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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한국 전쟁의 사회사 [1]: 문제 제기 |
번호 2486 글쓴이 이정환한국전쟁사 조회 199 누리 20 (20/0) 등록일 2007-9-10 01:28 | 대문 1 톡톡 0 |
다시 쓰는 한국 전쟁사 (29)
-한국 전쟁의 사회사 [1]: 문제 제기 -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 동춘 [전쟁과 사회] 서문에서-
한국전쟁에서 한국은 미국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내가 74세의 나이를 먹도록 그렇게 유혈적인 참극이 일어난 곳을 보지 못하였다.
-한국전쟁 당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경-
[서: 한국전쟁의 사회사를 시작하며]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벌써 56년이 되었다. 한국전쟁은 여전히 20세기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억된다. 전쟁을 겪은 세대들에게는 한결같이 자기 평생에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이었던 한국전쟁은 이제 반세기가 넘게 흘러 21세기가 되면서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듯도 하다. 기실 전쟁을 체험한 세대도 별로 남지 않게 된 마당에, 이 밝고 화려한 21세기첨단 문명사회에서 어둡고 음울한 흑백사진과 같은 한국전쟁의 모습은 잊고 싶은 기억일 뿐이다.
그러나 김 동춘의 지적대로 정치적으로 본다면 여전히 한국전쟁은 우리에게 현재 진행형이다. 미합중국과 북조선 인민공화국간의 정전체제가 존속하고 있고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남과 북은 여전히 군사적 정치적 대립 각을 의연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예산의 상당수를 막대한 군비로 지출하고 있다.
청년기의 남성들은 인생의 가장 활동적인 시기를 군인으로 보내고 있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전쟁 전후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들은 반세기가 넘게 통한의 세월을 보냈고 최근 들어 제한적인 만남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전쟁을 북은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남은 북괴의 침략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원에 서있는 외국장군의 동상 하나 때문에 우리 사회 내부는 아직도 날 선 대립이 팽팽하다.
이 대결의 마당에서 나와 의견이 다른 놈은 박멸해야 할 적일뿐이다. (심지어 이 카페에서도 그러한 생생한 적의가, 그것도 실제 전쟁을 겪어 보지도 못한 세대 일부의 머릿속에 이토록 강렬히 꿈틀대고 있을 줄은 몰랐다)
가장 확실한 통일은 주석궁에 탱크를 몰고 들어가 태극기를 휘날리는 길이라고 선동하는 사람이 이 나라 굴지의 언론사 사장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사회. 신성한 헌법이 보장한 학문과 사상의 자유는 한국 전쟁을 통일전쟁이라고 분석해낸 학자 놈(?)에게는 결코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중세 마녀사냥 식 무지와 언어폭력과 협박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 사회 일각은 여전히 한국전쟁 중(?)이다.
그 두 사람 모두가 한국전쟁은 통일전쟁이라고 규정했건만, 죽일 놈은 오직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밉고 미운 빨갱이학자(?) 놈뿐인 이성적으로 당최 납득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이 사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전쟁의 사회사는 바로 그러한 의문에서부터 출발한다.
포성과 총성이 멈춘 지 이미 53년이나 된 전쟁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사회에 왜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지배적인 폭력과 압제로 살아 숨쉬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고찰하는 것이 이번 한국전쟁의 사회사 연재의 주목표다.
지난 반세기동안 대한민국이라는 근대 국가가 한국전쟁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으며 무엇을 그 구성원들에게 강요했는지를 고찰하지 않고서는 지금 우리사회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진행되고 있는 [한국전쟁의 현재진행형]들을 온전하게 읽어낼 수 없을 것이기에. 이제부터 [강요된 앎]과 [실제의 사실(Facts)]의 괴리사이에서 다소 생경하고 고통스럽지만 의미 있는 분석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1.전쟁 발발을 기념하는 국가 6.25 사변 즉 한국전쟁은 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괴 공산당이 불법적으로 ‘남침’하여 우리 민족전체를 고통에 빠트린 비극적인 사건으로 공식화 되어 있다.
최근까지 아니, 아직도 일부는 한국전쟁을 6.25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왜 외국의 모든 학자들이 이 전쟁을 [Korean War: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데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한국전쟁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것일까? 우리에겐 이 전쟁이 남달랐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한국전쟁에 관한 대한민국 혹은 남한 사회의 공식적인 인식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그 구성원인 국민을 향해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내용이 “6.25”라는 규정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바로 50년 6월 25일 북괴에 의해 전쟁이 ‘기습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초래된 모든 불행과 고통은 전쟁을 도발한 북괴의 책임으로 귀착된다는 결론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6.25]라는 개념 규정 속에는 ‘상기 하자 6.25! 무찌르자 공산당!’의 구호에 집약된 전쟁의 발발, 즉 전쟁의 개시자가 누구인가, 누구 때문에 우리가 그런 민족적 비극을 겪었는지를 두고두고 되새김질 하자는 문제의식이 강하게 깔려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전쟁개시 일자인 6.25를 기념했었으며 서울 용산 한복판에는 ‘전쟁기념관’이라는 희한한 이름의 한국전쟁 박물관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한국전쟁의 발발일인 50년 6월 25일은 기억해도 전쟁이 종료된 날짜인 53년 7월 27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휴전일이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전 세계 어느 전쟁도 발발 일을 기준으로 그 전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예는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일의 종전일과 개전일중 어떤 것을 사람들은 더 많이 기억하고 있을까를 물어본다면 우리의 한국전쟁호칭인 6.25가 얼마나 많은 함의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한국전쟁이 아닌 6.25라고 부르는 이 공식적인 담론 구조를 보면 우리는 한국전쟁에 관한 모든 기록과 연구, 기억과 회고, 국민교육, 기념행사, 처벌과 포상 등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었는지를 짐작 할 수 있다.
두 번 다시 6.25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서해교전과 같은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기만 하면 대한민국 일부의 지식인들과 언론사회는 이성을 상실한다. 그러한 대결이 상호 파멸의 비극을 불러오더라도 반드시 북괴 를 응징해야 한다는 호전적 주장이 압도하게 되는 것이다.
공산주의를 분쇄하고 조국통일을 이룰 수만 있다면 우리 민족이 원폭의 피해자가 되고 ‘장기판의 졸’이 되어도 좋다는 ‘광신적인 반공주의’하에서는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를 따져보는 일은 없고 모든 책임을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주의와 침략주의 탓으로 돌리며, 그 것을 의심하거나 분석해보자는 목소리를 불경스럽고 위험한 사고로 몰아붙이는 사회를 우리는 문명사회 혹은 민주주의의 원칙이 통용되는 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아직도 미국이 북한을 혼내주면 크게 기뻐하면서 94년 북핵 위기 때처럼 우리 모두를 또다시 엄청난 비극에 빠뜨릴지 모르는 전쟁과 같은 상황에 돌입해도 여전히 미국의 강경한 대북응징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에 대해서 가장 냉소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은 영락없이 53년 휴전을 결사반대하던 이승만정권의 광신적인 반공주의의 클론들이다.
2.앎의 압제 한국전쟁의 발발기원과 한반도 분단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시 쓰는 한국전쟁사 1-6편을 참조)
민족의 분단은 곧 남북간의 전쟁으로 이어 질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몽양 여 운형과 백범 김 구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분단을 막고자 했다.
그들이 차례로 제거된 후 남과 북은 단독정부 수립의 막다른 골목으로 치달았으며 전쟁은 분단으로 이미 80%이상 기정사실화 되고 있던 상황이었건만, 휴전후 김 구와 안 재홍, 조 소앙, 김 규식 등 중간파 정치세력이 사라진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정치적 갈등과 한국전쟁으로 인한 비극의 책임을 오직 북한과 김일성에게만 있다는 식으로 정리되어 버린다.
그 결과 남을 겨누어 총을 쏜 북한을 향해서만 분노하도록 공식적으로 허용되어 왔고 그 사실만이 일방적으로 교육, 선전되어 왔었다. (이 점에서는 북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는 이제 전쟁 그 자체에 대해서나, 전쟁이 남북한의 평범한 민족 구성원 들에게 가져다 준 엄청난 고통과 비극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분노하지 않으며 슬퍼하지도 않고 또 그러한 사실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한국전쟁에 관한한 민족, 민중, 인권, 여성과 사실적 실체의 관점은 완전히 배제 되어 왔으며 오로지 국가의 관점, 반공의 관점만이 있다.
엄혹한 처벌과 배제, 사실상의 폭력인 이 ‘지식의 압제’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사회에 곳곳에 남아 있다. 가장 가까운 예가 정설이 아닌 주장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삭제하겠다는 우리 카페 (밀리터리, 군사무기 카페) 대문 공지 글...--; 도대체 뭐가 정설일까? ^^; 북 역시 다르지 않다는 데서 [앎을 억누르는 압제의 비극]은 총체적이다.
북은 그릇된 상황판단과 자기 과신으로 전쟁을 개시한 중요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전 초부터 남조선 국방군의 선제공격에 의한 ‘방어’로서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해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조국을 통일할 시기가 왔다‘는 공세적인 전쟁목적을 천명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북이 ‘책임이 미국과 남조선에게 있다’고 과도하게 강조하고 집착하는 모습은 그들의 전쟁관이 남의 공식적인 전쟁관과 동일한 논리구조에 서있음을 잘 보여준다. 북의 정권 역시 이러한 논리를 공식적인 전쟁해석으로 승격시켜 체제유지의 근간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남북한 간의 모든 소모적 대결을 남조선과 미국의 탓으로 돌리고 있으며 전쟁의 극심했던 피해와 체험을 바탕으로 ‘미제’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고 국가의 중요한 존립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조국해방전쟁’이라는 공식적인 규정과 ‘미제국주의’와 이승만 괴뢰도당의 ‘반역적인 행동‘에만 초점을 두는 북의 시각은 겉으로는 ’민족‘과 ’인민‘을 강조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전쟁으로 인해 불의의 죽음을 당한 ‘인민들’ 지금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온 남북한의 ‘인민들’, 수백만 이산가족들, 군에 징집되었다가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은 말단 병사들의 비참한 처지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남의 광신적인 반공주의와 마찬가지로 ‘조국해방’의 호전적인 논리와 행동에는 진정한 평화구축의 전망이나, 민족도 이념도 모르는 무지렁이 ‘인민’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는 설자리도 안중에도 없었다. [6.25 vs 조국해방 전쟁]으로 대립해온 남북의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은 20세기 중반 냉전 초기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며 전쟁에 대한 인식의 답보상황은 분단의 깊이와 적대의 심도와 정비례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그래서 ‘행위로서의 전쟁’은 종료되었으나 ‘상태로서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즉 전투는 끝났으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남과 북에 여전히 지속되는 적대와 막대한 군비지출 그리고 공히 전쟁이 내재화된 군사형 사회(Military Society)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확인가능하다.
최근 들어 이러한 강고한 벽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 전환점이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였던 김 대중 행정부의 탄생이었다. 햇볕정책과 남북 정상회담, 금강산 관광과 개성 공단 등 일련의 긴장완화와 화해 움직임들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했었다는 점과 아직도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맹목적인 반공냉전주의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반세기동안 우리사회가 어떤 위상에서 머물렀고 어떤 지향 점을 추구했었는지를 그대로 대변해준다.
3. 예속된 앎의 상처를 드러내고 말문을 열게 하라 6.25라는 전쟁 발발의 기념과 더불어 한국전쟁 당시 겪은 ‘공산주의 체험’도 전쟁에 관한 공식적이고 집단적인 기억으로 반공주의를 확대 강화했다. 남의 공식적인 전쟁 인식을 대변하는 모 윤숙의 증언에는 인민군 치하의 서울과 남한을 암흑천지 혹은 지옥으로 묘사했으며 공산주의와 공산당은 하늘아래 함께 살 수 없는 원수라고 하였다. 분명 이 증언은 모 윤숙 자신의 부인할 수 없는 고통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모 윤숙처럼 대한민국의 핵심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던 인사들의 [적 치하 체험]이 휴전이후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공식체험]으로 신화화 되었다는 데 있다. 모 윤숙은 분단 정권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이자 이승만의 최측근이며 대표적인 친일 부역 지식인이었다. 따라서 북정권으로부터 ‘적’으로 분류된 존재였다. 이러한 사실들은 [공식화]의 과정에서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체험과 기억의 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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