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닷새가 지났습니다. 그날의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일부나마 정리해둬야 겠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연초의 일정들이 글 쓸 틈을 주지 않았어요. 감기 몸살까지 제게 엄습해와 좀 힘들지만 의무감을 갖고 제 PC 앞에 앉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저를 염려해 주면서 글 한 편 쓰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텐데, 바빠야 할 목회자가 그런 시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고 걱정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해 줍니다. 글감만 떠오르면 10 분 길어도 20분이면 후딱 해 치웁니다. 이것도 하나의 기술이라 할 수 있을지... .
지난 1월 24일입니다. 목요일이었구요, 11시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 3층 그랜드볼룸에서 하나의 행사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농촌 목회를 하는 제가 특별히 초청을 받은 거예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교회진흥원이 주최하는 행사였습니다. 행사 이름이 짧지 않습니다. 다 적어볼게요. '2013 제2기 1년차 사역출정식'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라비아 서수가 겹쳐 있어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군요. 아마 1기 3년차 진흥원 사역이 막을 내리고 금년에 2기가 시작되는 첫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2기 1년차가 되는 것이겠지요.
'출정식(出征式)'은 원래 군사 용어입니다. 적을 무찌르기 위해 나아갈 때 필승을 다짐하며 치르는 식이 바로 출정식입니다. 또 주위 사람들이 선거에 출마할 때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출정식'을 거행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사역 출정식'입니다. 사역은 주님의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출정식은 공중 권세 잡은 사단 마귀를 무찌르기 위해 결의를 다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교회진흥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철 목사님이 군목 출신이어서 군사 용어를 끌어다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사역을 위해서 사용해도 잘 어울리는 용어란 생각이 듭니다.
공군회관을 찾아가면서 저는 몇 번이나 위치를 확인해 봤습니다. 경부선 기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내려서 전철로 대방역에 하차하면 걸어서 5분 거리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주최 측에서 공군회관으로 행사 장소를 잡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지방에서 참석하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교통의 편리함을 고려한도 것도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10시 45분에 공군회관 마당에 들어섰을 때, 벌써 교회 차량들이 여기 저기 서 있었습니다. 촌사람이 번화한 도회지에 왔을 때 느낄 수 있는 어색함 같은 것이 제게 몰려오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3층 그랜드볼룸 앞에 안내 데스크가 기다랗게 놓여져 있었습니다. 진흥원 간사들 등 봉사자들이 친절하게 참석자들을 안내했습니다. 제1기 사역보고 시간 중 인텐시브 오픈 세미나 현장 보고를 제가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강당 맨 앞쪽 2번 테이블에 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농촌 목회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일본에서 온 OMS 아시아 책임자이자 교회진흥원 이사를 맡고 있는 Bob Warren 목사님, OMS 한국 대표 Susan Truitt 교수님과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에 앞서 파송 사역을 보고한 새전주교회 김복철 목사님 부부가 뒤에 합석을 했습니다.
2013 교회진흥원 출정식에서 Bob Warren 목사, Susan Truitt 교수와 함께
앞에 앉은 저는 자꾸 뒤를 돌아보아야 했습니다. 아는 사람들을 찾는 눈길이 뒤를 둘러보게 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공군회관의 그 넓은 그랜드볼룸에 배치되어 있는 자리가 다 찰 수 있을까 하는 괜한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자리가 차든 안 차든 저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마치 행사를 주관하는 호스트라도 되는 양 신경이 쓰였습니다. 우리 교단 교회진흥원이 설립된 지는 4년이 되어 갑니다. 짧은 연륜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그렇게 알려져 있는 단체가 아닙니다. 그런 단체에서 주최하는 사역출정식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것 같지 않은 것이 그 때의 솔직한 제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자석에 빨려드는 철분처럼 사람들이 계속 들어서서 자리에 앉더군요. 11시 정각 예배를 시작하고 15분이 흐른 시각에 그 큰 강당은 만석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도움이 있으셨겠지만 제겐 좀 신기했습니다. 총회장을 비롯한 교단의 지도자들, 서울신대 신임 이사장과 교단 각 기관장들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습니다. 연초엔 신년 하례식이란 이름으로 이와 비슷한 행사들이 각 곳에서 많이 열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빈 자리 없이 만석을 이루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교회진흥원 박대훈 이사장님과 원장 김영철 목사님의 영적 파워를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고나 할까요.
행사는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1부 출정 감사 예배, 제2부 제1기(2010-2012) 사역 결과 보고, 제3부 2013년 사역 계획 보고 및 폐회. 3부까지의 순서를 다 소화하자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진흥원 측에서 기도와 보고 등 순서 맡은 사람들에게 2-3분을 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특별 부탁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감사 예배는 진흥원 원장인 김영철 목사님의 사회로 교회진흥원 이사이자 OMS 한국 대표인 Susan Truitt 교수님의 기도에 이어 바리톤 김기용 집사의 특별찬양이 있었고, 총최장 박현모 목사님의 '예수를 바라보자'라는 설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윤완혁 부총회장의 축사와 Bob Warren 목사의 격려사가 이어졌습니다.
평신도 기관장들의 특별기도 순서엔 기도자들의 간절함과 충정이 담겨 있어서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전국장로회장 박태병 장로), 작은교회 성장과 부흥을 위하여(전국권사회장 안정자 권사), 총회와 교단 목회자들을 위하여(남전도회전국연합회장 이원호 장로), 교회진흥원 사역과 교단 부흥을 위하여(여전도회전국연합회장 나신종 권사), 교단 청소년들과 인재 양성을 위하여(교회학교 전국연합회장 최명현 장로) 등 여러분들이 사랑의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어 교회진흥원 이사장 박대훈 목사님의 인사말씀이 있었습니다.
인센티브 수여 시간입니다. 3rd Intensive Open Seminar 참석 모범교회로 다섯 교회가 선정되었는데, 맨 앞에 제가 나가 인센티브 증서를 받았습니다. 그 외에 Local Coaching Seminar 모범교회, CPM(Church Planting Movement) Leader 표창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 교회에는 전도하는 데 유용한 물품인 솜사탕 기계가 부상으로 주어졌습니다. 그러잖아도 마음만 앞서고 전도 물품이 뒷받침되지 않은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일거에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자의 광고에 이어 우리는 모처럼 목청을 가다듬어 교단가를 우렁차게 부르고 난 뒤 국내선교위원장인 역촌교회 이준성 목사님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습니다.
2013 교회진흥원 출정식에서 모범교회 인텐시브 증서를 받았다.
제2부 1기 사역보고 시간입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먼저 영상으로 실감나게 본 뒤 나와서 보고하는 식이었습니다. 파송사역은 전북중앙지방회 새전주교회 김복철 목사님이 해 주었고, 지역코칭세미나 보고는 대전동지방 소망교회 김호성 목사님이 해 주었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전도하고 사랑을 나누는 등 주님의 귀한 사역을 모범적으로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센티브 오픈 세미나 보고는 제가 했습니다. 역시 영상을 본 뒤 보고를 했는데, 영상 중 제가 기도하는 장면도 잡혀 있어 마음의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진흥원 측에서 특별히 배려를 해 주어 다리가 불편한 저는 단 아래에서 보고를 했습니다. 작은 배려가 연약한 사람을 한 없이 넉넉하게 해 주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고생한 모두에게 아름다운 선율이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박소영 외 세 사람의 가야금 앙상블이 은은하게 귀에 와 닿는 가운데, 우리는 중식을 즐겼습니다. 빵을 곁들인 비프스테이크는 양에 비해 빈 배를 든든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중식을 들면서 진흥원이 준비하고 있는 2013년 사역계획 보고를 김영철 목사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연륜에 비해 그리고 갖고 있는 규모에 비해 뜻있는 많은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열정이 놀라웠습니다. 진흥원 관계자들의 성실성은 교단 인사들 특히 목회자들에게 인정받고 남음이 있습니다. 이번 출정식 안내와 참석 여부를 묻는 문자를 당일 새벽 것까지 다섯 번이나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통해 역사하신다는 것을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사회가 먹구름으로 덮여 있다고 해도 주님이 살아 계시는 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 손 놓으려 할 때에도 주님의 일에 성실하게 임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들을 통해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늘 친절함, 성실함, 따뜻함으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멘토가 되려고 하는 교회진흥원 박대훈 이사장님, 김영철 원장님 그리고 스탭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교회진흥원의 발전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선물을 하나씩 받아 행사장을 나서는 발걸음들이 더 없이 가볍게 보였습니다. 교회진흥원의 의욕적인 기지개란 생각을 하면서 저도 역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