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행사보다 더 비싸게 받는 시설사용료 감면 등 지방자치단체의 세제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동시에 프로스포츠 운영주체들은 문화상품으로서의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스포츠서울이 주최하고 스포츠토토가 협찬하는 '제1회 한국스포츠 비전 심포지엄'이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성황리에 열린 가운데 한국프로농구기구인 KBL 김영수 총재(전 문체부 장관)는 '한국프로 스포츠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제언'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 총재는 프로스포츠의 발전 요건으로 각 팀간 전력균형이 필수적이라는 전제 아래 현행 팀간 전력 균형 방식, 즉 드래프트, 샐러리캡, 수익분배제도의 역할을 평가하는 한편 향후 프로스포츠 재정 정상화 이후 선수연봉의 리그수입 연동은 물론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돌파구로 유소년육성 활성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주제 발표의 근간을 이룬 프로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과 프로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제언 요약이다.
◇프로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
●시설 사용료 감면=우리나라 프로스포츠는 모두 지자체 소유로 되어 있는데 사용료가 턱없이 비싸다. 경기장 사용료를 보면 서울시는 일반 체육경기에 대하여는 10%, 공공행사, 문화행사에 대해서는 8%를 부과하는데 반해 프로스포츠 경기 등에 대해서는 이들보다 월등히 많은 25%를 부과한다. 물론 서울연고구단의 경우에는 13%를 부과하도록 해 일부 지원의 형태를 보이고 있으나 다른 문화행사에 비해 여전히 비싼 편이다. 대구도 2.5%, 수원도 5%를 프로의 경우 추가 부담한다. 이들 지자체는 프로경기의 수익성을 감안하여 추가 부담을 강요하는 것으로, 지자체가 가뜩이나 열악한 프로스포츠 구단으로부터 직접적인 수익을 얻겠다는 태도라 할 것이다.
●시설 투자=미국에서는 많은 도시가 프로스포츠 팀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도시가 프로스포츠 팀을 유치하기 위해 펴는 대표적인 정책적 지원 사항이 훌륭한 시설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시카고시는 미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 삭스 구단으로부터 연 1달러의 구장사용료만 받을 뿐이다. 그리고 경기장 내의 모든 시설을 구단이 직접 운영하여 운영 수익은 구단이 갖도록 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경우 1년 임대료로 뉴욕시에 지불하는 금액은 약 100만 달러(약 1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두산과 LG는 서울시에 30여억원을 지불한다. 지자체는 프로구단에 시설의 장기 임대가 불가능하다면 현재 소유하고 있는 시설이라도 사용자가 마땅히 비싼 사용료를 내고라도 쓸 수 있게 시설을 개·보수 하거나 현대화해야 한다.
●세제 지원=세제 당국은 아직도 프로스포츠를 기업의 홍보, 이익 추구의 방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끊임 없는 적자 속에서도 꾸준히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은 이익 추구보다는 대 국민 서비스 또는 공익적 사업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프로스포츠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세제 당국이 부가세, 법인세 감면의 혜택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개인의 스포츠 관람 입장권 구매에 따른 소득 공제도 바람직하다. 세제지원과 관련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프로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제언
1.스포츠 종목의 정체성을 확보하라=스포츠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해당 스포츠 종목의 우수성, 합리성 여부를 떠나 스포츠 소비자의 마음 속에 'OO스포츠는 00이다(또는 어떠하다)'라고 하는 깊은 정서적 정체성과 유대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스포츠 종목 또는 스포츠 단체가 다른 종목과는 다른 활동을 보일수록 스포츠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들이 관심을 갖는 해당 스포츠가 보다 강력하게 그들의 마음 속에 정의된다.
2.문화 상품으로서 스포츠의 경쟁력을 확보하라=프로리그가 팬, 미디어, 스폰서 등과 성공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려면 우선 스포츠 조직자체가 강력한 컨텐츠 파워(contents power)를 소유하는 것이 기본과제이다. 팬 입장에서 '내가 지금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떤 스포츠인가?'라는 물음과, '내가 참여하거나 관람한다면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그 무엇(something precious)을 안고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스포츠리그는 분명한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 여기서 '그 어떤 것'은 환호, 기대, 실망, 다이내믹, 승부 등 스포츠만이 지니는 가치와 더불어 경기장 분위기, 경험 등의 총체적 결합으로서 스포츠 소비자가 해당 스포츠를 다른 문화 상품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느끼는 '그 무엇'이다.
3.청소년에 대한 중, 장기적 마케팅 플랜을 확보하라=스포츠 이벤트 주최자가 마케팅 목표 그룹 (Marketing Target Group)을 선정하는데 있어 청소년층은 항상 주요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청소년은 충성스런 팬이 될 가능성이 높고, 스포츠 여론 주도자가 된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에 이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마케팅보다는 비용도 적게 들고 훨씬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4. 가족 및 여성 팬을 확보 하라=주부가 움직이면 어린이가 움직이고, 주부가 오면 가족이 온다. 특히 여성은 점점 우리 사회의 소비 주체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가정에서 주말 레저, 문화를 즐길 선택 및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성 화장실 수의 확보, 식당시설 및 음식의 질과 서비스 수준의 개선 등은 시급한 문제이다.
그외에 5.스폰서에게 다가갈 스포츠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 6.지속적인 스포츠 품질관리(Quality Control) 7.지적재산권 확보와 관리 8.심판에 대한 신뢰와 승복문화 정착 등이 절실하다.
◇비전을 찾아서
국내 프로스포츠리그 소속 각 구단의 경영 형태는 일반기업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는 수익 극대화 모델 대신 대부분 '승률 극대화(winning maximization)'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스포츠가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팬과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계획과 의지 없이 단발성 이벤트에 기대는, 눈에 보이는 상술로는 소비자와 팬을 사로잡지 못한다. 향후 일정 규모의 시장이 갖춰지고 마케팅이 제대로 작동되게 하기 위해서는 비록 더디지만 차근차근 팬과 미디어, 그리고 스폰서의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2007년 이후 국내 스포츠 산업 분야의 관심 화두가 되고 있는 '스포테인먼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결과에 집착하는 방식을 떠나 과정에 충실하고 팬을 우선시하는 '스포테인먼트'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다.
정리 | 조병모기자 br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