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때 촛불을 켜는 의미는?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창세 1,3) 예로부터 성스러운 곳이나 성스러운 예식을 거행하는 데 빛이나 불이 있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주님 성전에는 “등잔 일곱 개를 만들어 앞쪽을 비추도록 등잔대 위에 올려놓아라.”(탈출 25,37)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나는 세상의 빛”(요한 8,12)이라고 말씀하셨고,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마태 5,14)이 되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촛불은 온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32)
또한 초는 십자가상의 희생을 상징합니다. 초가 스스로 태워 빛을 주듯이 예수님도 십자가의 희생으로 어두운 세상에 빛을 밝히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셨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부활성야에 밝히는 부활초는 전례상으로 그리스도의 빛을 뜻하는 최고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성인의 성상 앞에 촛불을 켜 놓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덕을 상징하며, 전구를 청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죽은 자 앞에 켜 놓는 것은 그들이 곧 주님을 뵈올 수 있기를 기도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세례 성사나 첫영성체 예식 때, 수도서원이나 성품성사(聖品聖事) 때에 후보자들이 촛불을 받아들이거나 촛불을 들고 입장하는 것은, 촛불이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듯이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이웃을 위해 태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사 때 촛불을 켜는 것은 하느님께서 함께하심, 특별히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심을 나타냅니다. 미사 때 제대 위에 켜는 초 개수는 그날 전례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평일이나 기념일에는 2개의 초를 켭니다. 그러나 주일이나 축일에는 4개의 초를 켭니다. 또 대축일에는 6개의 초를 켭니다. 교구장이 주례를 하는 경우에 한해 교구장 초를 밝힙니다. 일반적으로 교구장이 본당에 방문하실 경우에는 대축일 미사나 특별한 미사(1등급)를 집전하시기 때문에 초를 7개 사용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전례력(등급)에 맞게 초를 밝히고 교구장 초(+1)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이 밤낮으로 행진할 수 있도록 그들 앞에 서서 가시며, 낮에는 구름 기둥 속에서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기둥 속에서 그들을 비추어 주셨다.”(탈출 13,21)
2017년 4월 16일 예수 부활 대축일 서울주보 5면, 김지영 사무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