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목정 흘령골 이야기
김명아
초등학교 시절
엄마 따라
왕촌 외가집 가려면
밀목재 넘어 박정자까지
삼십리를 걸어야 했는데
부엉부를 지나면
정장리가 나오고
상원다리 건너
황씨네 가게에 들려
박하사탕 한 알 입에 물고
괴목정 흘령골
방앗간 집 들마루에 앉아
땀을 식히던 그집이
신길우 교수님 댁이었다니
첫 인사를 나누던 날
얼마나 반가웠던지
주막에 앉아
두레박 샘 냉수 길어 마시듯
막걸리에 취하여
숫용추 대궐터에서
신털이봉 지나
암용추 용화사로
황적봉 넘어 동학사에서
사기수 동홀을 거쳐
밀목재를 넘어
신도안 고랑 다 헤메니
서울가는 막차 간신히 타고가던
뒷모습에 질질 흘리고 가는
실타래 같은 이야기
옷섶에 엉겨붙어
고향지키던 맏형같은
길우 형이 생각 나면
그 주막에 들려
막걸리를 청한다.
흘령골 물방아처럼
도랑물 감듯 살아오신
교단생활 사십년
장하고 거룩한 표현의 역사여
채송화씨앗 같은 언어의 형상이
영혼 속에 묻혀
새싹처럼 피어나
꽃피우고 열매 맺었네
길우형님
올 여름엘랑
괴목정 느티나무 아래
맨바닥에 퍼질러 앉아
막걸리 마시며
참새 때까치 불러놓고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이야기 좀 물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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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我가 쓰는 詩
괴목정 흘령골 이야기
明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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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1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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