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지금부터 약 20일 정도 전으로 가봐야 겠네요. 7월 7일날 조용
하던 우리카페가 갑자기 시끌벅적 해진 일이 있었죠. 매일 아침 지하철역
에서 공짜로 나눠준다는 '메트로 신문'에서 우리카페가 소개되었습니다.
그날로 우리카페의 가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죠. 여행정보를 얻고
자 하시는 분도 있었고, 여행이라는 그 말 하나만으로도 설레임을 안고
오신분도 있었고, 무어가 우리카페 차원에서의 여행을 기대하시는 분들
도 많았습니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것, 그냥 흔히 차를 타고 다
니는 것과는 다른 신선함을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덜컹거리는 열차창문
에 기대에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의자를 마주보도록 앉아 맞은편 사람
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옆자리에 앉은 낯선 사람과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를 해보기도 하고..그 밖에 여러가지 기차에 대한 추억이나 이미지가 있
겠죠.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한 것 같군요. 어쨌든 우리카페의 주인장이신 박준규
님과 저는 이러한 카페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지난 3월 이후로 중지
되었던 정모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지는 아직도 때묻지 않은 자연
을 가지고 있으면서 조선조 단종의 애달픈 사연이 있는 영월을 택하게 되
었습니다. 물론 느끼기에 따라 틀리겠지만 서울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도 않은 곳이기도 하지요.
오랜만에 실시하는 정모이니 만큼 준비도 많이 했습니다. 우선 제가 영월
로 사전답사를 가서 여행일정과 비용, 교통편등을 알아봤습니다. 예비답
사 과정에서 영월역 허숙 역무원님과 고씨동굴에서 이재인님의 도움이 컸
습니다. 그리고 박준규님은 비용산정, 열차표 예약, 유인물 제작 등 여러
가지로 수고를 많이 해 주셨습니다. 특히 같은 좌석을 붙이기 위해 고생
을 많이 하셨습니다. 마침 많은 분들이 여기에 호응하시어 영월정모가 이
루에 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여행당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난 순간 창밖으로
비소리가 '쏴'하고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헉! 모처럼의 정모를 망치지나
않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간에 아침일찍 집을 나서서 용인
시내에서 5600번 좌석버스를 타고 잠실을 거쳐 청량리역을 향하게 됩니
다. 일요일 아침에는 차가 없어 거의 고속버스 수준으로 버스가 내달리는
군요. 1시간 20분 걸리는 거리를 단 50분만에 달려왔습니다. 저로써는 고
마운 일이죠. 전철로 갈아타고 청량리역에 도착해 보니 7:20 이로군요.
준규형은 근처에서 식사중이고 신청을 가장 늦게 하신 안홍규님이 가장
먼저 약속장소로 오셨습니다. 아미짱님, 이유진님, 철도시발지님, 만물
의 주방장님, SHIM님, 백우님이 금세 도착하시는군요. 그리고..집이 꽤
멀리 떨어져 있어 아슬아슬한 별리님도 여유있게 도착합니다.
정광휘.COM님의 개표를 받고 우리가 탈 #521열차에 오릅니다. 우리열차
옆 홈에는 정선으로 떠나는 5일장 열차가 우리열차와 나란히 출발을 기다
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521열차는 신조 밀레니엄 객차라 더 편한 여행
을 할 수 있겠군요. 금세 자리를 잡고 설레이는 사이 우리 열차는 청량리
역을 벗어납니다. 저는 현재의 연장자이신 김형심(SHIM)님, 박지현(백우)
님, 박준호(철도시발지)님과 함께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옆에
는 박준규님, 만물의 주방장님, 아미짱님, 안홍규님이 자리를 잡았고요,
뒤로는 별리역(조폭토끼라고도 합니다.ㅋㅋㅋ)님, 이유진님의 자리를 잡
게 됩니다. 마침 김형심님이 김밥을 준비하여 아침부터 일찍 날아오느라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탄 승차권과 스템프를 보여드리기도 하고 철도시발지님의 스템프자
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형심님의 '공포의 발냄새 10시간 여
행'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강릉에서 임시 버스를 타고 부산까지
내려오게 되었는데 마침 산에서 조난당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앉아 있었
는데 산에 오래있어 잘 씻거나 옷(양말)을 갈아입지 못하여 발냄새가 특
히 심하게 났는데 그 옆에서 10시간을 함께 와야 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정말로 라디오에 나오는 체험담에 재미있게 각색하여 제출하시면 상당히
재미있을듯..백우님의 철탑(송전탑) 무용담도 흥미 있습니다. 가끔 현장
에 올라가게 되는데 들어보니 100M가 넘는 송전탑에 올라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원주역에서는 도시락을 맛있게 주문하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원주역을
출발하고 조금 있으면 반곡역을 거쳐 재미있는 또아리굴(루크식터널)을
통과하게 되죠. 다리를 건너면서 모텔이 하나 보이는데 터널을 둥글게 지
통과하면 아래로 아까 지나온 철길이 보이고 바로 밑으로 아까 봤던 모텔
건물이 거짓말 처럼 다시 나타납니다. 다들 흥미있게 구경하시고..조금
있으면 일제말 철도 노동 징용자들의 한이 서려있는 치악터널을 지나게
됩니다. 길기도 상당히 길어 음산한 분위기를 주기도 하는 곳이죠. 우리
나라에서는 현재 5번째로 긴 터널이라고 합니다.(슬치터널, 정암터널, 죽
령터널, 인등터널, 치악터널) 터널을 통과하고 신림역을 지나면 강원도에
서 잠시 벗어나 충청북도 제천시로 들어가게 되죠. 봉양역에서는 조치원
에서 뻗어온 충북선 철로와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제천까지는 화차가 길
게 늘어선 제천 조차장을 통과합니다. 제천역은 중앙선과 태백선의 분기
역이죠. 강릉, 안동.부산, 대전, 청량리 방면으로 사방으로 열차가 다니
기 때문에 역의 규모가 큰 곳입니다. 우리열차가 태백선으로 들어서자 상
대적으로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깊은 산과 푸르르게 우거진 나무
들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죠. 그리고 옆으로는 2차선 도로에서 마침
안산에서 출발한 태백행 직행버서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합을 하는 듯
합니다. 역의 규모에 비해 선로가 꽤 많은 입석리역을 지나 시멘트 공장
이 있는 쌍룡역에서는 청량리로 가는 #524 열차과 교차운행을 합니다. 맞
은편 기차의 승객과 눈빛이 마주치고..이런 경험 자주 해 보셨죠?
공장인입선으로는 회사로 매각한 듯한 노란 색칠을 한 디젤기관차가 화차
를 끌고 쌍룡역으로 나오고 있군요. 이윽고 우리열차는 우리가 이따가 들
릴 청령포를 보여주며 영월역으로 내달립니다. 청령포에서는 마침 청령포
신호장(열차가 교행할 때 신호를 받고 대기하는 곳)이 있지요. 동강과 서
강히 합쳐져 단양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철교를 건너고 우리열차는
드리어 한옥집의 역사가 유난히 예쁜 영월역에 도착합니다.
-----------------계속----------------------
카페 게시글
기차여행(강원도)
NO.37[가자 철마야]영월(고씨동굴, 청령포)-기차여행기를 적는 사람들 제 13차 정모(2003.7.27)-1
다음검색
첫댓글 언제 쓰셨데요... 운영진들 고생많았습니다 특히 계란후라이 덮힌 도시락은 캡이였음다
2편도 가능한 한 빨리 올리도록 하죠. 어젯밤꿈에서 그 도시락이 보이더라는..
헉......
운영자님 관리자님 고생 많이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