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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07 - 사랑이 사랑을 묻다.
S#1. 호텔 욕실(밤)
세면대에 쏟아지는 물소리가 미연의 울음소리를 지운다.
욕조에 걸터앉아 미연이 울고 있다.
공들여 한 화장이 얼룩진다.
흐느끼듯 크게 숨을 몰아쉰다. 한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울음을 끝내고 세수를 한다.
S#2. 객실(밤)
조용히 욕실에서 나오는 미연,
침대에 걸터앉은 동진을 본다. 동진의 뒷모습은 우울하고 착잡해보인다.
시선을 느끼고 동진이 돌아본다.
미연, 처음으로 보이는 맨 얼굴이 어색하다. 쑥스럽기도 하고, 겸연쩍게 웃는다.
동진 : 괜찮아졌어요?
미연 : 예....... 그만 가요.
S#3. 은솔의 방(밤)
잠옷 차림의 은솔이 방을 나가고 있다.
침대에는 옷도 안 갈아 입은 미연이 잠들어 있다. 잠든 미연은 아이같은 표정이다.
S#4. 베란다(밤)
잠옷 차림의 은솔이 실전화기의 종이컵에 대고 동진을 부른다.
동진의 창문엔 불이 켜져 있다.
은솔 : 아저씨.... 아저씨... (실을 당겼다 놨다하면서) 아저씨.... 아저씨...
그림자가 움직이더니 창문이 열리고 동진이 얼굴을 내민다.
처음으로 은솔의 통신을 받은 동진. 의아하다.
동진 : 안 잤어?
은솔이 종이컵을 입에 대고 동진을 쳐다본다.
동진이 종이컵을 귀에 댄다.
은솔 : (종이컵에 대고) 아저씨... 제 아빠가 돼주시면 안돼요?
동진이 긴장한다.
은솔 : 만약 아빠가 돼주시면.... 노력해서 착한 딸이 될게요.
(우물쭈물 화난 것처럼) 난 귀엽지도 않고, 웃는 것도 이상하지만,
아직 어리니까..... 열심히 하면 좋아질 거예요.
간신히 말했다는 듯 한숨을 쉬는 은솔.
동진이 대꾸가 없자 눈치를 흘깃 보더니 고개를 숙인다.
동진 : (큰소리로) 은솔아!
은솔이 동진을 본다.
동진이 종이컵을 귀에 대라고 손짓한다.
은솔이 시키는 대로 한다.
동진 : (종이컵에 대고) 지금도 충분해. 충분히 귀여워.
은솔이 동진을 바라본다.
동진이 미소를 지어보인다.
(동진) : 그럼 어떡하냐?
S#6. 탄천 조깅로(밤)
준표와 동진이 걷고 있다.
겨울밤이라 운동하는 사람은 드물다.
억지로 나온 준표는 듣는 둥 마는 둥.
동진 : 것다 대구, ‘그래, 너두 노력하면 귀여워질거야 파이팅!!’ 그럴 수 있냐?
준표, 대꾸없다.
준표의 무반응이 신경쓰이는 동진, 눈치를 보며
동진 : 그러니까 내 얘기는 꼭 아빠가 돼주겠단 의미가 아니라... 그때 그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니까....
(말하다보니 화난다) 그래, 솔직히 그 순간엔 아빠가 되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 됐냐?
준표, 동진을 흘깃 쳐다보더니 한숨을 푹 쉰다.
동진, 얘가 왜 이러나 싶다.
준표 : 아버지가 되든지 할아버지가 되든지... (쾡한 눈으로 앞서 걸으며)....아아. 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오솔길을 돌아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동진, 나란히 걸어가면서 준표의 옆얼굴을 본다.
준표 : 차마 떨치고 갔으면 그 뿐이지, 왜 다시 나타나셨습니까?
동진 : 너 열 있냐?
준표의 시린 속을 동진은 모른다.
S#7. 헬스룸(낮)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헬스중인 정우성.
운동하는걸 바라보는 은호, 얼굴이 푸석하다.
은호, 정우성을 지켜보다가 살살 걸어서 의자에 앉는다.
먼저 윤희가 앉아있다.
은호 : 앉아만 있을래?
윤희 : 서 있으면 토할 것 같단 말예요
은호 : 작작 좀 마시지
윤희 : 마지막에 질주한 게 누군데?
은호 : 해장했어?
윤희 : (고개를 흔든다)....짜장면 시킬까요?
은호, 우욱! 쏠린다.
살살 걸어서 밖으로 나간다.
S#8. 휴게실(낮)
살살 걸어오는 은호.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은솔을 발견한다.
은호, 은솔에게 눈 높이를 맞추면서...
은호 : 은솔이 이제 일곱 살이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은솔 : (경계하듯 몸을 빼면서) 예...
은솔의 경계하는 태도에 움찔하는 은호,
미연이 등장한다.
미연 : (은호에게) 얼굴이 왜 그래?
은호 : (애매하게 웃는다) 어...
미연이 은호에게 손을 흔들며 퇴장한다.
은호, 손으로 입 냄새를 확인한다. ‘안나는데...’
미연, 은솔과 엇갈려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퀵서비스맨.
퀵서비스맨 : (상자의 이름을 확인하며) 유은호씨 계십니까?
S#9. 화장실칸(저녁)
배달상자에 적힌 은호의 이름
당구장 표시와 함께 적힌 글귀 ‘반드시 혼자 있을 때 열어볼 것’
밖에서 들리는 화장실의 일상적인 소리들.
변기에 앉은 은호, 뭘까? 흔들어본다.
아무소리도 안난다.
은호, 조심스럽게 뜯어본다.
흘리지 않도록 스티로폼으로 여백을 메꾼 음식 포장이 나온다.
메모지가 있다. ‘어제 술 많이 마셨다면서요. 해장엔 복국이 최고래요. 호텔 한식당에서 한 그릇 훔쳐 보내요.
혼자 먹어요.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은 당신의 누군가로부터‘
메모지의 하단에 호텔로고가 박혀있다. 그릇에도, 포장지에도 곳곳에 호텔 로고가 박혀있다.
은호, 픽 웃는다.
뚜껑을 열어본다.
아직도 김이 모락 모락 올라오는 복국.
군침이 돈다. 동봉된 숟가락으로 고기 한점을 입에 넣는데...
옆에서 들리는 리얼한 소리 ‘끄응....’
은호, 동작이 멎는다.
똑똑 옆 칸에서 들리는 노크소리.
(윤희) : 거기 휴지 있나요?
은호, 곤란하다.
물 내리는 소리 선행한다.
S#10. 병원 복도(낮)
화장실에서 나오는 연이.
코트를 들고 기다리던 준표,
연이가 코트 입는 걸 도와준다.
연이 : (쉴새없이 수다를 떤다) 요샌 시도때도 없이 마려운데 귀찮아 죽겠어.
자다가도 서너번은 깬다니까. 애가 커지면서 오줌보를 누르나봐.
준표 : 어....
연이 : 겨울이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여름에 배불르고 이래봐, 땀띠 나고 죽지.
어른들이 그러더라구, 여름에 임신해서 봄에 낳는게 최고라고, 배란일 계산해서 한방에!!
준표, 변해도 너무 변한 연이를 야속하게 쳐다본다.
연이 : (준표 시선에) 뭐? 알려줘?
준표 : 어....아니....
연이 : 하긴 니가 더 잘 알겠지. 그치만 실전은 또 다르다. 나 간다. 들어가.
건물을 빠져나가는 연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준표.
이때 뒤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
‘사랑이 떠나가네.... 또다시 내곁에서..... 이번엔 심각했지...’
지호가 책이 든 카트를 밀며 준표 앞을 스윽 지나간다.
준표, 화내고 싶지도 않다.
어깨를 늘어트리고 지호 옆을 지나간다.
지호, 준표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선곡을 바꾼다.
준표 뒤를 쫓아가면서
지호 : (노래하는) 누가....사랑을 아름답다....했는가? 누가 사랑을....아름답다아아아아 했는가?
참다 참다...... 준표 홱 돌아선다.
준표 : 유지호!!
지호, 옆 병실로 쏙 들어가버린다.
S#11. 동이의 무덤앞(낮)
‘2003년 1월 3일~2003년 1월 3일’ 이라는 동이의 생일과 기일의 날짜.
검은색 넥타이를 맨 동진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무덤앞에 서 있다.
문득 한숨을 쉰다.
(동진) : 다 너 때문이야. 이동이. 너 때문이라구... 알고 있냐?
동진. 햇빛이 눈부신것도 아닌데 눈을 찌푸리며 먼데를 본다.
발소리가 들린다.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은 은호가 올라온다.
은호, 동진의 촉촉해진 눈을 바라본다.
은호 : (일부러 뚱하게) 일찍 왔네.
동진 : (감정을 추스르며) 어.
은호, 가방에서 밤을 꺼낸다.
깐 밤이다.
동진 : 깐 거 샀어?
은호 : 작년에... 와서 깔려니까 손시렵더라구.
동진 : (어쩐지 좀 슬퍼져서 한숨이 나온다)
은호 : (약간 미안하기도 하고) 깐 거 사나, 직접 까나 밤이 밤이지 뭐....?
동진 : 그래.
은호 : (눈치보며 툴툴댄다) 내가 좋아한 건지 뱃속의 애가 좋아한 건지 알게 뭐냐고 할땐 언제구...
동진 : (밤을 하나 집어먹으면서) 그러니까 누가 뭐랬냐구....
다른때 같지 않은 동진이 어쩐지 신경 쓰이는 은호,
동진의 손가락이 눈에 들어온다.
은호 : 반지 어쨌어?
동진 : (자기 손가락을 보며)....서랍 속에 넣어 놨어. (은호 손가락의 반지를 본다) 했네?
은호 : (왠지 손해본 것 같다) 오늘 같은 날은 하라고 한 게 누군데...
은호, 툴툴대며 향을 피운다.
향 연기가 길게 올라간다.
동진 : (먼데를 보면서) 살아있으면 세살이구나.
은호, 동진을 슬쩍 본다.
S#12. 국수집(낮)
은호가 국물을 떠먹는다.
동진. 먹는둥 마는둥 은호를 바라본다.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은호, 오늘따라 머리는 부스스하고, 입술이 텄다.
혼자 감상에 젖는 동진.
은호가 쳐다보자 시선을 피한다.
(동진) : 이뻤는데...눈부셨는데... 니가 뭘 해도 가슴이 뛰던 때가 있었는데....
은호 : 왜?
동진 : 아니야.
슬픔을 감추려 국수를 먹는 척 고개를 돌린다.
은호, 국물 위주로 먹는다.
동진, 다시 은호를 애닯게 쳐다본다.
(동진) : 언제까지 니가 늙어가는걸 볼 수 있을까? 내가 늙어가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 앞날이 어떻게 되든 행복해라.. 은호야 부탁이다... 행복해져라...
은호, 아예 대접을 들고 국물을 마신다.
후루룩!!
어~~!! 국물맛을 느끼는 은호.
뜨악한 동진.
은호 : (동진의 시선을 눈치채고) 뭐?
동진 : (조금 깨지만, 감상을 유지한채로) 아니라니까.
은호 : (제풀에) 그래 나 얼굴 푸석해. 술병 났어. 됐어? 당신도 송년회 신년회 달렸잖어?
남자가 참... 그런건 좀 모른척 하고 그래라.
동진 : (울컥한다) 그런 거 아니야.
은호 : 그럼 뭐?
동진 :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냥 우리 지난날이랑 앞으로를 생각해보다가...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은호, 슬쩍 시계를 본다.
2시가 지나고 있다.
동진 : ...우리 참 많이 변했지.
은호 : 나 늙었단 얘길 할라구?
동진 : (짜증낸다) 좀 들어봐라.
은호 : 짧게 해. 뭐가 그렇게 길어. 당신 늙나봐.
동진 : (열 받았다) 짧게? 좋아. 짧게!! 그동안 즐거웠다. 잘먹고 잘살아라. 됐냐?
(지갑을 꺼낸다) 분위기 깨는데 너만한 이 또 없다. 대단하셔 유은호 (박수치면서) 부라보.
동진, 6000원을 테이블에 놓고 먼저 나간다.
은호, ‘왜 저러나’ 싶다.
S#13. 스포츠 센타(낮)
은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데
테이블에 둘러앉았던 윤희와 울룩불룩 헬스강사들이 돌아본다.
은호 : 점심 먹었어?
윤희 : (은호 반응을 살피듯 빤히 쳐다보며) 사장님이 들어오래요
은호 : 왜?
윤희 : 또 왔거든요.
윤희가 백화점 쇼핑백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윤희와 헬스강사들, 은호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한다.
쇼핑백을 보는 은호, 어이없다.
사장실로 들어가는 은호를 곁눈질하는 윤희와 헬스강사들.
S#14. 호텔앞 공원(낮)
연회복 차림의 현중이 사람을 찾는다.
은호를 발견하고 그 쪽으로 뛰어간다.
현중 : (환하게 웃으며) 이따가 볼텐데 그새를 못참아요?
은호, 냉정한 얼굴로 쇼핑백 세 개를 건넨다.
현중 의아한 얼굴로 쇼핑백을 받는다.
은호 : 지난번에 집에 밥 먹으러가면서 뭐라 그랬어요? 아무 의미 없다고 서로 확인했잖아요?
말로만 약속한거예요? 그날 이후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구경하러 오고,
내가 이런걸 왜 받아야 돼요?
현중 : 내가 보낸거 아닌데.
현중, 쇼핑백안을 보다가 명함을 발견한다.
호텔 로고가 박힌 명함이다. ‘대외 영업부 부장....’
현중 : (픽 웃는다. 별일 아니라는듯) 신경쓰지 마요. 그냥 받아써요
은호 : (현중의 심각하지 않은 태도에 열 받았다) 현중씨한텐 심각한 게 뭐예요?
난 이런거 신경쓰여요. 아주 곤란해요. 클럽은 내 직장이고, 사람들이 수군대는거 난 싫어요.
알아들어요?
현중 : (순순히) 미안합니다.
은호, 현중의 너무 쉽게 사과하는 태도도 마음에 안든다.
은호 : 도대체가... (말을 바꾼다) 그동안 내가 오해받을짓 했다면 미안해요.
난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같은거 할 생각 전혀 없어요. 그것만 확실히 해줘요.
은호가 돌아선다.
현중, 쇼핑백을 든채 멀어지는 은호를 바라본다.
S#15. 스포츠 센타 헬스룸(낮)
현중이 헬스중이다.
은호가 들어선다.
현중이 아는척을 하지만.
은호, 현중을 피하지 않고, 냉정하고 사무적으로 가볍게 인사한 다음 그냥 지나가버린다.
다른 회원의 동작을 바로잡아주는 은호를 바라보며.
현중, 이번엔 좀 어렵겠구나... 생각한다. 이마를 긁적인다.
S#15-2. 병원 휴게실(낮)
여기 곤란에 빠진 또 한 남자가 있다.
연이와 연이남편과 마주앉은 준표.
연이 남편은 연이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데, 이야기 틈틈이 스킨쉽이 과하다.
연이 : (애교있게 투정한다) 자다가 손발 주물르는거 그게 힘들어?
나는 뱃속에 10킬로그램을 넣고 다니는데... 못됐어.
연이남편 :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연이의 머리를 끌어안는다)
연이 : (좋으면서) 흥! 준표, 넌 장가가서 그러지 마라.
준표 : 어? 어....
연이 : 결혼 언제해? 애인은 있어?
준표 : 어....어....있어.
연이 뒤에 앉아있던 여자가 스윽 돌아본다.
지호다. ‘있어?’ 라고 입모양으로 말한다.
준표, 움찔해서 시선을 돌린다.
연이 : 그래? 뭐하는 여자야? 언제 같이 볼래?
준표 : (당황했다. 지호 눈치를 보랴. 거짓말하랴) 아니. 그게...얘가 낯을 가려서...
연이 : 애인 있구나. 하고 다니는 걸로 봐서 솔론 줄 알았는데...
(남편에게) 이제와서 말인데... 대학때 얘가 나 좋아했었어
연이남편 : 그래?
준표 : (당황했다) 아니..내가...좋아했다기보다는...
연이 : 괜찮아. 사귄 것도 아닌데... (남편에게 찰싹 붙으며) 이해하지?
연이남편 : (이뻐죽는다) 요 요 이쁜 여우.
연이. 남편에게 아주 안겨있다.
준표, 억지로 웃으며 딴 데를 본다.
(지호) : 자기야!!
돌아보면 지호가 웃고 있다. 귀여운 척 눈을 깜박이면서...
연이와 연이남편보다 준표가 더 놀란다.
지호, 준표 옆에 앉는다.
지호 : (준표의 팔짱을 끼며 코맹맹이소리로) 우리 자기 놀랬구나? 자기보고 싶어서 그냥 왔어.
자기도 나 보고싶었지?
준표 : (그렇다는 소린지 아닌지) 어어...?
지호 : (연이와 연이남편에게) 안녕하세요. 우리 자기 자기예요.
연이남편, 인사하면서 연이에게 둘렀던 팔을 풀르려고 하는데
연이, 그 팔을 탁 잡으며 남편을 쏘아본다.
S#15-3. 병원 현관(낮)
연이와 연이남편 멀어진다.
지호를 돌아보는 남편을 채근하는 연이.
준표와 지호가 둘을 배웅하고 있다.
지호, 한손으로는 자기 어깨에 두른 준표 팔을 잡고, 한손은 준표의 허리레 두르고 있다.
준표의 어정쩡한 미소와 지호의 애교있는 얼굴.
연이 부부가 코너를 돌아 사라지자 싹 사라진다.
준표 : (어깨에 두른 팔을 뺀다. 고맙기도 하고) 왜...끼어들구 그러냐?
지호 : 어찌나 버벅대시던지...내맘이 다 짠합디다. 이제 인정하죠? 사람도 변하고 사랑도 변하는거예요 예?
준표, 축 쳐져서 들어간다.
지호, 따라 들어가면서...
(지호) : 인정한거예요. 인정했어요. 내가 이긴거 맞죠? 밥 사요?
(준표) : ....언제 내기했냐?
지호, 준표 안으로 들어간다.
S#16. 서점(낮)
은호가 책을 찾는다.
서가 사이로 들어간다.
맨 위칸에 ‘운동역학에 관련된 책’이 보인다.
사다리위에 올라가있는 남자의 다리가 보인다.
은호 : 거기 책 좀 뽑아주세요
남자가 책을 건넨다
(플래시백)
사다리위에서 책을 건네는 아사무사 필터속의 동진.
사다리위의 남자는 언젠가 동진이 소개해주려던 그 남자 ‘김진철’이다.
남자가 미소짓는다.
필터가 싸악 걷힌다.
S#17.서점앞-거리(낮)
서점에서 나오는 은호,
역 쪽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멈춘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미연과 동진. 그리고 은솔을 발견한다.
동진이 미연에게 뭐라고 하면서 웃는다.
은호, 자기도 모르게 골목으로 몸을 숨긴다.
S#18. 골목(낮)
골목에 들어온 은호,
은호 뒤로 미연과 동진. 은솔이 지나간다.
(은호) : 숨긴 왜 숨어? 죄 졌어?
은호, 숨은 자기가 바보같다. 일부러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밖으로 나간다.
S#19. 서점앞 길(낮)
은호가 골목에서 나온다.
동진등이 걸어간 쪽을 쳐다본다. 당당한 얼굴로...
은솔을 사이에 두고 걸어가는 미연과 동진의 뒷모습.
은솔이 머뭇대다가 동진의 손을 잡는다.
은호, 움찔한다.
동진도 순간, 움찔하지만 미연과 함께 은솔을 부웅 날려준다.
S#20. 다른 쪽 길(낮)
은솔의 손을 양쪽에서 잡은 동진과 미연이 은솔을 부웅 하고 날려준다.
‘3인가족’처럼 보이는 그들 뒤로 돌아서는 은호가 보인다.
멀어지는 은호의 등이 쳐져 있다.
은솔이 손을 놓고 쪼르륵 달려간다.
애완견 가게의 유리창을 들여다본다.
미연 : 개를 좋아하는데... 알러지 땜에 못 키워요
동진 : (은솔을 보다가) 저럴 땐 일곱 살 같네요.
미연 : (동진을 본다) ??
동진 : (설명하듯) 어쩔때보면 어른같애요. 말도 없고....웃지도 않고...
미연, 얼굴빛이 안좋아진다.
동진, 괜한 말을 했나 싶다.
미연 : (망설이다가) 은솔이 아빠가 전에 술 취해서 그랬거든요.
지 엄마 닮아서 귀여운데도 없고, 웃는 것도 이상하다고... 그때부터 남들 앞에서 안 웃더라구요.
강아지에게 인사하고 은솔이 다시 어른들에게 돌아온다.
다시 걷는 세사람.
동진이 은솔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은솔이 올려다본다.
S#21. 주차장 입구(낮)
서점건물의 주차장 입구.
동진과 은솔이 서 있다.
동진 : (지나가는 말처럼 딴데보면서) 있잖아. 너 아저씨가 얼마나 똑똑한지 모르지?
은솔이 동진을 본다.
동진 : 안녕하세요를 내가 몇개국어로 할 수 있는줄 알어? (손가락으로 표시하면서) 일어. 오하요 고자이마스
중국어. 니 하오마 불어. 봉쥬흐 마드모와젤 스페인어...........는 됐구. 영어. 헬로우, 하우와유. 어떠냐?
은솔 : (동진을 쳐다만 볼뿐)...
동진 : 또 아저씨는 책장사라서 책도 어마어마하게 읽거든. 아저씨가 모르는건 거의 없다고 봐도 돼.
이런 내가 말하는 거니까 절대 진실이야. (은솔이에게 눈높이를 맞춘다)
은솔이 너 귀여워. 어마어마 귀여워, 무지막지 귀여워, 알았니?
은솔 : ...
동진 : 니가 웃는 것도 보고 싶지만, 조금 걱정되기두 해.
그냥도 이렇게 이쁜데 거기다 웃기까지 하면 다 쓰러질 거 아냐
은솔. 픽 웃는다.
동진 : (눈부신 듯) 이것봐 이것봐. 픽 웃어도 이렇게 눈 부신데...
차 올라온다는 웰웰 소리.
미연의 차가 올라온다.
동진이 뒷자리의 차문을 열어준다.
은솔이 차에 탄다.
동진이 손을 흔든다.
미연의 차가 멀어진다.
S#22. 미연의 차(낮)
신호에 멈추는 미연,
음악을 듣는데...
은솔 : (뜬금없이) 아저씨 영어되게 못해
미연 : 어?
은솔 : 하우와유래. (제대로 발음한다) how are you...인데
미연, 신호가 바뀌어 출발한다.
미연 룸미러를 본다.
거울속의 은솔이 배시시 웃고 있다.
S#23. 수영장(밤)
윤수가 물에서 걷기를 하고 있다.
한걸음 가서 물속에 얼굴을 넣었다 빼고, 또 한걸음 가서 물속에 얼굴을 넣었다빼고....
휴게실 창문으로 은호가 수영장을 내려다본다.
S#24. 휴게실(밤)
은호, 무료한 얼굴로 앉아있다.
탈의실에서 나오는 완벽한 신사, 윤수. 은호에게 인사한다.
은호 : 많이 좋아지셨네요.
윤수 : (겸연쩍어 웃는다) 놀리는 거죠?
은호 : 물속에 얼굴을 담그지도 못했었잖아요.
은호가 멍하니 시선을 돌린다.
윤수, 가야할 타이밍을 재고 있다.
윤수, 인사말을 하려는데... ‘저..그럼..’
은호 : 교수님!
윤수 : ...
은호 : 물에 빠졌던 경험....극복되지 않으면 어떡하실 거예요?
윤수 : 극복할겁니다.
은호 : 그래도 극복되지 않으면요?
윤수 : 죽을때까지 노력할겁니다.
은호, 힘없이 웃는다.
윤수, 어쩔까 하다가 은호앞에 앉는다.
그는 자기분야에 대해 말할때는 당당하고, 설득력있다.
윤수 : 인간은 자기 보호능력이 있어서 견딜 수 없는 심리적 외상을 겪게되면
왜곡시키거나 무의식 속으로 밀어넣습니다.
내가 물에 대해 갖고 있는 트라우마는 왜곡되지도 숨어있지도 않으니까
언젠가는 극복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 할아버지 덕분인데요.
내가 물에 빠졌던 경험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반복해서 들려주고 반복해서 말하게 시켰거든요.
그러니까 말을 하면 할수록 주관적인 사건이 객관화가 되는거죠.
은호가 슬쩍 웃는다.
윤수 : (자기 태도가 지나쳤다는걸 알아차린다) 미안합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은호 : 아니예요. 물안에서랑 너무 다르셔서...
윤수, 엉거주춤 인사하고 나간다.
은호, 다시 멍해진다.
S#25. 스포츠 센타 앞(밤)
스포츠 센타의 불이 꺼진다.
지나가던 젊은 여자 두명이 어딘가를 본다.
길 옆, 주차된 차 옆에 서 있는 남자. 쫙 빼입은 현중이다.
현중이 문득 미소를 짓는다.
안에서 나오던 은호, 현중을 발견하지만 모르는 척 지나가버린다.
현중의 미소가 스러진다.
우울한 얼굴이 된다.
현중, 은호가 사라진 쪽을 쳐다보고 있다.
은호가 걷는다. 등뒤 현중의 시선을 무시한채로.
결국 멈춰선다.
은호 : (멀리 떨어진채 현중에게 큰소리로) 집에 가요.
현중 : (역시 큰소리로) 그냥 좀 있다 갈게요.
은호, 그 자리에서 잠깐 머뭇대다가.
은호 : 그차 현중씨 꺼예요?
현중 : 대충은...
은호 : 가고 싶은데가 있는데...
현중이 차문을 열어분다.
S#26. 현중의 차안(밤)
현중이 운전석에 탄다.
현중 : 어디러 모실까요?
은호 :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앞.
현중 : 죄송합니다 손님, 제가 그쪽 길은 잘....
은호 :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춘천은 돼요?
현중 : 그러믄입쇼.
현중이 차를 출발시킨다.
은호 : (새삼스레 현중을 보며) 왜 이렇게 이쁘게 하고 왔어요?
현중 : 가족모임 비슷한거라.
은호 : 이뻐서 용서해주는거예요.
현중 : (깜박이를 넣으며) 역시 이쁘고 볼 일이죠.
S#27. 춘천의 도로(밤)
절벽밑으로 멀리 호수가 보인다.
은호가 길가에 꽃다발을 내려놓는다.
현중이 뒤에 서 있다.
은호가 호수를 내려다본다.
은호 : 아무리 큰일이 일어나도, 그 당시에 모르죠. 지나고 나야 아. 그때 내 인생이 요동쳤구나...
(옛날 생각을 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여기예요. 내 인생이 크게 휜 데가...
은호가 절벽밑을 바라본다
S#28. 호숫가 길(아침-과거)
흑백 화면.
멀리 보이는 사고현장 119대원들이 몰려있고.
그들 너머로 봉고차의 끝자락이 보이고,
119 대원들 틈 사이로 기도하는 유기영의 모습이 얼핏 얼핏 보이고,
교대하는 119대원이 동료에게 틀렸다는 듯 고개를 젓는 것도 보인다.
(은호) : 엄마가 몰던 봉고차는 다 찌그러졌고, 나중에 들은 얘긴데 몸이 끼어서 빼낼수가 없었대요.
아빠는 엄마가 숨을 거둘때까지 손을 잡고 기도만 하고,
카메라 팬하면
S#29. 호숫가 길(밤-현재)
마치 과거를 보듯 은호가 사고현장을 보고 있다.
은호 : 나는 이쯤에서 아줌마들하고 같이 있었는데 그때가 아침이었거든요.
오늘은 유치원 못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은호가 다시 걷다가 헛디뎌 비틀댄다.
현중이 은호를 잡아준다.
현중이 잡은 은호 팔을 놓지 않는다.
은호, 잡힌대로 그냥 걷는다.
은호 : 그러다가 또 한번 내 인생이 크게 흔들렸는데 3년전에 아이를 사산했을때죠.
엄마가 될뻔 하다가 못됐어요. 난 엄마라는거하곤 인연이 없나봐요.
현중 : ...
은호 : 앞으로 몇 번 남았을까요? 그렇게 큰 사건이...
갑자기 지금일지도 모른다....싶더라구요...그래서 여길 보고 싶었어요.
은호가 절벽을 올려다본다.
현중 : ...무슨일 있었어요?
은호 : (웃는다) 가슴에 맺힌 일은 자꾸 말해야 된대요. 그래야 풀어진대요.
현중씨도 맺힌게 있으면 말해요. 누님이 다 들어줄테니까...
현중 : 술도 안 먹었으면서 취한척하네.
은호, 픽 웃는다.
현중 : 뭐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 인생도 두 번 요동쳤는데. 한번은 엄마가 죽고 아버지랑 다시 살게 됐을때랑...
은호 : (현중을 본다)
현중 : (무시한다) 또 한번은 호텔 옥상에서 은호씨를 봤을때,
은호 : (담담하게)...방금 내 가슴이 찡했어요
현중이 은호를 돌려세운다.
은호, 현중을 바라본다.
현중의 얼굴이 은호에게 다가간다.
은호, 피하지 않는다.
현중 : 무슨 일 있었죠?
은호 : 아뇨
현중 : 울고 싶은 얼굴이잖아요?
은호 : 내가 왜요?
현중 : 어깨를 빌려줄 수도 있는데...손수건도 있고...
은호, 현중의 어깨에 이마를 댄다.
그렇게 잠깐 있다가 원래로 돌아온다.
은호 : (씩씩한 얼굴로) 그만 가요.
S#30. 현중의 차안(밤)
은호가 창밖을 보고 있다.
운전하던 현중이 갑자기 아깝다는 듯 손바닥으로 핸들을 툭 친다.
은호, 쳐다본다.
현중 : (안타까워한다) 아까 그거 키스타임이었는데... 맞죠?
은호 : (웃는다)...
현중 : 거봐, 키스타임이었어. 민현중, 이 바보, 바보. 바보.... 네가 언제부터 젠틀했다고...
조만간 또 그런 날이 오겠죠?
은호 : 모르죠.
현중 : (중얼중얼 아까워하다가 문득)...졸리면 자요
은호 : 졸린데... 잠이 안오네요.
은호, 창밖을 본다.
유리창에 비친 얼굴이 슬퍼보인다.
S#31. 도로(새벽)
현중의 차가 지나간다.
해가 떠오른다.
S#32. 교회(아침)
유기영이 짧은 아침 기도를 하고,
제단에 꽃병을 놓고, 커텐을 젖힌다. 목사의 일상적인 아침이다.
(유기영의 교회는 무척 크고 화려하다)
S#33. 은호의 엄마가 사망한 도로(아침)
짚차가 멈춘다.
갓길에 세우고, 유기영이 작은 꽃다발(꽃가게에서 만든게 아닌 자신이 직접 만든,
혹은 제단에 꽃고 남은 꽃인 듯)을 들고 내린다.
S#34. 은호의 집 침실(아침)
전화가 울린다.
침대에서 손만 뻗어 전화를 받은 지호.
지호 : (눈도 안뜬채)...아빠?....왜? 별일 없는데...
(듣다가) 언니두 잘 있어. (듣다가) 응. 잘있다니까... 응....끊어.
지호, 전화를 내려놓는다.
다시 잠들었다가 눈을 뜬다.
비어있는 은호의 침대.
사람이 들어갔었던 자국도 없다.
일어나앉는 지호.
지호 : (혼잣말하는) 이것봐라. 외박을 하셨어? (나가면서 중얼대는) 세상이 어떻게 될라고 이러나 몰라...
S#35. 현중의 집 샤워실(아침)
현중이 샤워를 한다.
S#36. 거실(아침)
샤워를 마친 현중이 밖으로 나온다.
출근하려던 아버지와 마주친다.
아버지 : 지금 들어온게냐?
현중 : (별일 아니라는듯) 뭐 그렇죠.
아버지 : 어제 할아버지 댁에서 그게 무슨 짓이냐?
현중 : 사귀는 여자 있다는 게 뭐가 어때서요?
아버지 : 니 태도를 말하는 거야.
현중 : 그쯤 해둬야 마음의 준비를 해둘거 아니예요. 할아버지도 고모들두.
아버지. 현중을 보다가 그냥 나간다.
현중,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S#37. 현중 아버지의 차(아침)
뒷자리에 앉은 현중 아버지.
뭔가를 생각한다.
S#39. 사무실(낮)
윤희 안에 누가 있나 확인하고
조용히 문을 닫고, 초밥 도시락을 연다.
먹음직스럽다.
흐뭇한 얼굴로 하나 입에 넣는데...
드르륵...드르륵...
윤희, 무슨 소린가 둘러보는데
소파뒤에서 부스스 일어나는 은호, 테이블 위의 핸드폰을 집는다.
은호 : (자다 깨서 눈도 못뜬채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씹지도 못하고, 그대로 멈춰선 윤희.
은호 : 네... 네... 네... 네
은호, 전화를 끊고 무심코 윤희를 쳐다본다.
윤희, 한번만 봐 달라는 식으로 씨익 웃는다.
은호, 한숨을 쉬더니 말없이 밖으로 나간다.
윤희 : (찔려서 툴툴댄다) 자기는 숨어서 안 먹었나.... 말을 하면 되지 한숨을 쉬고 그런대....체...
윤희, 툴툴대면서 하나를 더 집어먹는다.
S#40. 탄천 강변(저녁)
은호가 계단을 내려온다.
은호가 현중 아버지를 찾는다.
벤치에 앉아있는 현중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인다.
(점프)
다가오는 은호를 발견하고 현중아버지가 일어선다
(점프)
은호와 현중 아버지가 함께 걷는다
현중 아버지 쉽게 말을 못 꺼낸다.
은호가 현중 아버지의 눈치를 본다.
현중아버지 : (겸연쩍게 웃는다)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얘기하면 쉬울텐데...그것도 여의치않고...
은호, 이야기의 첫머리를 못 찾는 현중아버지를 바라본다.
(지호) : 돈봉투를 내놓으면서 ‘우리 아들 그만 만나’ 그러면, 어떡할거야?
현중아버지 멈춰서 탄천의 천둥오리들을 바라본다.
(지호) : 그땐 이렇게 외치는거야. 한 장 더!!
현중아버지 : (목을 가다듬고) 내가 현중 엄마를 만난건 대학때였습니다.
그때는 농활이란게 있었는데, 그때 현중엄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은행에 다니고 있었어요.
이쁘다...(겸연쩍다)라기 보다는 뭐라고 해야되나...환하다...싶었지요.
그냥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여자였습니다.
아버지랑 누나들이 참 심하게 했죠. 울기도 많이 울고...
잠깐 말이 끊긴다.
감정을 참느라 현중아버지 턱이 꿈틀거린다.
현중아버지 : 세월도 흐르고 현중이도 낳고, 나는 바깥일로 바쁘고... 적응을 한 줄 알았습니다....
적응한다는게 우스운 일이죠. 행복하려고 결혼했는데 누가 누군가에게 적응한다니....
현중이 낳고 말이 없어지더군요. 출산후휴증인가 싶었고.....지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점점 심해지는 겁니다.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그렇게 환하던 사람이 웃지도 않고.
이대로 내옆에 있다간 이사람 망가지겠구나... 현중이 세살 때 이혼했습니다.
이혼하자고 그랬을때 고맙다고 그러더군요.
현중아버지가 조용히 숨을 끊어쉬며 감정을 추스린다.
현중아버지 : 나는 은호씨를 반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은호 : (예상외의 말에 현중아버지를 바라본다)
현중아버지 : 은호씨와 현중이가 진심이라면 내가 바람막이가 되 줄 생각입니다. 이 말 할려고 왔습니다.
은호와 현중아버지의 시선이 마주친다.
은호, 시선을 피한다.
S#41. 탄천 강변(저녁)
생각많은 얼굴로 은호가 앉아있다.
그 얼굴에 노을이 진다.
S#42. 동진의 빌라 로비(아침)
동진이 계단을 내려온다.
나가려다가 우편함의 편지를 발견한다.
발신자를 본다. 조은솔!!
S#43. 버스안(아침)
손으로 만든 연하장.
유치원에서 만들었나보다.
어린아이 글씨가 적혀있다.
‘숙제도 도와주고, 맛있는것도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동진,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연하장을 갈무리하다가 문득 창밖을 본다.
버스는 스포츠 센타 앞을 지나고 있다.
자전거 보관소가 비어있다.
동진. 고개를 돌려가며 확인한다. 역시 은호의 빨간 자전거가 없다.
이상하다.
S#44. 준표의 진료실(아침)
지호 : 울 언니가 감기정도로 출근을 안 할 사람인가요? 아니죠.
또한 병원소속 알바생인 저의 의학적 소견에 의하면 언니의 증상은 꾀병이예요.
준표, 차트를 넘길 뿐이다.
지호 : 외박에 결근, 최근 들어 거듭되는 언니의 돌출행동, 여기 뭔가 있어요.
준표 : ....
지호 : (부른다) 닥터 공?
준표 : (귀찮다) 왜에?
지호 : 제발 본래대로 돌아와요. 예? 평소의 반응을 보여달라구요. 이게 아니잖아요
준표 : (고개들어 보면서) 본래는 어떤데?
지호 : 몰라서 물러요. 내가 한마디 하면 파르르하면서 칠날레 팔날레...티슈 홑장보다도 가벼운 그모습.
그게 닥터공이라구요!
발끈하리라 짐작하는 지호.
그러나 준표, 조용히 다시 차트를 본다.
지호 : (투덜댄다) 나이 서른 넘어서 부끄럽지도 않아봐. 첫사랑이 변했다고 소신을 버리다니.
짝사랑의 폐해라구. 자기혼자 사랑하고 부풀리고 과장하니까
현실에 직면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지. (준표는 여전히 반응없다) 에이 재미없어.
지호, 나가버린다.
준표, 침착하고 조용한 태도 그대로 전화기를 든다.
준표 : (착 갈아앉은 목소리로) 동진이냐? 은호씨 아프단다....
S#45. 은호의 집 침실(낮)
은호가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보고 있다.
거실 전화벨이 울린다.
은호, 모르는 척 한다.
전화벨이 그치고, 핸드폰이 울린다.
이동진이 문자를 보냈다.
‘칠칠맞게 감기라며, 너 오렌지 갈아먹으면 직빵이잖아. 오렌지 먹어’
은호 핸드폰을 검색한다. 부재중 전화가 13개.
민현중. 민현중. 민현중. 민현중......
만화책을 접고 한숨을 쉰다.
S#46. 서점(낮)
핸드폰을 접는 동진.
잠깐 생각하더니 윗도리를 집어든다.
동진 : (정화에게) 강남점 오픈한거 진열대 좀 보고올게
정화, 나가는 동진을 그윽하게 쳐다본다.
S#47. 은호의 빌라앞(낮)
오렌지 봉지를 달랑거리며 동진이 걸어온다.
동진을 스쳐가는 택시.
빌라앞에서 멈추고, 현중이 내린다.
현중, 급하게 빌라 안으로 들어간다.
동진. 열받는다. ‘어쭈.....여기까지 와?’
현중을 따라잡으려는 듯 빨리 걸으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주머니에서 뭔가 툭 떨어진다.
은솔이 보낸 연하장이다.
은솔이 보낸 연하장을 들고, 그 자리에 멈춰서는 동진. 들어가지도 돌아서지도 못한다.
S#48. 은호네 집앞(낮)
현중이 벨을 연거푸 누른다.
기척이 없자 꽝꽝 두드린다.
현중 : 은호씨!! 은호씨!! 안에 있죠? 은호씨!!
옆집 문이 열리고 아줌마가 못마땅하게 쳐다보지만, 현중 계속해서 문을 두드린다.
은호네 집 문이 열린다.
S#49. 은호네 집 거실(낮)
은호와 현중이 들어온다.
은호 : 이러는거 실례잖아요. 내 앞길이 구만리는 아니래도 칠만리 정도는 되는데... 소문 나면 어떡할라구?
현중 : 아버지 만났다면서요?
은호가 돌아서 거실로 향한다.
(점프)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앉은 은호와 현중.
현중 : 아버지가 뭐라고 그랬어요? 뭐라고 그랬는데 출근까지 못한 거예요?
은호 : 못한거 아니예요. 안한거지.... 작년 내내 하루도 안쉬었으니까 하루 쯤 꾀병나도 괜찮겠다 싶어서....
현중 : 아버지가 뭐라 그랬든 상관하지 마요. 신경쓸 거 없어요. (픽 웃는다 혼잣말처럼)
결국 그 정도의 인간이었던 겁니다. 아버지란 사람은....
은호 : 현중씨 아버지가 뭐랬냐면.... 나 반대하지 않겠대요.
현중 : (커피를 마시려다 멈춘다)
은호 : 응원해주시겠대요.
현중 : (어쩐지 기운빠지는 듯한) ....잘됐네.
은호 : 나랑 현중씨랑 진심이라면 그렇게 하시겠대요.
현중이 은호를 본다.
흥분할수록 그들 대화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신 치고받고가 빨라진다.
은호 : 그말 듣는데...부끄러웠어요. 진심같은 건 상관없다고 되는대로 끌려가자고....
잠깐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현중 : 나도 상관 없어요
은호 : 현중씨도 나한테 진심이 아니니까 그래요
현중 : 내 감정까지 안다고 하지 마요.
은호 : 현중씬 사랑 안해 봤죠? 현중씨가 나한테 하는거 보면 말로는 어떨지 몰라도 참...
(적절한 말을 찾는다) 명쾌하다 싶어요. 사랑은 안 그렇거든요
현중 : 사랑은 사람마다 다른 겁니다.
은호 : 진짜는 하나죠. 현중씨 아버지는 그 진짜 사랑을 해봤기 때문에
현중씨 마음이 어떻다는걸 알아차린거예요. 그래서 날 찾아온거구요
현중 : (흥분하기 시작한다. 말이 더 빨라진다) 아버지가 그래요? 진짜 사랑을 해봤다구
은호 : 현중씨 엄마 얘기 들었어요
현중 : (어이없다) 엄마 얘기까지 했어요? 엄마를 사랑했다고 그래요? 배신했다고도 하던가요?
은호 : (현중의 반응에 놀란다)
현중 : 은호씨 말대로 죽고 못사는 사랑같은거 난 안믿습니다. 그런 사랑도 때되면 배신하고 배신당하거든요
은호씨를 좋아하는 그만큼이 나한텐 사랑입니다.
은호 : (단호하게) 그렇다면 미안합니다. 나는 사랑을 해봤기 때문에 현중씨 정도의 감정으론 만족못해요.
현중 : 그 사랑이 지금 어떻게 됐는데요? 결국은 깨졌잖아요
은호 : (말하면서 깨닫는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후회도 안하구요. 그래요..... 후회가 안돼요.
현중 : (컵을 움켜쥐며 은호를 쳐다본다)....
은호 : 배신하고 배신당했다는 사랑. 그거 현중씨 아버지 얘긴가요?
현중 : ....
은호 : 현중씨 엄마 얘기하면서....
현중 : (쥐어짜듯) 아는 척 하지마.
그 순간 현중이 쥐고 있던 컵이 압력 때문에 깨진다.
현중이 핏발선 눈으로 은호를 노려본다.
은호, 현중의 분노의 주춤한다.
현중 손에서 피가 흐른다.
은호가 티슈를 뽑는다.
현중 : (깊은 숨을 내쉰다) 다음에 얘기해요.
현중이 나가버린다.
은호, 현중을 부르며 쫓아간다.
S#50. 빌라 복도(낮)
현중의 얼굴이 무섭다.
은호가 나왔을때 현중은 이미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S#52. 현중의 집 서재(밤)
현중 아버지가 자료를 보고 있다.
부서져라 문이 열리고 현중이 들어온다.
현중아버지 현중을 돌아본다.
현중, 분노를 주체못해 픽픽 웃으며 좌우로 왔다갔다 하며 아버지를 노려본다.
현중아버지 : 화가 났다는건 두렵다는 거다. 뭐가 두려운 거냐?
현중 : 내가 아버지를 어떻게 할까봐....그게 두려워요. (비웃는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응원해주겠다?
아버지가 진심이 뭔지 알아요? 엄마한테 진심이었어요? 아니죠, 진심이면 그럴 리가 없지.
현중아버지 : ....
현중 : (말하면서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엄마는 진심이었어요. 아버지한테 버림받고도 진심이었다구요.
그런데 당신은.... (한번 참는다) 엄마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요. 하루 종일 공원에 앉아서....
문닫은 가게에서.....꼼짝도 안하고 밤새도록.... 그런데 당신은 한번도 안 왔어.
그런 사람이 진심을 말해? 진심이면 응원해?
현중이 숨을 몰아쉬며 흥분을 갈아 앉힌다.
현중 : (지쳤다) 다 끝났어. 아버지랑 아들 놀이도 끝났어.
모르는척 속아주면서 살아가려고 했는데 이젠 끝이야.
현중, 손에 쥐고 있던 엄마의 목걸이를 책상위에 놓고 돌아선다.
현중아버지 : 니 엄마는 날 기다린게 아니야
현중이 손에 잡히는 걸 집어던진다.
책상위의 장식품이 날라가 현중 아버지 뒤에 있는 서가의 유리가 깨진다.
현중 : 웃기지 마. 엄마는 죽을때까지 당신을 기다렸어.
현중아버지 : (미동도 없이 현중을 바라본다) 니 엄마는 날 기다린게 아니다. 나한테 보여준 거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걸 알았으니까.... 공원 옆 차 안에서.... 옷가게 건너 커피숍에서
현중 : (흔들린다) 거짓말하지마... 숨어서 볼 거면 왜 한번도 안 나타났어
현중아버지 : 니 엄마가 날 만나면, 널 다시 데려오겠다고....
그게 니엄마한테 널 맡기면서 우리 집이 한 약속이었으니까...
현중 : (안간힘을 다해 중얼거린다)....거짓말 하지마....거짓말이잖아
현중이 밖으로 나간다.
현중아버지가 엄마의 목걸이를 움켜쥔다.
S#51-2 골목길(밤)
현중이 집에서 나온다.
걷는다. 점점 빨리 걷는다. 뛰기 시작한다. 죽을 힘을 다해 뛴다.
S#51-3 공원(밤)
현중이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
추워서 잔뜩 웅크린채로 어딘가를 본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S#51-4 공원(낮-과거)
현중엄마인 듯 보이는 30대의 선이 고운 여자가 벤치에 조용히 앉아있다.
여섯 살쯤 먹은 남자아이가 좀 떨어진 곳에서 자동차를 갖고 놀다가 바퀴가 고장나자 엄마한테 나가간다.
엄마의 표정을 보고 멈춰선다. 지는 해 때문에 붉게물든 엄마의 얼굴은 무척 편안해보인다.
엄마는 딱히 어딘가를 보고 있지는 않다. 엄마가 조용히 웃는다.
공원옆 찻길에 주차된 검은색 중형차의 차가 보인다. 차안의 남자도 슬쩍 웃는다.
S#52. 준표의 차-빌라앞(밤)
준표의 차가 도착한다.
지호가 차에서 내린다.
준표, 링거병이 든 봉투를 들고 따라 내린다.
안으로 들어가는데
(경비) : 204호!
지호, 돌아본다.
경비 아저씨가 오렌지 봉지를 들고 온다.
지호 : (받아서 오렌지를 확인하고) 뭐예요?
경비 : 어떤 남자가 맡겼는데...이름이 보자, (수첩을 확인한다) 공준표.
지호가 준표를 본다.
S#53. 서점 사무실(밤)
동진이 창밖을 보며 마인드 콘트롤중이다.
(동진) : 별일이야 있겠어. 병문안인데....벌건 대낮에...안 그래? 이동진. 너 요새 야동 너무 봤어.
남녀가 만나서 할수 있는 건전한 일이 얼마나 많아.
재범 : 자 떡볶이 왔습니다.
재범이 간식거리를 늘어놓는다.
동진, 근심을 털어버리려는 듯 부지런히 다가앉아 나무젓가락을 쪼갠다.
젓가락 한쪽이 반토막난다.
진명 : 저거 불길한데.
미화 : 맞어. 은근히 기분 나쁘지. 불행이 닥칠 것 같고.
동진 : (버럭) 이까짓게 뭐? 그냥 불량품일 뿐이잖아. 나무 젓가락에 무슨 의미가 있어.
(나무젓가락을 죄다 쪼갠다) 이까짓게. 이까짓게....
동진의 나무젓가락 쪼개기를 지켜보는 서점 직원들.
S#54. 은호의 집 화장실(밤)
지호가 이를 닦는다.
문득 뭔가를 깨닫고 진동칫솔기를 끈다.
거울을 본다.
S#55. 은호의 집 거실(밤)
대충 입을 헹군 지호가 화장실에서 나온다. 치약을 입가에 묻힌채로 전화를 건다.
(은호) : 사랑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작된다.
지호 : (전화기에 대고) 닥터공? 이를 닦다가 생각났는데.... 나 닥터공 좋아하는 것 같애요
S#56. 준표의 진료실(밤)
책상에 걸터앉아 전화받던 준표가 휘청한다.
(은호) : 어떤 사랑은 뜻밖이고
S#57. 서점(낮)
‘슬픈 사랑이 아름답다’라는 가판대의 제목아래, 신중하게 책을 전시하고 있는 동진.
정화가 심호흡을 하고 다가온다.
작은 선물상자를 들었다.
동진. 시선을 느끼고 돌아본다.
정화가 웃는다.
(미연) : 동진씨.
미연과 은솔이 다가오고 있다.
정화, 얼굴이 굳더니 동진을 그대로 지나쳐 재범에게 선물을 건네고는 쌩소리가 나게 가버린다.
재범, 의아하다.
동진. ‘어얼’ 하는 미소를 흘리며 재범을 툭 친다.
(은호) : 어떤 사랑은 오해에서 시작되고,
S#58. 헬스룸(낮)
정우성이 헬스중이다.
옆에서 운동하던 유리, 정우성의 운동방법이 자꾸 신경쓰인다.
유리, 결국 일어나서 자세를 바로잡아준다.
(은호) : 어떤 사랑은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기도 한다.
유리의 지도를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정우성.
둘 다 담백한 태도다.
S#59. 현중의 서재(밤)
현중아버지 서랍에서 보석함을 꺼낸다. 보석함을 열면 현중엄마의 목걸이와 같은 목걸이가 보인다.
현중 엄마의 목걸이를 나란히 놓는다.
(은호) : 사랑은 언제 끝나는 걸까?
S#60. 호텔앞(밤)
은호가 호텔로 들어간다.
S#61. 호텔 옥상(밤)
현중이 난간에 기대앉아있다.
붕대감은 손, 깍지 않은 수염, 덮수룩한 머리...
은호와 처음만날때의 분위기와 비슷하지만, 뭔가 해결된듯한 편안함도 느껴진다.
문이 열리고 은호가 들어온다.
은호 : (가볍게) 찬데 앉아 있으면 치질 걸려요.
현중 : (웃는다) 그날 은호씨는 저쪽에 서 있었죠. 마침 해가 뜨는데, 은호씨 얼굴 뒤로 후광이 비추더라구요.
은호 : 그게 조명발이라는거죠.
현중 : (웃는다) 예......그 조명발 속의 은호씨가 날 구했어요.
현중이 예전 은호가 서 있던 자리에 서본다.
현중 : 아무리 생각해도 난 은호씨를 사랑했어요. 아버지한테 시위할려고 은호씨를 선택한게 아니예요.
은호 : 그건 사랑이 아니예요. 호감이지...
현중 : 이대로 계속 했으면 은호씨를 아주 많이 사랑했을 거예요.
은호가 현중옆에 서서 야경을 바라본다.
현중 : 그래도 난 사랑 엄마 아버지처럼은 안해요. 누군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내가 행복하게 해줘야죠.
그사람을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건 나뿐이라고 생각해야 되구요.
은호 : 많이 컸네.
현중 : 멀리서 바라보고, 주위를 맴돌고, 행복을 빌어주고, 난 그런 바보같은 사랑 안해요.
(은호를 쳐다보며) 혹시 그거 알아요? 은호씨 바보 맞아요. 그래서 고마워요.
은호씨 행복하게 해줄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면 나 은호씨 죽어도 안 떠나요.
은호, 픽 웃는다.
현중 : 한번만 안아봐도 돼요?
은호가 두팔을 벌린다.
현중이 은호를 끌어안는다.
은호가 마치 친구에게 하듯 현중의 등을 토닥 투닥 두드린다.
현중 : (안은채로) 그날 은호씨가 준 행운, 잘 썼어요. 이제 돌려줄게요. 고마워요. 여러 가지로.
현중이 마지막으로 은호를 힘줘서 끌어안았다가 은호의 어깨를 잡으며 떨어진다.
현중 : (은호의 얼굴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여기서 키스 타임인데...
은호 : 짧긴 하지만 이 자세에서도 훅을 날릴 수 있어요. 나는....
현중이 얼른 은호의 어깨에서 두손을 뗀다.
현중 : 먼저 내려가요. 난 좀 울다가 내려갈테니까...
은호 : ....잘 지내요.
은호, 현중에게 웃어준 다음 돌아선다.
현중이 오른손을 왼쪽가슴에 앉은채로 난간에 기댄다.
S#62. 호텔 앞(밤)
은호가 나온다.
옥상에서 은호를 내려다보는 현중,
오래도록 은호를 배웅한다.
(은호) : 사랑은 언제 끝나는 걸까?
S#63. 미연의 집 빌라(밤)
미연과 동진, 은솔이 걸어온다.
빌라앞에서 미연이 동진에게 뭐라고 말한다.
동진이 미연과 은솔을 따라 미연의 빌라로 들어간다.
S#64. 은호의 집 거실(밤)
은호가 전화기를 든채 상담순서가 되기를 기다리면서 식탁등밑에 엎드려 있다.
‘결혼기념일날 호텔에서 찍어준 즉석 사진’을 본다.
(은호) : 어떻게 하면 끝낼 수 있을까?
S#1. 락커룸(낮)
락커의 ‘민현중’이란 이름표를 손톱끝으로 빼내는 은호,
반으로 반듯하게 접는다.
손톱으로 꼭꼭 눌러접어 리본을 만들어,
마치 편지통에 편지를 넣듯 휴지통에 밀어넣고 돌아선다.
S#2. 서점(저녁)
신간표를 읽고 있는 동진.
바짝 기합이 든 얼굴이다.
(동진) : 할말이 있어? 중대 발표를 하시겠다? 왜? 기자회견을 하시지
동진, 어딘가를 보며 냉소적으로 웃는다.
잡담하던 진명, 미화, 쫄아서 일하는 척 시선을 피한다.
S#3. 버스정거장(밤)
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진.
(동진) : 만난지 얼마나 됐다구. 인사를 가구, 집에 오구.... 그렇게 급해? 질주를 하시는구만.
좋다 그거야. 중대발표든 결혼발표든 그래, 다 들어줄게.
숨을 들이쉬며 어딘가를 째려보는데.
새치기하려던 아줌마. 그 시선에 쫄아서 뒤로 간다.
S#4. 하나카고앞(밤)
하나카고앞에 도착한 동진. 문 앞에 멈춰선다.
막상 문앞에 서니 앞이 캄캄하다.
(동진) : 니가 남의 여자가 된다는 애기를 내가 어떤 얼굴로 들어주냐구 뭐가 그렇게 급한건데?
좀 천천히 멀어지면 안되는 거냐?
동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다.
(은호) : 돈이라도 흘렸어?
등뒤의 은호.
너어어무 이쁘게 하고 나왔다.
cut to.
S#6. 은호의 집 침실(저녁)
은호, 머리엔 구르뿌를 말았고, 화장품을 죄다 꺼내놓았다.
침대엔 입고갈 옷이 세가지 셋팅되어있다.
(은호) : (마스카라 하면서) 초라해 보이면 안돼. 아무도 비웃지 못하게. ......난 차인게 아냐. 찬거지
S#7. 버스안(밤)
통로쪽 자리에 앉은 은호, 창밖을 보며 긴장을 풀고 있다.
(은호) : 당당하게 해. 당당하게. 웃을테면 웃으라 그래. 나도 웃어줄테니까...
은호,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해보인다.
옆에 앉았던 남자, 은호가 자기 보고 웃는 줄 알고 쭈삣 쭈삣 표정관리 들어간다.
S#8. 하나카고앞(밤)
걸어오는 은호
결의에 찬 표정이 점점 허물어진다.
(은호) : (쪽팔린다) 괜히 얘기한다 그랬나? 헤어진 걸 꼭 보고해야되는건 아니잖어?
그때, 고개를 숙인채 좌절한 동진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은호 : 돈이라도 흘렸어?
동진이 돌아본다. 은호를 위아래롤 훑어본다.
S#9. 하나카고(밤)
지호와 준표가 있다.
지호는 흘러나오는 노래를 대충 대충 따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준표는 계속 지호 눈치를 본다.
(지호) : 나.... 닥터공 좋아하는거 같애요.
(준표) : 잘못 들었나?
시선을 느낀 지호가 돌아본다.
준표, 당황한다.
지호 : 배고픈데 왜 안와?
(지호) : 나.... 닥터공 좋아하는거 같애요.
(준표) :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
지호 : 안주 먼저 시킬까요?
(지호) : 나.... 닥터공 좋아하는거 같애요.
(준표) : 장난친건가?
준표, 식은땀이 난다.
지호 :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어디 아퍼요?
준표, 의자등받이에 파고들 듯 몸을 움츠린다.
준표 : 아니이이...!
지호, 이상하다는 듯 준표를 보다가 준표 등뒤로 시선을 돌린다.
어얼..... 지호의 기름진 감탄사.
준표, 돌아보면 은호와 동진이 들어온다.
지호 : 오오 자매님!!
준표 : 은호씨 어디 갔다와?
은호 : 그냥 좀 차려입고 싶어서...
동진 : (은호뒤에 들어오며) 난 안보이지?
지호 : (순순히) 예.... (은호에게) 할얘기란게 뭐야?
동진 : (맨정신으로 듣고 싶지 않다) 사장님. 맥주 주세요.
(점프)
동진은 잔을 비우고 사람들은 입만 적시고 내려놓는다.
준표 : (은호에게) 좋은 일 있어?
동진.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은호가 말을 이어갈수록 다리 떠는거는 점점 더 심해진다.
은호 : (쓰게 웃는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알게 될건데...
동진 : (작은 소리로 궁시렁댄다) 어차피 알걸 뭐하러 발표해?
은호 : (무시하고) 말 안하면 괜히 숨긴다 그럴 것 같기도 하고,
동진 : (궁시렁) 지가 말하고 싶으니까 핑계는...
은호 : 나 사실은 민현중씨랑...
동진 : (빠르게) 아....답답해. 나부터 말할게. 나 미연씨랑 사귀기로 했어.
주목과 잠깐의 정적
지호 : (시큰둥하게)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
동진 : (변명조로) 정식으로 말이야. 애한테 허락 비슷한 것도 받았고.
준표 : 너 미쳤냐?
동진 : 고맙다. 축하해줘서... (은호에게) 난 끝났어. 말해.
은호, 동진을 째려보다가 ‘니가 그렇지’ 한숨을 쉰다.
동진 : 말하라구
은호 : (울컥) 알았어. 할게
지호, 준표....또 시작됐구나 싶다.
동진. 다시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선고를 기다리는 환자처럼....
은호 : 나 민현중씨랑 헤어졌어.
긴장하고 있던 동진 툭 풀어진다.
동진 : 뭐?
은호 : 헤어졌다구.
동진 : (버럭) 너 미쳤냐? 그 얘길 왜 이제해?
은호 : 그럼 언제해?
동진. 어이없고 화가나서 술을 마신다.
지호 : (짐작했다는 듯) 내 금빛 미래가 잿빛으로 덧칠되는구나,
평생 우아한 백수의 길이 저 앞에 있었는데...
준표 : 왜 갑자기?
은호 : 그냥....눈 딱감고 사모님 소리 들을까도 생각해봤는데, 욕심이 과하다 싶어서....
지호 : (묘하게 좌절한 동진에게) 나야 그렇다치고 형부는 왜그래요? 형부도 언니 덕 볼라 그랬어요?
동진 : (뭔지 모르지만 화가 치민다) 니 언니 하는 짓이 바보같잖아. 도대체 타이밍을 못 맞춰.
은호 : 뭔 소리야?
동진 : 몰라, 나도 몰라. 이제 와서 어쩌라구?
동진. 또 술을 마신다.
지호 : (중얼댄다) 되게 아쉬워하네...
동진의 얼굴위로 지호가 부르는 윤종신의 노래 ‘야.....이바보야.....’ 구절이 흐른다.
(꼭 이노래가 아니어도 바보소리가 들어가는 노래였으면 좋겠음)
S#10. 노래방(밤)
지호가 노래한다.
동진은 취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다.
손으로는 노래책을 뒤적이면서 은호, 동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지호의 노래는 은호의 심정같다.
준표가 그런 동진과 은호를 번갈아본다.
지호 : (노래 끝나고 들어오면서) 실연은 언니가 했는데 취하긴 형부가 취했네
동진 : (힘겹게 눈을 뜬다) 뭐?
다음곡으로 흐르는 노래는 ‘사랑의 대화’다.
준표 : (오버하며 동진을 끌어낸다) 노래 나왔다. 야 이동진... 은호씨 뭐해?
은호 : 됐어요.
준표에게 이끌려 나가던 동진이 쳐다본다.
은호 : 미연이랑 사귀기로 했다며, 둘이 이런 노래 하면 안되지.
동진 : (술 취해서) 맞네. 맞어. 그래, 니말이 맞다.
동진. 준표에게 또하나의 마이크를 건넨다.
얼떨결에 마이크를 받은 준표를 보면서 동진 노래한다.
‘나는 그대를 사랑해. 그대곁에 있고 싶어요’
이자식이 미쳤나?.....어이없는 준표, 자기 파트가 되자 노래는 한다. ‘나도 그대가 좋아.....’
지호가 깔깔대며 웃는다.
은호도 따라웃다가 동진과 눈이 마주친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이여. 이세상에 소중한 그대여’
은호가 끝내 고개를 돌린다.
S#11. 동진의 집 침실(아침)
옷도 못갈아입고 잠들어 있는 동진.
끙하고 돌아눕는다.
(준표) : 너 이대로 계속 갈거냐? 니 감정 모른다곤 안 하겠지? 은호씨도 마찬가질거야.
동이 때 일 다 얘기하고 다시 시작하자 그래. 니가 말 못하면 내가 도와줄게.
이대로 가다간 진짜 늦는다. 너.
알람이 울린다.
한단계 더 크게 울린다.
한단계 더 크게 울리려는데 동진이 알람을 끈다.
동진 : (중얼댄다) 늦었어.
동진이 창문을 연다.
거실에서 왔다갔다하던 은솔이 동진을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동진) : 이미 늦었다구
동진이 손을 두어번 흔들어준다.
S#12. 영어마을 무대(낮)
무대의 막이 올라간다.
객석의 아버지들. 일제히 ‘비디오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한다.
역시 비디오 카메라를 돌리고 있는 동진, 그 옆에 미연이 행복한 듯 앉아있다.
무대위,
유치원들의 ‘영어연극’의 1장이 시작됐다.
은솔은 중요 배역이 아니다. (백설공주를 예로 들면 나무중 하나다)
동진의 카메라는 연극의 진행과는 상관없이 은솔만을 찍고 있다.
은솔이 움직이는대로, 무대 귀퉁이에 그냥 서 있을때조차도,
카메라의 비친 은솔의 모습.
-은솔이 장딴지를 긁는다.
-은솔이 엉덩이에 낀 팬티를 빼낸다.
동진이 픽 웃는다.
-은솔이 코를 판다.
문득 동진의 카메라와 눈이 마주친다.
카메라를 든채로 손을 흔드는 동진.
은솔, 못본척 무시하지만, 카메라 틸다운해보면,
허리옆에 은솔의 손이 조용히 ‘v'자를 그리고 있다.
동진, 웃는다.
미연, 왜 웃나 돌아본다.
S#13. 영어마을 복도(낮)
배역을 맡았던 아이들과 부모가 삼삼 오오 모여있다.
아이들은 맡았던 역의 옷을 입고 있다.
미연, 동진과 걸어오던 은솔이 어딘가를 본다.
주인공역을 맡았던 여자아이가 부모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은솔 : 이쪽으로 가.
미연 : 차 이쪽에 있어.
은솔 : (막무가내로) 이쪽으로 가.
은솔이 먼저 주인공 아이쪽으로 간다.
동진. 미연이 할수없이 따라간다.
은솔 : (주인공에게) 너 오늘 잘하더라.
주인공 : 고마워
동진과 미연이 은솔의 뒤에 선다.
주인공, 동진을 보더니 괜히 주눅든다.
주인공쪽 아버지는 부유해보이지만 훌륭한 외모는 아니다.
부모들과 미연, 동진 고개를 까닥해 인사한다.
은솔 : 내일보자.
은솔, 동진의 손을 잡는다.
주인공 여자아이, 분한 듯 은솔을 바라본다.
동진. 피식 피식 웃는다.
은솔 : (뚱해서) 왜요?
동진. 대답없이 웃으며 은솔의 머리를 흩으러트린다.
미연 : (동진의 한쪽팔에 팔짱을 끼면서) 아까부터 혼자 뭐야? 뭔데요?
‘3인가족’이 멀어진다.
S#16. 은호네 집 거실(밤)
어둡다.
자다 깬 지호가 침실에서 나온다.
지호 : 뭐해?
식탁등에만 불을 켠채로 은호가 삶은 계란을 까고 있다.
은호 : 갑자기 먹고 싶어서, 먹을래?
지호가 시계를 본다. 새벽 3시.
은호, 소금을 찍어 계란을 먹는다. 저러다 체하지 싶게 허기져 먹는다.
(지호) : 왜들 그렇게 복잡하게 사시는지....
S#17. 병원 공원(낮)
커피잔을 들고, 지호와 준표가 햇빛이 잘드는 벤치에 앉아있다.
준표는 여전히 지호의 지난번 고백이 진실인가 아닌가 고민중이다.
지호 : (도통한것처럼) 한발작만 떨어져서 보면 쓸데없이 복잡하다는걸 알텐데.....
마음이 가면 질르고, 안되면 포기하고 그래도 포기가 안되면 다시한번 질르고....
그 쉬운걸 왜 모르나 몰라. 우리 자매님은...
준표 : (지호 눈치를 보면서) 니가 너무 단순한거야
지호 : (준표가 자꾸 눈치를 보자) 왜요? 왜 자꾸 눈치봐요?
준표 : 아니.....뭐......그러니까 그거.... 니가 나 좋아한다는 말.... 내가 잘못들은거지?
지호 : 아뇨.
준표 : (움찔한다)
지호 : 나, 닥터공 좋아해요. 안믿었어요?
준표 : 안믿었다기보다는.....니 태도가....진실성이 없잖아. 지금도 봐봐. 이게 고백한 사람 태도냐?
지호는 신발 벗은채 양반다리하고 앉았다. 마침 발등을 긁적긁적한다.
지호 : 뭐가요?
준표 : 임마. 고백을 했으면.....좀더 수줍기도 하고, 잘 보이고 싶기도 하고.
지호 : 뭘 바래요? 새삼스럽게...
준표 : (의심스럽다) 너 잘생각해봐라. 나 좋아하는거 맞냐?
지호 : (생각해본다) 예. 불쑥불쑥 닥터공 생각나고. 필요이상으로 짜증날때도 있고.
생각나면 심장이 빨리뛰고.
준표 : 그거 분노구만.
지호 : 네버. (준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닥터공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혈액순환도 잘되는 것 같구.
지호, 준표를 보며 흐뭇하게 웃으면, 준표. 시선둘 데가 마땅잖아.
괜히 두리번거리다가 지나가는 의사 두 명을 발견한다.
준표 : 야....
의사들이 돌아본다.
준표 : (지호에게) 잠깐 중요한게 생각나서....나중에 얘기하자...
준표, 의사들사이로 끼어든다. 의사들 별로 안친한 준표가 친한척 다가오자 뜨악한다.
준표, 의사들 사이로 들어가며 지호를 돌아본다.
지호는 해바라기하며 커피를 쪼르륵 마신다.
S#18. 눈 덮힌 놀이공원(낮)
(놀이공원이어도 좋고, 시골 눈밭이어도 좋다)
동진과 은솔이 눈집을 만들고 있다.
눈을 쌓아올려 가운데는 파내는 것이다. 은솔도 동진이도 열심히 한다.
동진 : 우는게 왜 싫은데?
은솔 : 울다보면 울음을 그쳐야 되잖아요. 그때 어떻게 그쳐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동진 : 그냥 소리내 울다가 뚝 그치면 되지.
은솔 : 창피하게....애기도 아니고.....아저씬 어떡하는데요?
동진 : 아무도 모르는데서 혼자 울어.
은솔 : 울 엄마는 내가 달래주는데...
동진 : 응?
은솔 : 엄마는 슬픈 생각이 나면 나보고 안아달라고 그래요.
가끔 내 침대에서 같이 자자고 할때도 있는데요. 슬퍼서 그렇대요
내가 꼬옥 안아주면 조금 울다가 다 괜찮아졌대요.
동진이 멀리 주차된 차있는 곳에서 뭔가를 꺼내고 있는 미연을 바라본다.
동진 : 그거 좋다. 아저씨가 슬플때도 은솔이가 꼭 안아줘라.
은솔 : 징그럽게.
동진 : 징그럽긴 임마! 너 의외로 안 징그럽다?
은솔, 헤헤 웃으며 눈집안으로 쏙 들어간다.
은솔 : 아저씨도 들어와요.
동진 : 좁을텐데...
동진이 엉덩이부터 들이민다.
둘이 있기에 좁아서 동진이 은솔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은솔 : (기분이 좋다) 에스키모 같애요.
동진 : 겨울마다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얼음 낚시해 봤니?
은솔 : (기대된다) 아뇨.
동진 : 다음 쉬는 날 얼음낚시 갈까? 재밌을 거야. 분명히.... 이것저것 많이 해보자.
(먼데를 본다) 봄이 되면....
S#19. 탄천 조깅로(낮-3년전 가을)
햇빛이 잘드는 탄천 잔디밭,
은호의 무릎을 배고 누워서 은호의 배에 대고 이야기하는 동진.
동진 : ....봄이 되면 봉평에 가자, 네 이름이 왜 동이인가 알려줄게
여름에는 우비입고, 장화신고, 비 맞으러 다니자, 웅덩이마다 골라 디디면....재밌을거야.
가을에는 은행 주으러 다니자, 은행 냄새가 얼마나 구린지 모르지. 엄마 방구냄새보다 더 구려.
은호가 동진의 코를 잡는다.
S#20. 눈집(낮)
동진이 옛날을 생각하며 웃는다.
동진 : 은행 먹어봤니?
은솔 : (고개를 끄덕인다음) 맛 없어
동진 : 얼마나 맛있는데....
(미연) : 안 추워?
미연이 보온병을 들고 안을 들여다본다.
은솔 : 하나도 안 추워.
동진이 밖으로 나온다.
동진 : 들어가봐요.
미연 : 난 됐어요.
미연이 동진에게 커피를 따라준다. 미연과 동진 사이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은솔이 자기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버튼을 조작해 핸드폰의 ‘펫’에게 먹이를 준다.
커피를 마시며 동진이 쳐다본다.
은솔 : (동진의 시선에 대답하듯) 엄마가 사줬어요. 일곱 살 됐다구
동진이 눈집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져 눈밭을 바라본다.
미연이 그 옆에 선다.
미연 : 솔이가 많이 좋은가봐요. 고마워요.
동진 : (슬쩍 웃어준다)....이런 얘기하는거, 참견하는거 일수도 있는데... 애가 아직 어리잖아요.
미연 : ....?
동진 : 일곱 살인데.... 핸드폰같은 걸 선물하는건, 별로 안좋은 거 같애서...
미연 : ....
동진 : (괜히 말했나 싶기도 하다) 아니....뭐.... 너무 비싼건 교육상 안좋다고도 하고....
그냥 내 생각은 그래요
미연 : (눈집쪽을 슬쩍 보고는 작은소리로) 솔이 아빠가 보내온건데, 아빠가 사줬다고 하면 안 받아서요.
애한테 미안해하는 마음은 진짜 같애서....
동진.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잠깐의 침묵끝에...
동진 : 커피 더 있어요?
S#21. 스포츠 센타앞(밤)
차가 도착한다.
윤수가 내린다.
안에서 나오는 윤희와 수영, 헬스 트레이너들.
윤희를 제외한 사람들 윤수를 보고 의아해한다.
윤수 : 놓고간게 있어서.....아까 전화 드렸는데요.
윤희 : 예. 찾아놨어요. 올라가보세요
윤수, 목례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윤희 : (돌아보며) 물 밖에선 매력 있는데...
S#22. 스포츠센타 입구-휴게실(밤)
드문 드문 불이 꺼져있다.
윤수가 남아있는 사람을 찾는다.
사무실도 들여다보고,
휴게실을 지나다가 수영장을 내려다본다.
불꺼진 수영장.
은호가 혼자서 수영중이다.
윤수, 끌리듯 은호를 바라본다.
은호, 지칠때까지 수영을 하고, 멈춘다.
시선을 느끼고 휴게실쪽을 바라보는데,
윤수 자기도 모르게 숨고 만다.
윤수, 가슴이 두근거린다.
S#23. 스포츠 센타 입구(밤)
샤워를 끝낸 은호가 불을 끄면서 나오다가 주춤한다.
윤수가 일어난다.
은호 : (깜박했다) 아 맞다....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윤수 : (은호의 시선을 피하며 무뚝뚝하게) 아닙니다.
은호, 미안해하며 책상서랍에서 서류봉투를 꺼낸다.
은호 : 요즘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정말 죄송해요.
윤수, 은호의 눈을 못보고 쭈빗대면서 서류봉투를 받는다.
윤수 : (시선을 못 마주치고 쭈삣대면서) 그럼.....전 이만....그럼 안녕히...
은호에게 인사도 다 못하고 서둘러 나간다.
은호, 화났구나....걱정된다.
S#24. 서점(낮)
동진. 가판대 앞에 서 있다.
가판대의 제목. ‘북 마스터의 추천도서-흔들리기에 인간이다’
동진, 가판제목에 어울리는 책들을 셋팅하다가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다.
정화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며 다가온다. 커피를 들고 있다.
동진. 자기 뒤를 본다.
뒤쪽에서 재범이 일하고 있다.
동진이 재범을 툭 친다.
재범 : 왜요?
동진이 눈으로 정화를 가리킨다.
정화, 동진을 향해 다가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낯빛이 변한다.
동진을 지나쳐 재범에게 커피를 건네고 쌩소리가 나게 가버린다.
인사할 틈도 없이....
어리둥절한 재범.
재범을 놀리듯 바라보는 동진의 어깨를 잡는 손.
동진이 고통에 움찔한다.
돌아보면 유리다.
(점프)
서점을 나가는 유리와 동진을 바라보는 진명, 미화
진명 : 여자가 몇 명이야?
미화 : 심지어 장르도 다양해....호러,에로,액션,원조교제까지....
진명 : 오호....미스테리로세.
미화 : 약물을 사용하나?
S#25. 서점 일각 창가(낮)
동진과 유리가 커피를 들고 창가로 온다.
동진 : 이혼한 부부 문제에 참견할거면 시작도 하지마.
유리 : 그건 됐고, (티켓 세장을 건넨다) 그 여자랑 애랑 다같이 와.
동진. 티켓을 바라볼 뿐 받지 않는다.
동진 : 무슨 취미야? 은호도 올텐데....
유리 : 은퇴 경기야.
동진 : (유리를 본다)
유리 : 티켓 장사도 이번이 마지막이니까......꼭 와줘.
동진의 손에 표를 쥐어준다.
S#26. 스포츠 센타앞(낮)
티켓을 들고 화단돌에 기대앉은 은호,
멀어지는 유리를 바라본다.
(유리) : 햇수로 8년이더라구.... 처음엔 좋아서 시작했는데....
S#27. 경기장 앞(낮)
레슬링 매니아 3인방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다.
경기장 입구는 한산하다.
(유리) : 나중엔 오기가 생기고, 그러다보니까 왜하는지도 모르겠구.
S#28. 대기실(낮)
유리가 페이스 페인팅중이다.
유리 뒤로 엔젤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 : 어릴땐 악역이 멋있는 것 같애서.....그거 한다고 그랬는데 덕분에 한번도 못 이겨봤어.
S#29. 링 주변(낮)
레슬링 매니아들이 페이스 페인팅중이다. 전에 봤을 때보다 익숙하다.
(유리) : 1년이 열게임 이상, 8년이면 80게임. 이래저래 하면 100게임.
100게임중에 한번은 이겨도 되지 않을까?
레슬링 매니아들이 둘둘 만 플랫카드를 꺼낸다. ‘아듀, 데몬인 블랙’
(유리) : 마지막 악역에 마지막 게임. 이겼으면 좋겠다.
은호 옆에 지호 준표가 앉아있다.
지호 : (지나가는 말처럼) 유리 언니, 아쉽겠다.
(유리) : 끝날때가 돼서 끝내는 거니까. 아쉬울 거 없어.
은호 : 그래. 끝내야 되는 거면 끝내지 뭐.
지호 : (못들었다) 어?
은호 : (손을 들면서) 미연아!!
미연, 동진. 은솔이 들어온다.
미연은 환하게 웃지만, 동진은 짧게 일별하고 준표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중얼댄다 ‘왔냐?’
동진.은솔,미연,은호,지호,준표순으로 자리를 잡는다.
미연 : 솔이한테 보여줘도 될라나 모르겠네
은호 : (은솔을 흘깃 보면서) 은솔이라면 괜찮을거야.
미연 : (가볍게) 동진씨랑 똑같은 말을 하네.
코트를 벗던 동진. 은호와 잠깐 시선이 마주친다.
미연이 동진의 코트를 받아 뒤집어 잘 개켜놓는다.
은호, 안 보는 척 가방에서 약봉지를 꺼내들고 나간다.
S#30. 정수기앞(낮)
은호가 약을 먹는데
동진이 다가온다.
동진 : (쭈삣대며) 어디 아퍼?
은호 : 소화가 안돼서...
동진 : (괜히 툴툴대는) 맨날 뛰고 운동하면서 그 속은 왜그렇대?
은호 : 은솔이가 당신을 따르나봐?
동진 : 애한테도 통하는거지. 내 매력이...
은호 : 새해에도 변함없네 그 주책은...
평소처럼 치고받고, 말싸움같은 대화를 하지만,
대화의 틈새가 벌어진 듯 열의가 없어보인다.
은호 : 화장실 가던 거 아니었어?
동진 : 어....
은호, 돌아선다.
동진이 한참 은호를 바라보다가 화장실쪽으로 돌아선다.
S#31. 출입구(저녁)
보다 세련되진 유리의 입장 음악, 레슬링 매니아들이 준비해온것이다.
가운의 모자를 눌러쓴 유리, 고개를 든다.
목을 풀면서 들어온다.
레슬링 매니아들, 유리에게 손을 내민다. 유리의 손바닥이 그들의 손을 스치고 지나간다.
‘아이돌 스타와 손을 마주친것’만큼이나 좋아하는 레슬링 매니아들.
지들끼리 껴안고, 난리다.
S#32. 링(저녁)
링아나운서의 소개가 귓전에서 웅얼댄다.
유리의 시점.
유리가 주변을 둘러본다.
어린이 단체관객을 중심으로 링 주변에만 손님이 있을 뿐, 경기장은 역시 텅 비어있다.
유리가 씁쓸하게 웃는다(유리의 쓸쓸함. 비장함을 보여주듯 가끔씩 고속촬영이어도 좋을듯)
유리가 손을 들어 인사한다.
링주변의 몇몇이 환호한다.
유리가 은호와 동진을 바라본다.
유리의 심정을 이해하는 은호는 웃어주지만 복잡한 표정이 된다.
-몸을 탕탕 튕겨보는 유리.
-종이 울리자마자 드롭킹을 날린다.
-감탄하는 은솔.
-큰기술을 시도하는 유리.
-레슬링 매니아들 환호한다.
-로프반동되는 유리,
-유리가 표효한다.
-엔젤의 반격에 어린이 관객들은 환호하고,
-미연은 끔찍해하고
-경기 운영진은 지루해한다. 자기들끼리 잡담한다
-카운트를 시도하는 유리. 은호와 시선이 마주친다.
-어린이 관객들이 야유한다. ‘엔젤’을 연호한다.
-심판이 몸을 눕히며 카운트를 시도한다. ‘원,투. 쓰리’
자기도 모르게 세 번을 치고 놀라는 심판
-놀라기는 유리도 마찬가지다. 눌려있는 엔젤을 바라보며 ‘너?’ 라고 중얼거린다.
엔젤이 슬며시 웃는다.
-심판이 경기 운영진을 본다.
-경기 운영진들도 당황한다.
-어린이 관객들이 아우성을 친다. 어떤 애는 운다.
인솔 교사가 당황한다.
-엉거주춤 서있는 유리의 손을 심판이 들어준다.
어린이들의 야유가 쏟아진다.
그순간, 유리를 향해 축포처럼 쏟아지는 하얀 테이프
은호,동진,준표,지호,미연, 그리고 레슬링 매니아들이
유리를 향해 첫승리를 축하하며 던진 하얀 테이프가 유리를 감싸며 천천히 쏟아진다.
유리, 꿈인것처럼 자기의 첫 승리를 축하하는 하얀 테이프들을 바라본다.
S#33. 선수대기실(저녁)
유리가 화장을 지우고 있는데
엔젤이 들어온다.
유리 : 혼났지?
엔젤 : (대답없이 유리에게 다가와 꾸벅 인사한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유리와 엔젤, 서로 바라보다가 부둥켜 안는다. 엔젤이 먼저 운다.
S#34. 하나카고(저녁)
유리 : 하필 천사의 집에서 단체관람을 왔다네. 악마가 이겼으니 곤란하긴 했겠지.
동진 : 괜찮아. 괜찮아. 뭐 어쩔거야. 다 끝났는데... 나유리의 첫승리를 축하하며 자 건배.
잔이 부딪친다.
유리.지호.준표,동진.은호.미연의 잔이 부딪친다.
유리가 잔을 비운다.
은호 : 천천히 마셔, 술도 못하면서...
동진 : 괜찮아. 실컷 마셔, 오늘 안마시면 언제 마실려구.
동진이 유리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은솔이 유리를 말똥말똥 쳐다본다.
유리. 왜그러냐는 듯 보면.
은솔 : 사인해 주세요
은솔이 손에 쥐고 있던 수첩을 내민다.
준표 : 아깝다. 은퇴하자마자 팬이 생기네.
유리가 사인을 해준다.
지호 : 얘 이러다가 레슬러 된다는 거 아냐?
미연 : (단호히) 그건 안돼?
은솔 : 왜?
미연 : 당연히 안되지. 그게 뭐가 좋니? 때리고 맞고, 아프기만 하고, 돈도 못벌구...
동진 : 미연씨....
미연, 왜그러냐는 듯 쳐다보다가 유리를 보고 앗차싶다.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유리 : (은솔에게) 레슬링을 하려면 몸이 튼튼해야거든. 골고루 먹고, 잠도 많이 자고, 김치 먹고 있어?
은솔 : (곤란하다) 깍두기만 조금...
유리 : 그럼 곤란한대.
은솔 : 일곱 살 됐으니까 김치도 먹을거예요.
은호 : (빙그레 웃으며 유리에게) 잘하네
미연, 동진의 앞 접시에 안주를 덜어준다.
포크까지 챙겨준다.
은호가 흘깃 본다.
유리가 또 술잔을 비운다.
지호, 준표는 은솔의 핸드폰으로 찍은 경기장면을 보고 있다.
지호얼굴이 너무 바짝붙자 준표 주춤하며 물러선다.
동진이 쳐다본다.
동진 : (놀린다) 공!! 너 수상하다.
준표 : 뭐가...
동진 : 어쭈. 목까지 빨개져서....너 지호 좋아하냐?
준표 : (정색하며) 아니얏 마.
동진 : (수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어얼.....핏대까지 섰어?
지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맥주를 홀짝이는데
준표는 당황했다.
준표 : 아니래니깐. 내가 이런 핏덩이를 왜 좋아하냐?
동진 : (놀리듯 본다) 오오.....?
준표 : 내가 미쳤냐? 츄리닝 매니아에 게으르고 지저분하고 개념없는 애를.....
지호, 목덜미를 긁적긁적하며 준표를 본다.
준표 : (앗차싶은) 아니 내 얘기는....
분위기 썰렁해진다.
그순간.
유리 : 난 좋아해.
어느새 취한 유리가 고개를 든다.
모두들 유리를 주목한다.
다른 테이블에서조차 유리를 주목한다.
카리스마 주방장과 관절염걸린 무릎을 툭툭 두드리던 안주인도 그들을 본다.
유리 : 난 좋아한다구 이녀석을....
유리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
손가락끝은 동진을 가리켰다.
동진, 손가락에 찔리기라도 한 듯 몸을 뒤로 뺀다.
미연은 놀라고
은호는 당황한다.
준표, 지호, 은솔은 어리둥절한다.
농담이라 생각한 동진이 피식 웃는다.
유리 : 왜? 내가 좋아한다니까 우스워?
은호 : (동진을 가리킨 유리의 손을 잡아내리며) 유리씨....취했어.
유리 :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동진 : 야 말이되냐....좋아한다면서.....맨날 때리고....
미연 : (동진의 말을 끊고 날카롭게) 그 얘기 왜 지금하는데요?
은솔 : (겁에질려서) 엄마아...
준표 : (분위기를 살피면서) 은솔아. 아저씨랑.....아이스크림 사러가자.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응?
준표가 은솔을 일으킨다.
두눈을 빛내며 이 광경을 즐기는 지호를 준표가 툭 친다.
준표 : (작은소리로) 일어나.
내가 왜? 하듯 준표를 바라보는 지호, 할수없이 따라나간다.
미연 : (그때까지 유리를 노려보다가) 그 얘길 왜 지금 하냐구요?
유리 : (미연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동진만을 본다) 포기했었으니까...
유은호, 이동진. 만나면 틱틱대고 싸워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다시 시작하겠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은호 : (미연에게 변명하듯) 무슨 소릴 하는거야? 신경쓰지마. 취한거야.
유리 : (무시한다) 다른 여자도 된다면 나도 좋아할거야.
은호 : 진짜 왜이래? 우린 다 끝났어. 보면 몰라.
유리 : 다 끝난 사람이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그러니?
동진 : 무슨 소리야?
유리 : (은호를 가리키며 동진에게) 이동진 잘들어.
이녀석은 앞으로 누군가를 좋아해도 아이는 안낳겠대. 그 얘기가 무슨 얘긴지 알아?
은호 : 그만해!!
S#35. 편의점(밤)
준표가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다.
은솔은 작은머리로 이해해보려고 노력중이다.
준표 : 뭐가 어떻게 되는거야?
지호 : (아깝다) 이게 메인 이벤튼데....
지호, 준표를 원망스럽게 보는데.
은솔이 갑자기 뛰어나간다.
준표, 지호 아이스크림을 들고 엉거주춤하다가 은솔이를 부르며 쫓아나간다.
S#36. 하나카고(밤)
모두 할말을 잃었다.
은호는 사태를 수습할 말을 찾을수가 없고,
은호의 진심을 들어버린 동진은 혼란스럽고,
유리는 기진한 듯 보인다.
미연 : (작은소리로 중얼거린다) 비겁해.... (좀더 큰 소리로) 당신 비겁해.
동진 : (말린다) 미연씨.
미연 : 누가 누구를 얼마나 좋아하든 무슨 상관이야? 자기가 좋아하면 그뿐이잖아.
자신 없으니까 미적대다가 늦어놓고, 이러는거 비겁해.
유리 : 이래서 당신한테는 양보 못한다는거야.
그순간 유리가 짧은 비명을 지른다.
은솔이 유리의 손을 물었다.
한발 늦게 준표와 지호가 달려온다.
S#37. 미연의 집 거실(밤)
울다 잠든 은솔을 안고 들어오는 동진.
S#38. 은솔의 침실(밤)
은솔을 침대에 누이고 동진이 밖으로 나간다.
S#39. 미연의 집 거실(밤)
미연이 찬물을 벌컥 벌컥 마신다.
미연 : 그여자 미친거 아니예요?
동진 : 취해서 그래요
미연 : 취한거 아니예요. 취한척 한거지. 내가 유부남을 꼬셨어요? 지가 뭔데....웃겨 진짜
동진. 뭔가 말하려다가 그만둔다. 가려는데...
미연 : 동진씨.
동진이 돌아본다.
미연 : 나 한번 안아주고 가요.....
미연은 불안해 보인다.
동진이 미연을 안아준다.
동진은 미연 어깨너머로 먼곳을 보고 있다.
S#40. 탄천변(밤)
유리가 야경을 보고 있다.
은호가 녹차음료를 사온다.
은호 : 마셔.
유리 : 다 깼어.
유리가 은솔에게 물린 손을 본다. 이빨자국이 선명하다.
은호 : 괜찮아?
유리 : 다치는건 익숙하니까? 악역에도 익숙하고,
은호 : 네 마지막 악역이란게 이거야?
유리 : 이겼을라나? 졌을라나? (문득) 괜히 그런거 알지? 내가 그녀석 좋아한다는거....
은호 : 바보...
은호, 강건너 야경을 본다.
유리도 야경을 본다.
은호 : (문득) 왜 좋아했어?
유리 : .....?
은호 : 그 멍청한 남자를 왜 좋아했냐구.
유리 : ....(부인할까 하다가) 전에 다같이 술마신적 있잖어. 그때 내가 취했었구.
택시 타는데, 그녀석이 택시번호를 적더라구. 여자취급 처음이어서....
유리. 쑥스럽게 웃는다.
은호 : 당신 귀여워
유리 : 알어.
둘이 야경을 바라본다.
S#41.하나카고(밤)
테이블을 치우던 하나카고 안주인이 바닥에 떨어진 빨간 수첩을 발견한다.
무릎 때문에 끙하고 앉으면서 수첩을 펴본다.
뒤쪽에 꽃혀있는 사진.
유리와 동진이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는 사진이다.
비닐이 얼비쳐서 잘 안보인다.
안주인이 사진을 빼본다.
양옆에 접힌부분을 펴면, 유리 옆에는 은호가 동진이 옆에는 지호가 역시 활짝 웃고 있다.
장소는 하나카고, 술먹다가 찍은 사진인가부다.
S#42. 미연의 차안(아침)
미연이 운전중이다.
은솔은 뒤에 앉았다.
은솔은 엄마 기분이 안좋다는걸 알고 조용히 앉아있다.
미연 신호가 바뀌자 직진한다.
스포츠 클럽은 오른쪽에 있는데....
은솔이 멀어지는 스포츠 클럽과 엄마를 번갈아 본다.
S#43. 수영장(낮)
모자수영반,
은호가 출석을 부른다.
은호 : 박종혁, 이강규....조은솔....
대답하는 소리 없다.
은호, 은솔이와 미연이 안왔음을 확인한다.
은호 : (체크하고) 차은재...
S#44. 서점 사무실(낮)
동진을 비롯한 직원들 전체회의중이다.
드르륵 거리는 동진의 핸드폰,
동진이 재빠르게 끈다.
그러나 잠시뒤에 또 울린다.
옆에 있는 재범이 흘깃 쳐다본다.
S#45. 교보문고 식음료 매장(낮)
동진이 들어온다.
안을 둘러본다.
미연이 손을 든다.
(점프)
핏자가 들어온다.
미연은 활기차보인다.
미연 : 먹어요.
미연, 동진에게 피자를 잘라준다.
미연이 포크를 떨어트린다.
미연이 포크를 줍는다. ‘어머!’
미연의 과장된 활력이 부담스러운 동진, 은솔을 본다. 은솔은 말없이 피자만 먹는다.
미연, 포크를 주으면서 동진의 구두를 본다. 구두 뒤축이 좀 낡았다.
S#46. 미연의 집 거실(밤)
거실 한쪽에 백화점 봉투, 그안에 구두상자.
미연이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미연 : (화장실안의 은솔에게) 양치하고, 발닦고.....
은솔 : 응....
미연, 베란다 건너편의 동진집을 본다.
불이 꺼져있다.
미연이 바닥에 널려있는 은솔의 옷가지를 세탁바구니에 넣는다.
(점프)
tv가 켜져 있다.
소파에 앉은 미연은 동진의 집 쪽을 보고 있다.
불이 꺼져있다. 손톱을 잘근 잘근 씹는다.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유은호.....다.
미연, 소파에 던진다. 쿠션으로 덮는다.
S#49. 빌라앞(밤)
동진이 걸어온다.
늦은 퇴근이다.
빌라안으로 들어간다.
S#50. 복도(밤)
동진이 오다가 멈춘다.
문앞에 미연이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일어선다.
동진 : 미연씨!!
미연 : (밝게) 늦었네요.
동진이 어이없어 바라본다.
미연 : (쇼핑봉투를 들어보이며) 이거 줄려고 왔는데, 어쩐지 금방 올거 같애서.... 좀만 좀만 하다가....
오래 그러고 있었던 듯 미연은 추워보인다.
미연 : 좀 춥네요. 차 한잔 줘요.
동진 : .....그래요.
동진이 문을 연다.
S#51. 동진의 거실(밤)
동진은 차를 준비하느라고 주방에 있다.
미연은 거실에 서있다.
미연 : (쉴새없이 떠든다) 동진씬 참 깔끔한 편인가봐요.
어질러놓고 그러면 내가 치워주기도 하고 그럼 좋을텐데... 우렁각시처럼... 오늘 많이 바빴어요?
동진 : 예?..예...
미연 : 그랬구나.. 오늘 날씨 참 좋죠. 낮에는 봄날씨 같더라구요. 은솔이 유치원 데려다주는데...
동진 : (녹차를 앞에 놔주면서 말을 끊는다) 미연씨....왜 그래요?
미연 : (순간 억지로 꾸민 미소가 허물어진다).......나 자고가도 돼요.
동진이 움찔한다.
미연 : (아무렇지도 않은척 웃으면서) 해본 말이예요. 갈게요.
미연이 일어난다.
동진이 미연의 손을 잡는다.
머리에 가려져서 미연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동진 : 미연씨....
미연 : (울먹인다) 동진씬 항상 그래요. 친절한척, 좋은척, 나한테 마음이 있는척
그러면서도 내가 한발작만 가까이 갈려고 하면 움츠려들죠.
싫으면 싫다 그래요. 내가 매달릴 줄 알아요. 나도 자존심 있어요. 사람 왜 비참하게 만들어요?
미연. 나가버린다.
동진. 엉거주춤 미연을 보낸다.
S#52. 빌라앞(밤)
미연이 동진의 빌라에서 나온다.
자기집 빌라와 동진의 빌라사이에 멍하니 서 있다.
S#53. 거리-은호의 빌라앞(밤)
은호가 자전거를 타고 온다.
빌라단지로 접어드는데. 은호를 향해 깜빡이는 자동차 라이트.
주차해놓은 차안에 미연이 앉아있다.
S#54. 미연의 차안(밤)
조수석에 탄 은호.
은호, 미연의 눈치를 본다.
은호 : 들어가서 얘기하자.
미연 : (담담하게) 나한테 사과해.
은호 : ....뭘?
미연 : 나 요즘 불안하고, 비참하고, 속상했어. 그거 너 때문이야. 사과해.
은호 : ....
미연 : 동진씨한테 하루 네 번 다섯 번씩, 전화하고, 늦게 오면 신경쓰고. 잠도 못 자고,
그거 너 때문이야. 사과해.
은호 : ....
미연 : 동진씨 줄려고 선물사면서 전남편 카드까지 쓰게 만들었어. 그것도 너때문이야. 사과해.
은호 : 무슨 소리야....?
미연 : 자기힘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유치하더라도, 지금까지 아무한테나 기대서 잘살고 있었는데,
너 때문에 내 꼴을 알아버렸잖아. 그러니까 사과해
은호 : ....
미연 : 동진씨랑 너도 서로한테 감정있으면서 아닌척 없는척 나 헷갈리게 한것도 사과해.
은호 : .....미안해.
미연 :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다. 픽 웃는다) 동진씨가 날 안좋아한다고 생각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난 늙어죽을때가지 이럴거야. 할머니가 되서도 남자한테 집착하고, 쩔쩔매고.....
늙어서두 그러면 얼마나 끔찍할까.
은호가 미연을 바라본다.
S#55. 동진의 침실(밤)
동진이 침대에 기대어 책을 본다.
종이컵이 스윽 딸려 올라간다.
동진이 돌아보는 순간. 올라갔던 종이컵이 뚝 떨어진다.
S#56. 빌라앞(밤)
동진이 창문을 연다.
두집을 연결하던 실전화의 실이 축 늘어져있다.
동진이 늘어진 줄을 당겨본다.
미연의집 베란다는 닫혀있고, 불이 꺼져있다.
S#57. 은솔의 침실(밤)
은솔이 잠들어 있다.
미연이 은솔의 침대로 파고든다.
미연 : 미안해.....미안해. 은솔아.
은솔 : (잠결에) 엄마?
미연 : 응....
은솔 : (눈도 못뜬채로) 또 슬픈 생각이 났어?
은솔이 엄마에게 돌아눕는다.
미연을 안고 다시 잠이 든다.
은솔에게 안긴 미연의 등이 흔들린다.
미연이 소리 죽여 운다.
S#58. 고급 레스토랑(낮)
준표와 지호 식사중이다.
준표는 지호 눈치를 본다.
준표 : 저기...
지호 : (먹으며) 예.
준표 : 지난번에 내가 한말....그냥 그건....그러니까 내 말 알지?
지호 : 말을 해야 알죠.
준표 : 그러니까 그건.....니가 싫다는게 아니라.... 그러니까 넌 나한테 여동생 같다는 그런 의미루다가....
지호 : (알아듣는다).....예.....
준표 : 화났니?
지호 : 내가 왜요? 왜 안났어요.
준표 : 그럼 다행이구.....하하 먹어.....
지호, 잘 먹는다.
그런 지호를 바라보다가.
준표 : 진짜 화 안났어?
지호 : 예....
준표 : (어이없어 쳐다본다)
지호 : (준표 접시를 보며) 그거 다 먹은거예요?
준표 : 응?
지호 : (끌어다 먹는다) 밥맛이 없나봐요?
준표, 지호를 보며 어이없다.
이해불가능한 생물체다.
S#58. 서점(낮)
동진이 통화를 시도한다.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전자음
S#59. 미연의 집 현관(밤)
문에 붙어있는 음식점. 광고 스티커들,
우두커니 서 있던 동진. 스티커들을 떼서 돌아선다.
S#60. 던킨 도넛츠(낮)
녹차 쿨라타와 도넛츠를 계산하고 돌아서던 은호,
막 들어서는 동진과 눈이 마주친다.
(점프)
마주앉아 도넛츠를 먹는 은호와 동진.
서로 눈치를 본다.
할말이 있는데 못하고 있다.
S#61. 동진의 집 침실(밤)
동진이 종이컵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동진) : 어디서부터가 사랑일까?
S#62. 동진의 집 침실(아침)
알람이 울리기직전, 버튼을 누르면서 일어나는 동진.
(동진) : 걱정되고 보고 싶은 마음부터가 사랑일까?
S#63. 화장실(아침)
동진이 이빨을 닦는다.
(동진) : 잠을 설칠 정도로 생각이 난다면 그걸 사랑일까?
S#64. 베란다(아침)
이빨을 닦으며 베란다 건조대에서 양말 두개를 걷는 동진, 그대로 멈춘다.
S#65. 빌라앞(아침)
이삿짐이 나온다.
가슴이 파인 야한 옷을 입고, 공들여 화장을 한 미연이 이사를 지켜보며,
경비가 갖고온 이사상황에 대한 ‘확인 사인’을 하고있다.
동진 : 미연씨?
입을 대충 헹구고 그대로 뛰쳐나온 동진.
미연이 빙글 웃는다.
경비아저씨에게 펜을 돌려준다.
동진 : 뭐하는 거예요?
미연 : 보시다시피
동진 : (당황했다) 왜?
미연 : 나이 서른 되기 전에 한번쯤 혼자 서볼려구요.
동진 : (무슨 소릴지 못 알아듣는다) 은솔이는요?
미연. 차를 가리킨다.
화가 난 은솔은 동진과 미연쪽을 보지도 않는다.
동진 : 왜.....나는.....나한테는.....
미연 : 정말 좋아했으면 찾아와봐요. 아주 숨지는 않을테니까...
동진 : ....
미연 : (픽 웃는다) 오늘 나 어때요?
미연, 패션쇼하듯 빙글 돌아본다.
동진, 어떨떨할뿐이다.
미연 : 이건 복수에요. 이렇게 멋진 여자를 놓쳤구나 두고 두고 후회하라고.
동진 : ....
미연 : 이건 감사의 표시에요.
미연이 동진의 볼에 살짝 입맞춘다.
미연 : 오랜만에 가슴 설레게 해준 거....고마워요
미연이 차 있는 쪽으로 간다.
(점프)
이삿짐 트럭이 떠나간다.
미연의 차옆.
동진이 차안의 은솔에게 인사한다.
동진 : 잘 가.
은솔, 꼼짝도 안하고 앞만 본다.
미연 : 나 때문에 화났어요.
동진이 한발 물러선다.
미연의 차가 출발한다.
동진이 지켜본다.
(동진) : 어디서부터가 사랑일까? 오랜시간이 지나 뒤돌아봐도 가슴이 아프다면 그건 사랑이었을까?
잠시후, 차가 멈춘다.
은솔이 뛰어온다.
동진앞에 멈춰선 은솔이 소리없이 흐느껴운다.
동진이 눈높이를 맞춘다.
동진 : 미안하다. 아빠가 되주지 못해서.
동진이 은솔을 끌어안는다.
은솔이 소리내 운다.
S#66. 미연의 차안(낮)
미연이 운전중이다.
뒷자리.
눈이 빨개진 은솔이 차 유리창으로 동진을 본다.
(동진) :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S#67. 빌라앞(낮)
동진이 멍하니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