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13탄 - 무등산 국립공원
2021년 05월 22일(토)
실로 오랜만에 쾌청한 날씨의 토요일이다.
목요일과, 금요일 비바람이 전국을 쓸고 간 후 드디어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햇살은 오랜만에 뜨꺼운 열에너지를 맘껏 발산하고 있었다.
오늘 방문 예정된 국립공원은 무등산이었지만, 계획상 실제 무등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등산의 북쪽 자락인 담양 지역 방문을 계획했다.
여행일정 계획 : 서산 - 김제 - 무등산생태체험관 - 소쇄원 - 담양 - 죽녹원 - 김제 - 서산
승주 어머니가 처가 일손을 돕기로 했기 때문에 김제에 들렀다 목적지로 이동을 했다.
서해안고속도로, 전주-군산 산업도로, 호남고속도로, 고창-담양 고속도를 지난 후, 창평IC로 나왔다.
서산에서 출발해서 2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창평 IC에서 고서면으로 가는 길가에도 담양의 자랑인 매타세쿼이아 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청량감을 듬뿍 주었다.
광주호를 따라 가사문학면에 이르렀는데, 행정구역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가사문학이 동네의 자랑인 듯 하다.
생태원 입구 삼거리에 가사문학관이 있었다.
생태원은 광주호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고, 무등산 생태체험관도 옆에 있었다.
무등산 생태체험관은 무등산에 오르지 않고도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오늘의 첫 목적지가 되었다.
숙박형태의 체험관을 운영했지만, 최근 코로나로 인해 운영되고 있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스탬프를 찍으러 도착했을 때도, 문이 닫혀있어서 전화를 드렸더니, 직원분이 나오셔서 친절하게 스탬프를 찍도록 도와주셨다.
무등산 스탬프의 그림은 무등산에 올라야 볼 수 있는 "서석대"였다.
나는 무등산에 오른 적 있기 때문에 입석대와 서석대를 알지만, 승주, 승현이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스탬프를 찍고, 넝쿨장미가 만개한 생태체험관 주변을 둘러보고, 광주호로 내려가 호수 둘레 데크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나와 승현이는 데크길 중간에서 돌아왔지만, 승주는 혼자서 끝까지 갔다 오는 열정을 보였다.
생태원에서 소쇄원 까지는 자동차로 5분 거리였다.
승주 어머니가 준비해준 도시락을 야외에서 먹기 위해 혹시 길거리에 원두막이나 그늘이 있을 까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기에 할 수 없이 소쇄원 주차장에 주차하고, 차 안에서 의자시트를 접어 식탁을 마련하고 점심식사를 했다.
아이들은 이런 경험도 처음이라고 재밌어 했지만, 날씨가 더운데다가 차안에서 밥을 먹는 상황이 많이 불편했다.
코로나 상황만 아니었으면, 지역의 맛집을 찾았을 텐데,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소쇄원으로 올라갔다.
중간에 입장료(어른 2,000원, 어린이 700원) 3,400원을 지불했다.
입장료를 내는 곳 옆으로 물이 흘러가는데, 천둥오리로 보이는 녀석들이 대나무로 만든 집에 살고 있었다.
소쇄원은 소문을 하도 많이 들어서 꼭 오고 싶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소문만큼 정말 멋졌다.
자연과 건물의 조화로운 모습이 천원짜리에 그려진 "계상정거도" 만큼 자연스러웠다.
깊지 않은 자연스런 계곡을 품은 누각이 2개 있었으며,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돌이 듬성듬성 박힌 흙담이 정겨웠다.
작은 연못에 물을 끌어오기 위해 쓰인 대나무 수로도 운치가 있었다.
자연과 건물의 조화가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게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아서 참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 멋진 광경이 승주 승현이에게는 의미있거나 재미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오로지 입구의 오리에게만 관심이 있었고, 급기야 집에서 곤히 쉬고 있는 오리들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한참동안 요구해
실제로 한마리가 응답하게 된 것이 신나는 일이었다.
소쇄원에서 담양으로 이동해서 죽녹원에 들렀다.
입장료(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5,000원을 내고 죽녹원 길에 들어서자 하루종일 찌는 듯했던 더위가 사라지는 듯 했다.
실제로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대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가 마치 계곡의 시냇물 소리같아서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것을 대나무 밭에서 외쳐야 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제법 현명한 대답을 했다.
대나무 숲 안에 작은 놀이터가 있는데, 승주 승현이는 도통 대나무에는 관심이 없고, 놀이터에서서 제일 신나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작은 폭포가 있고, 대나무를 좋아하는 펜더곰 모형들이 많이 설치되어있었다.
대나무 숲을 따라 여러갈래의 길이 있고, 나름대로 멋진 이름들이 붙어 있었다.
막 생명을 시작한 죽순도 멋지고 힘차게 하늘을 향해 직진하고 있었다.
죽녹원에 있는 대부분의 설치물들(의자, 쓰레기통 등)은 대나무를 활용해 만들어져있었다.
생태원 둘레길, 소쇄원, 죽녹원, 오늘 들른 곳은 딱 3군데지만, 12,000보 정도 걷기를 한 것 같다.
비슷한 이름의 단양도 그랬지만, 담양은 슬로시티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누각과 정자가 많고, 유유자적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고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대나무와 메타세콰이아라는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점이 맘에 와닿았고,
"생태와 인문학으로 디자인하다"라는 천년 담양의 슬로건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