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2015. 6. 20(토)
2. 장소: 광교산, 백운산, 바라산, 우담산
3. 행로 및 시간
[반딧불이 화장실(07:46)
-> 형제봉(08:51) -> 비로봉(09:18)
-> 광교산(09:48) -> 백운산(10:33-43)
-> 바라산(11:22) -> 우담산(12:05-12:20)
-> 하오고개(12:50) -> 국사봉(13:41)
-> 이수봉(14:15) -> 옛골 입구(15:05)
-> 옛골토성(15:20)]
4. 동행: 288 10명
2주 전쯤 밴드에 광청종주 산행을 공지했다. 하나 둘 호응이 시작됐고, 대장님도 참석하시는 등 규모가 커졌다. 산행 전날 회사 일이 생긴
한설지님과 다친 다리가 아직 성치 않은 청한님이 뒤풀이에 참석하기로 해 산행인원은 10명으로 조정되었다. 주말 비 예보가 있으나 누구 하나 비 핑계로 불참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중 산행에 대한 기대 섞인 반응들이 밴드에 올라온다. 역시 대간 종주꾼들의 마인드는 일반 산꾼과는
다르다.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깬다. 뒤척이다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장안문에서 버스를 갈아 타려
하는데 화성 성곽의 아침 풍경이 그윽하다. 도심에서 옛 성을 감상하는 기분이 좋다. 이 나라 곳곳에는 숨어 있는 명소가 참 많다. 광교공원에 도착하니 7시가 막 지난다. 다정이님과 아카님이 먼저 와 계시다. 나보다 더 부지런한 분들이시다. ^^
< 경기 화성 성문 풍경
>
하나 둘 일행들이 모이고,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 광교저수지와 반딧불이 화장실 들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산에 올라 붙는다.
노루목에서 만나기로 한 송암님을 제외한 9명이 길에 나선다. 28에서 대간 산행을 할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익숙한 근교 산행이라
마음에 여유가 느껴진다. 두런두런, 삼상오오 이야기 꽃이
피어난다. 대간 산꾼들이라 산에서도 산 얘기와 산사람들이 주 화제다.
어쩔 수 없는 산꾼들 ㅎㅎ
< 광교 저수지 풍경 / 들머리에서
>
소나무, 참나무가
호위하는 널찍한 등로를 묵묵히 걸어간다. 비가 오려는 듯 흐린 날씨,
비릿한 숲의 기운이 좋다. 심호흡을 크게 해 본다. 비염
증상이 있는데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산의 치유력을 믿는다.
형제봉 밑 펜치에서 숨을 고른다. 3km 넘는 거리를 50분만에 올라왔다. 길도 좋았고 걸음도 빨랐다. 형제봉 바위를 기어오른다. 날이 좋으면 사방으로 트인 풍경이 시원한 곳인데 오늘은 전망이 없다. 형제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는다. 오늘 사진은 단체 중심으로 꾸려볼 작정이다.
< 반딧불이 화장실
들머리 / 형제봉에서 >
아침 일찍 산에 오른 이들로 분주하던 산 길은 형제봉을 지나며 한적해진다. 한참을 내려서더니 비로봉으로 오르는 오름이 시작된다. 9시 30분에 노루목에서 송암님과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좀 늦을 것 같다. 조금
늦는다는 문자를 보낸다. 혼자 오래 기다리게 해 죄송했다. 소나무
숲 길이 이어진다. 돌아보는 눈에 ‘미녀 3총사’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길을 오르는 모습이 잡힌다. 산에서만큼은 최고의 베테랑들이다. 이야기하는 모습이 정겨워 보여
멀리 카메라를 당겨본다.
비로봉에 오른다. 정자가 높다랗다. 정자 안 현판에 멋진 싯구가 써 있었는데 시간을 아끼려 올라가 보지는 않는다.
웃음 띤 얼굴을 사진에 담고 광교산으로 향한다. 들머리 출발 2시간 만에 광교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 일대에는 나무 데크가 깔렸다. 새롭고 깔끔한 느낌이다. 춘삼이님이 아이스께끼를 사서 돌린다. 입에 하드 하나씩을 물고 정상석 앞에 포즈를 잡는다.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흔치 않는 모습이다. ^^
< 288의 미녀 삼총사 / 비로봉에서 >
노루목에서 송암님과 만났다. 모두들 반갑게 인사한다. 이제야 약속된 10명이 꽉 찬다.
송암님의 해맑은 미소, 대장님의 흐뭇한 표정. 모두의
얼굴에서 행복감이 느껴진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이 기분에,
산에 오르리라. 작은 행복에 감사한다.
노루목에서 백운산 가는 길은 광청 종주의 하이라이트다. 잘
생긴 소나무가 호위하는 고즈넉한 숲, 높낮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평탄한 길이 길게 이어진다. 풍경이 없어도 명품 길임에 틀림없다. 미군 통신탑을 돌아든다. 백운산 정상에 당도했다. 오늘의 두 번째 산이다. 막걸리 마개가 따진다. 한 컵의 술이 시원하게 목 구멍을 타고 내린다. 곡주의 맛이 일품이다. 한 잔 더 생각이 낫지만 없다. 조금 아쉬울 때 멈추는 게 지나고 보면 늘 현명하다. (버스 안
소란, 뒤풀이의 과음 등을 겪으며 과유불급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때도 지금처럼 조금 아쉬울 때 멈추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ㅋㅋ)
< 광교산과 백운산 정성에서 >
백운산에서 고분재로 내려서는 길, 팔팔님이 세찬 비를 예견한다. 멀리서 비가 몰려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한바탕 비가 내리실
모양이다. 비 올 바람이 분다. 비가 맞고 싶을 때가 있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생기발랄한 방울방울이 그립다. 우중산행, 빗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스스로를 도닥거리고 받아들여 내가 나를 찾는 시간이 된다 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세상 속에서 나란 존재가 희미해져 갈 때 우중산행을 해 보라 권한다 했다. 공감되는 말이다.
고분재 어름에서 비가 쏟아진다. 제법 굵은 빗줄기다. 배낭 커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겹다. 한참을 걸어도 메마른 땅에는
쉬이 비가 스며들지 못한다. 그간 얼마나 가물었으면 하고 생각해 본다.
촉촉히 젖어가는 산 길, 그러나 앞 사람의 등산화가 지나간 자리에서 살며시 먼지가 일어난다. 이 비가 땅 표면만 적시고 뿌리에까지 수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만큼 온 나라에 비가 절실하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고마워하며 바라산 오름을 치고 오른다. 정상
옆 전망대에서 백운호수가 목격된다. 다리님이 호수에서의 정취를 이야기한다. 괜한 ‘여관’ 이야기를
했다가 한 소리 듣는다. ㅎㅎ
< 바라산에서 / 나리꽃 >
15분 정도 세차게 내리던 비는 바라산 정상 부근에 오를 무렵 잦아든다. 당장 걸음에는 다행스러웠지만, 비가 더 내려야 한다는 마음만은 변함없다. 24절기가 설명된 365 계단을 내려서 바라산재에 닿는다. 고기리 방향으로 내려가자는
이야기가 들리나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계속 Go, Go다.
바라산에서 우담산 지나 하오고개로 내려서는 길은 지겹다. 길
차체야 한적하고 무리없지만 4시간여를 걸어왔고 등로의 변화가 적어 생각 외로 힙겹다. 비가 그쳤다. 우담산으로 향하는 길 오름에 나리꽃 군락을 만난다. 올 여름 들어 처음 맞는 주황색 꽃 봉우리가 빗물에 젖어 싱그럽다. 변화
없는 길에서 만난 신선한 동무였다.
12시가 막 넘어선다. 우담산에
도착했다. 산이라고 하기에는 밋밋한 공터다.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곧 비가 다시 들어 닥치리라. 빵과 과일로
주린 배를 채운다. 정겨운 이야기를 반찬 삼아 흥겨운 식사를 했다. 역시
사람은 자주 모이고 만나야 한다.
< 하오고개 구름다리에서
>
길게 내려섰다. 영심봉을 향해 다시 오른다. 반복되는 오르내림에 지쳐간다. 간간이 반대편에서 오는 산꾼들과 조우한다. 모두들 내려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이다. 외곽순환고속도로가
내려다 보인다. 비가 다시 쏟아진다. 하오고개를 향해 내려가는
길 빗물이 작은 도랑을 만들며 내려간다. 시원하다, 내리는
비가 …
하오고개 구름다리를 지난다. 우측으로 내려서면 운중동에 닿는다. 순간의 유혹을 이겨내고 국사봉으로 향한다. 오늘 코스 중 가장 힘겨운
길이 이어진다. 공동묘지를 지나 20여분 긴 오름을 올라선다. 깔닥고개다. 안부에서 잠시 정열을 정비하고는 나머지 오름을 치고
오른다. 길고 힘에 겹다. 선두와의 거리가 느껴진다.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을 망정 산행에 대한 열망만은 여전하다.
숲이 비에 완전히 젖어 든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싫지 않다. 카메라를 들어댄다. 시원치 않다.
눈보다 더 좋은 카메라는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아카님이 빗길에 넘어졌나 보다. 춘삼이님의 걱정 소리가 들린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엉덩이에
커다란 훈장을 달고 왔다. ㅋㅋ
국사봉에 도착했다. 쏟아지는 비에 카메라가 젖는다. 얼른 단체사진을 찍는다. 더 이상의 사진은 무리가 될 듯하다.
< 국사봉 오른 길에 / 국사봉에셔 >
빗물에 젖은 핸드폰에 지문인식이 되지 않는다. 한설지님 카톡과
청한님, 돈도니님께 보낸 문자에 답이 와 있을 텐데 확인할 길이 없다.
ㅎㅎ
이수봉으로 향한다. 만만하게 본 길은 생각 외로 길었다. 비가 거세진다. 온 몸이 흠뻑 젖는다. 등산화에도 물이 스며든다. 몸이 완전히 비에 노출되니 이상한 쾌감이
느껴진다. 더 이상 걱정할게 없다. 모든 걸 다 내려놓는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수봉 정상은 눈 도장만 찍는다. 이후 2km 정도면 되겠지 한 옛골 하산 길은 3km가 훨씬 넘었다. 도중에 좌측으로 길을 틀어 정토사 방향으로 내려왔어야 하는데, 능선
길을 계속 탔더니 시간도 길어지고 일행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아카님과 후미에 서서 발 걸음을 재촉했다. 도로에 내려서서도 20여분 더 걸어 옛골토성에 당도했다. 배가 몹시 고파온다. 7시간 30여분의
광청 산행이 힘겹게 마무리되었다.
< 에필로그 >
커다란 음식점, 사복을 입은 ‘낯선’ 얼굴의
일탈님, 한설지님, 청한님,
돈도니님이 모습이 보인다. 고기가 익어가고 술잔이 돌아간다. 흥겨운 분위기, 산행 후의 노곤함이 몰려온다. 술이 빠르게 몸에 흡수되어 간다. 기분이 최고조에 다다른다. 팔팔님이 288 월례 정기산행을 제안한다. 모두들 박수로 환영한다. 엉결껄에 사무총장이 되었다. 여러 감투가 얘기되었는데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일단 7월 산행은 북한산 12성문 종주를 계획해야겠다.
< 옛골토성 뒤풀이
>
1차 뒤풀이가 끝나고 양재로 향한다. 길이 막힌다. 술 취한 등산객과 시비가 붙었다. 별거 아닌 말싸움이 커졌다. 거든다고 내가 한 말이 판을 더 키웠다. 돌아와 생각하니 참았어야 했다. 그나마 조금 일찍 버스에서 내리는
바람에 소란은 일단락되고, 9기 따라 점봉산에 다녀온 ‘4인방’이 맥주 집에 합류하며 분위기가 다시 화기애애해 진다. 흥겨운 2차에 이어 노래방, 그리고 또 한차례의 술자리…. 흥겨운 날이었다. 술을 조금만 덜 마셨으면 하는 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다음 정기산행에서는 뒤풀이의 원칙도 정해야겠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실감난다.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광청 종주 산행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컸다.
우선 대간 졸업 후 다시 288이 뭉쳤다는데 의의가 있고,
정기산행도 모의되었고, 무엇보다 산행 중 비가 내려 오랜 가뭄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다.
비를 주신 하늘에 감사하며, 함께해준 288 모든 분들께도, 그리고 나눔을 베풀어 주신 분들께도 감사 드린다. 꾸벅 ^^ 다음 산행은 더욱 알차게 준비해야겠다.
< 산행 궤적과 고도 표
>
첫댓글 하우고개에서 국사봉 오르는 길, 우롱길 다가서면 저기 ㅋ. 하여간 명동님 덕에 즐거웠고 기분좋은 하루. 사무총장 축하(?)하고.
만나서 즐거웠어요.
빨리 나서서 함께 산에 갑시다 ^^
ㅎㅎ 저도 광청종주 합류한 마음이 되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