다. 이처럼 규모도 크고 분위기도 좋은 사찰이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이런 점이 무량사를 무량사답게 만드는 요인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 자연히 무량사의 은근한 맛은 지워질 수밖에 없다. 무량사로 드는 길은 다른 작은 절처럼 소박하지는 않다. 그러나 수령이 수 백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고목들이 줄지어 있어, 시원하면서도 상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천왕문을 넘어서면 멀리 마주보이는 이층 목조 건물인 극락전이 나온다. 이 극락전은 보물 제185호로 지정되어 있는 건물로 바깥에서 보면 이층으로 보이지만 안에는 단층이다. 극락전 | |
|
|
안의 불상이 워낙 규모가 커서 이런 구조가 되었다. 이런 형태는 금산사 미륵전이나 법주사 팔상전 등에서도 볼 수 있다. 극락전은 아주 멋지게 생긴 건물이지만 건물 내부에는 별 치장이 없다. 큰 불상 외에는 닫집도 없고 불단의 |
|
|
치장도 거의 없어, 규모에 비해 아주 단출한 느낌이다. 극락전 주변으로 여러 당우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다. 극락전 앞 넓은 마당도 인상적이어서 마당을 돌며 극락전과 오층석탑 그리고 종루를 바라보는 눈맛이 시원하다. 그리고 무량사 감로수의 물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철분 성분이 약간 함유되어 있는 것 같아, 마실 때는 아주 시원하고 마신 후에 철분 성분을 느낄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보령의 무창포 해변까지 돌아보는 것도 좋다. 무량사에서 무창포까지는 차로 30분 남짓한 거리이다.
무량사 : (041)836-5182 |
|
|
고즈넉한 무량사의 겨울 | | |
|
|
|
|
|
충남 서산 개심사 |
|
|
|
|
|
서산의 개심사는 이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유명한 절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서 한적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사찰이다. 개심사에 다녀와서 실망스러웠다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보게 되는데, 이는 그 사람이 마음을 열고 개심사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심사에서 애써 절을 보려 한다면 당연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개심사는 절집 건물 자체는 그리 빼어나거나 뚜렷한 분위기가 없다. 심검당의 휘어진 기둥과 창방 정도가 인상적일 뿐이다. 그러나 개심사로 올라가는 돌계단과 대웅전 주변에 무심하게 흩어져 있는 소소한 집들과 그 주변 풍광을 살펴보면 역시 개심사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개심사에 가게 되면 절의 이름처럼 마음을 열고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개심사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아봐야 한다. 늦가을과 겨울에 혼자 찾아가기에 좋은 사찰이다. 개심사를 보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가까이에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과 보원사지까지 돌아보고 오는 것도 좋다.
개심사 : (041)688-2256 |
|
|
|
|
|
|
돌계단이 정겨운 개심사 오르는 길 | |
|
|
개심사 심검당 | | |
|
|
|
|
|
경북 김천 청암사 |
|
|
|
|
|
|
청암사 일주문부터 울창한 숲이 아름답다 | |
|
청암사는 수도산에서 흘러내리는 불령동천이라는 아름다운 계곡이 사찰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어 아주 특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사찰이다. 청암사로 이어지는 길이 이 불령동천을 따라가게 되는데, 울울창창한 숲길이어서 별천지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 길을 따라 일주문을 지나 불령동천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게 되는데 불령동천의 신비함이 이 다리에서 절정을 이룬다. 다리에서 계곡 상류 쪽을 보면 큰 바위 벽 사이로 작은 폭포가 숨은 듯 가려져 있다. 이 폭포가 여심폭포로 청암사 인근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청암사는 현재 여승인 비구니들의 승가대학으로 쓰이고 있어, 여심폭포라는 이름이 가슴을 애잔하게 하기도 한다. | |
|
|
워낙 깊은 곳에 있는 절이라 고요하고 한적하기로는 청암사를 따라올 절이 없다. 청암사 입구에서 청암사까지 멋진 숲길을 걸으며 자신을 되돌아보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청암사 입구에는 옛날솜씨마을이라는 민속마을이 있다. 가볍게 둘러보기에 좋다.
청암사 : (054)437-0038 홈페이지 : http://www.chungam-sa.or.kr |
|
|
|
|
|
경북 예천 용문사 |
|
|
|
|
|
경북 예천의 용문사는 역사도 오랠 뿐 아니라 사찰의 규모나 보유 문화재의 가치 등을 볼 때, 예천 최고의 사찰이라 할 수 있다. 사찰로 들어가는 길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경내로 들어가면 단아한 가람들이 경건한 분위기를 만든다. 용문사에는 보물 제145호인 대장전 건물과 보물 제684호인 윤장대, 부물 제729호인 용문사 교지, 보물 제989호인 목물좌상과 목각탱 등의 국보급 문화재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가 있다. 대장전 건물은 고려시대의 목조건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봉정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 등과 건축연대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장전 안에 있는 윤장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윤장대이다. 윤장대란 회전식 불경보관대로 이 윤장대를 한 번 돌리면 불경을 한 번 읽은 만큼의 불심을 닦을 수 있다고 한다. 원래 중국에서 글을 못읽는 불자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윤장대가 이곳 용문사의 윤장대가 유일하다. 절의 규모가 커서 고즈넉한 분위기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한적하고 은근한 분위기로는 다른 절에 절대 뒤지지 않는 사찰이다. 용문사 입구의 초간정은 예천 권씨 종택의 정자로 계곡 옆에 자리하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니, 용문사를 본 다음 찾아볼 만한 곳이다.
용문사 : (054)655-8695 |
|
|
|
|
|
|
용문사 대장전 | |
|
|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윤장대 | | |
|
|
|
|
|
전남 해남 미황사 |
|
|
|
|
|
해남의 미황사는 해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사찰이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절은 아니지만,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고 달마산의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자리한 단아한 사찰이다. 창건은 신라시대인 749년에 이루어졌지만 그동안 거의 폐사된 채로 방치되었던 것을 1980년대부터 복원을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 보니 고풍스러운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절집의 분위기가 차분해 여행자들이 마음을 열기에는 충분하다. 미황사는 서해가 내려다보이는 달마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낡이 맑으면 서해가 보인다. 그리고 그 서해로 떨어지는 일몰이 아주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낡이 맑은 날이 아니면 서해를 보 |
|
|
달마산 기암괴석이 멋진 미황사 | | |
|
|
기는 쉽지 않다. 설령 일몰을 보지 못한다 해도 조용히 산사를 찾기에는 적당한 절이다. 차 한 잔을 부탁하면 흔쾌히 차를 내주는 절로도 유명하니, 미황사에 갈 때는 차 한 잔을 청해 보는 것도 좋다.
미황사 : (061)533-3521 |
|
|
|
|
|
전남 강진 무위사 |
|
|
|
|
|
강진의 무위사는 신라 진평왕 때 지어진 사찰로, 월출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편안한 분위기의 사찰이다. 절 자체가 크거나 화려하지 않아 부드럽운 이미지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현재의 구조에서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아주 담백한 분위기의 절이다. 특히 대웅보전은 단순한 맞배지붕의 작은 건물이지만, 맞배지붕 건물의 아름다움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무위사 역시 널리 알려지기는 했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넉넉하고 여유롭게 절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무위사는 많은 벽화로 유명하다. 현재 금강문을 지나면 왼쪽으로 벽화 보존각을 따로 만들어 무위사의 벽화들을 보전하고 있다. 일반인도 이 보존각에 들어가 벽화를 볼 수 있다. 이 벽화들은 대부분 조선시대에그려진 것들로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극락보전에 있는 벽화인 아미타삼존불과 수월관음도만 |
|
|
|
무위사 극락보전 | |
|
그대로 극락보전에 있고 나머지 벽화는 보존각으로 옮겨 놓았다. 무위사 앞에서 월출산야영장 방향으로 가면 넓은 강진차밭이 펼쳐져 있다. 보성차밭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이 강진차밭도 볼 만하다. 강진차밭을 지나면 월출산 등산로가 나오는데 이 등산로로 가지말고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월남사지라는 폐사지가 있다. 월남사지에는 보물 제298호로 지정된 커다란 모전석탑이 남아 있다. 무위사에 가게 되면 강진차밭과 월남사지 석탑까지 돌아보는 것이 좋다.
무위사 : (061)432-4974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