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오늘날은 글로벌 파워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나고 있다. 20세기 전반 당시에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독일과 미국으로 옮겨갔다면, 이제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그리고 거대한 위기들이 닥치고 있다.
당시에는 세계대전, 스페인 독감, 1920년 대 초 중부 유렵의 극단적 인플레이션, 1930년대 대공황이 발행했다. 현재는 글로벌 경기 침체, 코로나19,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위기들이 닥쳤다. 또한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권위주의가 부상했다.
동유럽, 중부 유럽이 개발도상국, 탈공산주의 국가들의 취약한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와 브렉시트가 보여주듯이, 20세기 내낸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기치를 높게 내걸었던 미국과 영국에서조차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핵전쟁과 기후변화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오늘날 러시아 제국을 무력으로 재건하겠다는 푸틴의 결심은 히틀러가 독일어권 유럽 민족을 전체주의 통치 아래에 하나로 묶으려던 열망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고통스럽다.
우리 사회의 건강은 경제와 정치, 개인과 집단, 국가와 글로벌 간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달려 있다. 그런데 그 균형이 깨져버렸다. 경제가 정치를 불안정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더 이상 시장 경제의 운영을 안정적인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결합할 수 없다.
오늘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합성어인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는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위기의 본질, 그리고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이 책의 중심 주제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명확하다.
이 책은 정치와 경제, 특히 저자가 정의한 대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이론과 역사 측면에서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약탈적 자본주의와 선동적 정치가 밀접하게 연결된 결과, 자본주의 경제와 민주주의 정치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살피고 있다.
보다 포용적이고 성공적인 경제와 더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개혁 과제들을 분석하고,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들이 자신을 방어하고 핵심 가치를 높이며, 글로벌 평화와 번영, 지구 보호를 위해서 어떻게 세계와 함께 나서야 하는지를 살피고 있다.
나.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시장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우리 세계의 ‘음과 양’처럼 ‘상호 보완적인 대립물’이라면, 이 상호 보완적인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상호 파괴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보통 선거권에 기반을 둔 대의제 민주주의는 지난 2세기에 걸쳐 발전해왔으며, 시장 자본주의는 보다 평등주의적인 정치를 요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민주주의 국가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평등한 정치적 권리가 보장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독재국가가 사라지고 민주주의 국가의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소련이 붕괴한 후 민주주의 국가 수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트럼프의 등장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왔다. 마침내 젊은 새데의 민주주의에 대한 충성도 저하와 함께 포퓰리즘이 등장했다.
만약 보편적 참정권 민주주의가 국민 전체로부터 괴리되어 있고 시장경제가 국민 전체의 이익에 봉사하지 않는다면, 이 둘을 결합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가장 성공적으로 달성된 민주주의 사회를 저자는 ‘복지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이는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깨달음의 결과이다. 민주주의의 강점은 대표성과 정당성인 반면, 약점은 무지와 무책임이다. 자본주의의 강점은 역동성과 유연성인 반면, 약점은 불안정과 불평등이다.
정치나 경제에서 필수적인 것, 즉 정치의 경우 정치적 대표성과 유능한 정부, 경제의 경우 매력적인 기회와 폭넓게 공유되는 번영을 정치와 경제가 제공하지 못한다면 파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즉 각 파트너의 강점이 상대의 약점을 상쇄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경제적 문제부터 논의를 시작하여 자본주의의 쇄신을 위한 요건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피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민주주의의 쇄신에 초점을 맞추고 거시경제의 안정성, 혁신과 투자, 지속 가능성, 세계화 등으로 논의를 전개해 간다.
다. 보편적 기본소득
특히 이 책은 우리에게도 이슈가 되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다루고 있다. 고소득 국가의 기존 복지국가에 추가되거나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아마도 가장 널리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보편적 기본소득의 제공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동등한 혜택을 받되, 재원 마련을 위한 세금은 소득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한다는 아이디어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전반적으로 볼 때 재분배적이다.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므로 소득, 연령, 건강, 가족 책임 또는 근로 노력 같은 다른 특성들은 관련이 없다.
철학적으로 보면 보편적 기본소득은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모두를 끌어당기는 아이디어다. 모든 성인에게 무조건적인 소득을 지급함으로써 복지국가의 가부장적 측면이 약화되거나 심지어 폐지될 수도 있다고 기대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충분히 크다면 다른 대부분의 빈곤 방지 및 노동 시장 프로그램이 불필요해질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보건 및 교육을 폐지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여기서 제기되는 한 가지 철학적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소득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다. 서구 민주주의 사회 계약은 공정한 기여와 정당한 혜택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기초한다.
이 원칙의 기본 전제는 근로 능력이 있는 성인은 생계를 유지해야 하며, 국가는 질병, 장애, 실업, 빈고, 노숙, 노령 등 확인 가능한 필요에 대응해서 지원을 해주거나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공공 서비스를 통해서만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선별적 복지’다.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은 매우 근본적인 현실적 문제기 제기된다. 첫 번째는 ‘합리적인 수준의 기본소득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과연 부족한 공공자원을 사용하는 현명한 방법인가’ 하는 것이다.
전자에 대해서 많은 분석가가 의미 있는 수준의 보편적 기본소득은 한마디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본소득 플랜은 국가 재정을 파탄 상태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자면 세율을 더욱 올려야 할 것이며 이는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의도적’으로 타깃을 잘못 설정했기 때문에 부족한 재정을 낭비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홍길동에게 돈을 주기 위해 홍길동한테 돈을 뜯어내는 것과 같다.
결국 보편적 기본소득은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중요한 서비스 그리고 현재 자신들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지 못할 것이다.
결국 보편적 기본소득은 그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 추가로 거둔 세금을 잘 활용한다고 보기에는 타켓 설정이 너무 잘못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아이이어에 대해서는 이 이상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라. 민주주의의 쇄신
전 세계적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후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강하다. 전 세계의 절반에 가까운 나라들이 민주주의 국가로 간주될 수 있지만 이 중 상당수는 불완전하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공고화됐다고 간주돼온 나라들에서도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쇄신할 수 필요가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미국과 영국은 현대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선구자이나 이 나라들에서조차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이러한 서구 민주주의의 제도들을 개선하기 위해 저자는 몇 가지 기본 사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주의는 공정한 투표와 전문적 정치인,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전문성, 독립적인 기관들, 그리고 무엇보다 보편적 시민권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다수의 횡포와 동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강력한 안전장치 없이는 작동할 수 없으며. 중요한 안전장치는 헌법이나 법률상이 구체적 문구들이 아니라,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 특히 엘리트들의 마음과 생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는 권위주의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수하고 성공적인 체제로, 시장경제가 번영하는 국가는 대부분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국가다. 이들 국가들이 고소득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회다. 따라서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는 결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옹호할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가 위태로워졌지만 이 둘이 갈라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둘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현재의 토대에서 노력해야 하며,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