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 단기거주 마지막 주를 보내다(양평-영월-횡성)
1. 양동 단기거주 마지막 주이다. 1년간 계약했지만 계획한 여행코스를 모두 다녀왔고 여름 장마도 조금은 걱정되어 9개월로 마무리하기로 했고 다행히 집주인도 동의했다. 6월 21일까지 거주하기로 한 것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 거주하다보니 주변 환경이 익숙해졌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장점이었던 역과 도서관이 있다는 점은 여전히 양동 쌍학리의 매력적인 요소이다. 그럼에도 특별하게 강한 끌림이 오지 않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오랜 답사로 인한 일종의 착시로 눈이 높아졌기 때문일까? 그것보다는 숙소의 불편함 때문일지 모른다. 아무 것도 설치되지 않는 집은 임시로 거주하기에는 적당하지 못했다. 냉장고도 텔레비전도 없는 공간에서 처음에는 음악과 컴퓨터 작업을 하기로 했지만 답사로 지친 몸에 그리 적절한 계획은 아니었다. 힘들 때에는 멍하게 수동적인 작업이 더 필요했다. 주변 환경도 조금 막혀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비록 여러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코스는 있지만 그다지 매력적인 길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쁘지는 않지만 다시 찾고 싶은 곳은 아니라는 결론이 난다. 다만 역과 도서관이라는 압도적인 메리트가 여전히 장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2. 마지막 답사 코스는 이틀간 영월과 횡성의 다니지 않은 길을 중심으로 이동했다. 6월임에도 기온은 35도 가까이 치솟은 땡볕 더위에 최고로 더운 시간을 이동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열기가 다가왔다. 아직 습도가 높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평소에 소변 관계로 물을 적게 마셨는데 더위로 끝없이 물을 마셔도 배출되지 않는다. 더위가 몸의 체질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영월은 동강을 따라 운탄고도의 길을 따라 걸었고, 횡성은 역 앞 하천에 마련된 생태길을 따라 시내 쪽으로 이동했다. 이번 답사는 계속 걷기에는 무리가 있어 중간에 시내에 있는 작은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피곤한 몸에 몽롱한 상태로 보는 영화도 나름 흥미로웠다. 영화의 내용보다는 분위기와 환경이 여행과 고독이라는 특별한 기억을 주었다.
3. 이번 답사의 핵심은 영월과 횡성 두 곳 모두 충동적인 여행 장소에 적절하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현재의 답사는 10년 후에도 계속될 여행 장소를 수집하는 과정일지 모른다. 체력이 떨어지고 차량이동도 어려운 상황에서 여전히 움직일 수 있는 힘과 자유가 있다면 그때 갈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다. 영월과 횡성 그런 요소를 갖추고 있다. 더구나 영월은 막걸리와 다슬기전으로 몽롱해진 마음으로 저녁의 낭만적인 정서를 맛볼 수 있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저녁이 아름다운 역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시간의 흐름을 반추할 수 있는 장소의 발견은 역 답사의 핵심적인 즐거움이자 목표일지 모른다.
4. 단기거주 마지막 날, 짐을 정리하고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역과 도서관을 둘러보고 마을 사이를 걸었다. 우연하게 거주한 곳이 아닌, 절대적으로 내가 선태한 곳에서의 일정은 그 자체로 ‘자유의 여정’이다. 모든 것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 의미를 드러낸다. 이 곳에서의 기억도 이후 내가 살아가는 형태나 방식에서 그 가치와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현재는 과거를 통해 만들어지고, 미래를 통해 재해석되는 것이다. ‘양동’의 시간이 매력적으로 인식되었을 때, 아마 그때 다시 이곳을 방문할지 모른다. ‘기억의 장소’를 만드는 것은 ‘소중한 사람’과 만나는 것만큼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첫댓글 - 자유의 여정!!! 탄탄대로가 아니다. 낭만의 거리도 아니다. 피폐한 삶의 찌꺼기도 아니다. 걸어가며 숨쉬며 느끼며 찾아가고 싶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