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나'라는 것은 없다.
다만 인연 따라 내 몸도 마음도, 이 몸과 마음이 겪는 다양한 일들도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일 뿐이다.
거기에는 그 어떤 실체가 없다. 무아(無我)다.
그럼에도, 생각과 기억은 시간을 더듬으며, 지나온 모든 과거의 경험들을 모아놓고 그것이 바로 '나'라고 여긴다.
나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아상이고 에고다.
그런 사람은 과거에 자신이 잘 한 것을 떠올리며,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혹은 과거에 잘못한 것을 떠올리며 자신을 죄인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곧장 나라는 거짓된 허상, 아상, 에고, 정체성에 갇히게 된다.
무아임을 깨닫지 못한 채, 나라는 허망한 에고의 놀이에 사로잡히게 된다.
헛된 망상에 구속되는 것이다.
그 과거는 '나'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다.
지난 과거의 잘못이나 잘한 일을 '내 것'이라고 여길 때, 우리는 시간과 기억이라는 허망한 생각에 휘둘리면서 허상을 좇는 것이 된다.
그 지난 과거를 '나'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 과거의 잘못이나 잘한 일은 그저 기억일 뿐이고, 생각일 뿐이다.
시간이라는 환상이 가져다주는 가짜에 속고 있는 것이다.
참된 나는 그 과거를 살고 있지 않으며, 다만 지금 이렇게 있을 뿐이다.
지금 여기는 그 때의 거기가 아니다.
과거의 그곳이나, 그곳에서 일어난 일 따위는 '지금의 여기'가 아니다.
진실, 실재, 참된 실상은 오로지 기억이나 생각, 과거나 죄의식이 아닌, 오로지 지금 이것일 뿐이다.
그러니 지금 여기라는 진실에 뿌리내린 채, 필요할 때만 잠깐씩 과거를 써먹을 뿐, 과거에게 '나'의 주인 자리를 내주지는 말라.
그 과거는 나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참된 나다. 이것도 군더더기 말이지만.
만약에 당신이 지난 과거의 실수, 잘못을 돌이켜보면서, 지금이라는 현재에는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기로 마음 먹으며, 과거의 실수를 통해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은 과거를 필요에 따라 잠깐 써먹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된 행동에 죄책감을 여전히 지금도 느끼면서, 죄의 과보를 받을 것이라는 괴로움에 시달릴 때, 당신은 과거를 '나'라고 여기면서, 과거에 지배당하게 된다.
이것을 기억하라. 과거는 진실이 아니니, 필요할 때만 잠깐 써먹으면 그뿐이다.
과거, 생각, 기억이 아닌 '지금'만이 온전한 진실이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