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 책은 방대한 문헌을 바탕으로 인류사에서 복권이 걸어온 길과 그 사회적 의미를 보여준다. 복권은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지, 탄생 이후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 어마어마한 수익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등 복권의 실체를 살핀다. 그리고 저자는 복권의 역사는 가난한
이들의 꿈에 세금을 매긴 인간 수탈의 역사이자 일확천금을 쫓아 자신의 꿈을 저당 잡힌 인간탐욕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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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1장 로또 광풍 다시 부활한 정부 복권사업 / 복권 게임의 진화 / 복권으로 이익을 얻는 자는? / 필요한 건 1달러와 꿈뿐 /
복권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2장 미국 역사 속의 복권 유럽의 복권 문제 / 미국 내 복권의 쇠퇴 / 20세기의 복권 / 복권
합법화를 뒷받침한 요인들 / 경제적 힘과 복권사업 / 사람들은 왜 복권을 사는가? 3장 복권, 의문스런 정부정책 정부, 복권
홍보에 나서다 / 사기성 판촉 / 교육예산 지원, 주머닛돈이 쌈짓돈 / 복권과 도박 / 국가로서의 주 정부 / 그렇다면 정부는 왜? /
국가, 자본가와 자본주의의 보호자 / 주 정부는 누가 통제하는가? 4장 복권,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 체제 정당화 과정 /
진정 새로운 기회인가? / 부를 획득하는 유일무이한 길? / 기분전환으로서의 복권 / 이제 더 이상 일하지 않겠어 / 복권,
미신을 부추기다 / 후기 5장 복권, 변화의 걸림돌 빈곤층을 상대로 한 새로운 전쟁 6장 번역자 보론: 한국 복권의 현황과
문제점 로또 열풍, 한국에 상륙하다 / 한국 복권의 역사 / 한국 복권,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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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2002년 12월 로또복권이 등장한 이후 우리 사회는 전에 없던 복권 몸살을 앓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일확천금의 꿈을 복권에
걸어본다. 정말 운이 좋아 대박을 터뜨린 극소수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허탈과 분노뿐이다. 그래선지 “정부가 이렇게 사행심을
조장해도 되는 거냐” “그 엄청난 복권 수익금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거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한 복권에서 인생역전의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던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복권의 역사》는 우선 복권이
언제 어떤 연유로 시작됐고, 그 후 어떤 변화를 거쳐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해 왔는가를 살핀다. 16세기 중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국가재정
유지를 위해 복권을 허용한 게 근대적 복권의 발단이며, 17세기 초에는 영국이 북미 식민지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미국은 18세기 후반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사회기반시설 건설, 대학 설립 등을 위해 복권을 활발하게 발행했다. 그러나 복권을 둘러싸고
사기와 비리가 횡행하게 되자 19세기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복권의 발행과 거래가 잇따라 금지됐다. 미국에서 복권 발행이 재개된 것은 그 뒤 오랜
세월이 지난 1960년대부터였고, 영국에서는 이보다 더 최근인 1990년대부터였다.
복권은 어느 사이에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려
누구나 뻔히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복권이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의 저자는 복권이 자본주의의 전개 과정과 긴밀한 연관성을
보여 왔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초기에 신흥 부르주아의 상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복권이 도입됐다. 20세기 이후에는 은행을
비롯해 훨씬 더 우수한 자금조달 기관들이 발달함에 따라 민간 기업들은 더 이상 복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체제는
교육, 보건,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의 공공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요구되는 재원은 충분히 창출하지 못함으로써 공적자금 조달원으로서 복권이 다시
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학자가 쓴 이 책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번역자 보론에 잘 요약돼 있다. “복권은 정부만이,
그것도 특정한 법을 만들지 않고는 발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이는 ‘한국에서는 복권을 정부가 발행해도 되는 것인지’,
‘발행한다면 무슨 용도를 위해 발행할 것인지’를 공개적으로 따져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복권은 부유층이 떠안아야 할
세금부담을 부당하게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떠넘김으로써 조세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지금부터 우리는 로또복권을
과연 계속 발행할 것인가, 계속 발행한다면 그 수익금을 어떤 용도로 쓸 것인가를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이 문제를 사회적인 쟁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빈부격차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국내외 경제상황에서 저소득층을 노리는 온갖 복권 판촉 기법과 사기성 광고가 판치는 미국의
현실이 곧 우리에게도 닥쳐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책 속에서…>
“복권은 이미 사회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고 매일 매일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필요한 건 1달러와 꿈뿐’이라는 복권 광고 문구가 사람들의 변화 욕구를
자극한다. 신문, 잡지, 텔레비전 등은 복권 당첨 한번으로 인생 대역전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굴비두름처럼 엮어 내보내고 있다. 저마다
경쟁적으로 복권 당첨자들의 행운과 화려한 앞날을 그려내느라 떠들썩하다. 그런가 하면 복권으로 인해 개인들이 입는 피해에 주목하고 공론화하는
언론매체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19페이지)
“복권 구매자에게 스스로 통제한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방식의
복권은 그 잠재적 시장 규모가 워낙 컸다. 때문에 복권 판매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던 주 정부들이 이런 숫자 고르기 방식의 복권 도입을
거부하기가 어려웠다. 주 정부들은 숫자 고르기 방식의 복권을 약간 변형해 도입했다. 당첨금 액수를 즉석복권보다는 훨씬 많게, 그러나 통상적인
복권보다는 적게 설정하고 추첨을 매일 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어서 나온 것이 로또(Lotto)이며, 지금은 로또가 주 정부 복권사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로또는 1978년에 뉴저지주가 처음 도입했다. 로또는 1960년대에 뉴햄프셔주가 운영하던 전통적인 복권에 불법 복권의
요소를 결합한 것이었다.”(30~31페이지)
“16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제비뽑기’는 종교의식 도중 어떤 결정을 내릴 때나 하는
것이었다. 당시엔 신의 의지를 발견하기 위해 제비뽑기를 주기적으로 실시했다. 따라서 복권 놀음은 신성모독이자 신의 섭리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비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16세기에 이르러 경제 및 사회 체제가 변화함에 따라 재정이 급속도로 어려워졌다. 국민국가 형성에 참여한
특권층은 그들의 제국을 관리, 보호, 확대하고 자신들의 사치스런 생활을 유지할 자금이 필요했다. 156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국고를
유지하기 위해 복권을 허용했다.”(52~53페이지)
“프랑스혁명 지도자들은 복권이 빈민들을 착취한다는 점 때문에 정부의 복권사업에
극도로 비판적이었다. 한 신임 공화정 관리는 복권을 “잘못된 꿈을 심어줌으로써 시민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폭군이 고안해낸 채찍”이라고 불렀다.
의회에서 복권 문제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한 의원은 “어리석음이나 절망을 바탕으로 삼아 거둬들이는 세금”이라고 복권을 비판했다. 프랑스 혁명정부는
1793년에 모든 복권을 폐지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도덕적 우월성은 1799년에 복권이 다시 발행되면서 무너졌다. 정부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도 프랑스인들이 불법적으로 외국 복권을 사기 때문에 프랑스의 국내 자산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점을 알게 된 정부가 다시 복권사업을
시작한 것이다.“(59~60페이지)
“1890년 벤저민 해리슨 대통령은 미국에서 복권 관련 활동을 중지시킬 법안을 마련해줄 것을
의회에 요구했다. 해리슨 대통령은 복권이 미국인들을 ‘타락시키고 갈취한다’고 말했다. 두 달 뒤 의회는 대통령의 요구에 응해 ‘복권과 관련된
모든 편지, 우편엽서, 소책자, 회보, 티켓의 우편물 취급’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71페이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많은 수의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발달했고, 대기업들도 성장에 필요한 자본의 상당 부분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20세기 말에는 이미 투자할 자본을 창출할 기구와 절차들이 아주 잘 발달한 상태인데, 왜 복권이 아직도 필요한가? 그 답은 독점과 글로벌
자본주의의 힘에 의해 형태가 갖추어진 현재의 금융기관들이 공적 부문보다는 사기업의 이익에 훨씬 더 잘 봉사한다는 사실에
있다.”(98페이지)
“1998년 당첨금이 1억 9500만 달러에 이른 파워볼 복권의 당첨 확률은 800만 분의 1까지 떨어졌다.
사람이 번개에 맞을 확률이 이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적어도 8배는 높다. 미시간주 복권은 이런 비판의 논리에 대응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개발했다. 이 광고에선 한 사람이 등장해 번개에 맞을 확률이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높다고 단호히 주장한다. 그리곤 휙 하고 번개에
맞는다. 시꺼멓게 탄 그는 가까스로 살아나 “복권 한 장만”이라고 말한다.“(114페이지)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경제적 안정이라는 꿈이 500만 분의 1에 불과한 복권 당첨 가능성(미국의 예. 영국에서는 이 확률이 14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보장하는 사회정책의 확립을 통해서 가장 잘 실현될 것이라는 주장에 마음을 더 많이 열 것이다. 대중은 경제
민주주의 운동만이 좀더 공정한 세금제도와 적정한 임금, 모두를 위한 보건제도, 적절하고 풍요로운 주거, 모든 어린이들을 위한 질 좋은 초중등
교육을 실현시키고, 기존 사회제도에서 시급히 고쳐야 할 것들을 고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20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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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데이비드 니버트(David Nibert) 미국 위튼버그(Wittenberg) 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사회계층과 소수집단
문제에 초점을 두고 사회학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세입자 연대조직 운동을 벌이는 등 사회참여 활동에 적극적이며, 동물 보호에도 관심이 많아
채식주의자로 살면서 미국사회학협회(ASA)에 신설된 ‘동물과 사회’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복권 문제를 다룬 이 책과, 동물
문제를 다룬 《동물의 권리, 사람의 권리》 등 두 저서를 통해 사회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선구적 사회학자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아동
복지〉〈사람들 사이의 폭력에 대한 저널〉〈여성과 어린이들을 희생시키는 데 대한 대응〉〈비판 사회학〉〈인종, 성, 그리고 계급〉 등 여러
전문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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