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선 먹방과 놀방이 대세다. 그야 말로 먹고 노는 게 대세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참 재미지다.
하루 종일 힘겹게 일하고 돌아와서 지친 몸 쉬느라 TV채널을 돌리면 나오는 방송마다 다양한 먹거리 소개하고 맛난 음식 만들고 요리 경연대회로 가득하고 이제는 식당 주방에서 빠져나온 친분있는 셰프들이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한다. (그들은 이제 요리에선 손 놓은 모양이다.)
먹방이 TV프로그램의 한 축이라면 놀방도 다양하다. 여기저기 해외여행지를 소개하기도 하고 몇몇 유명연예인들이 다양한 도전과 무모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출연진들의 무상식함을 더 과장해 재미로 연출하고 이젠 심지어 연예인들의 자녀들까지 프로그램에 등장시켜 놀아주는 육아프로그램까지 놀방의 경쟁은 끝이 없다.
이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놀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고 부요롭고 싶은 욕망을 부추키며 공부 안해도 된다는 욕구를 합리화 시키고 있으며 옳고 그름의 기준도 없이 재미 위주의 삶을 추구하게 만든다는 문제점과 여러가지 부작용에 대해 우려한다고 언급이라도 하면....
일에 바빠 지치고 힘들어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먹고싶어도 먹지 못하며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대리만족을 위해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런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삶의 재미와 희망이 생기는거라며.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영향들을 수도 없이 열거하며 들이댄다.
사실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의 삼둥이 대한민국만세 사랑이 서언이 서준이 지온이는 이제 온 국민에게 익숙한 이름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 나와서 슬기롭게 자라가는 모습 보면서 재미있게 보기도 하지만, 카메라 의식하며 나이 먹어가는 출연진 아이들 보면서 문제가 있다 싶어. 애들 내세워 돈벌이 웬말이냐고 걱정했더니 달력 만들어 얻은 수익금은 모두 기부했단다. 오히려 기특한 일이라며 그 일을 해낸 삼둥이 대한민국만세 아빠의 좋지 않았던 이미지마져 좋은 이미지로 세탁해 버렸다.이제 그 아빠는 대한민국만세 할머니의 뒤를 이어 국회의원 출마설까지 나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버지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빠들은 모두 하나같이 슈퍼맨들이다. 그들은 젊은 나이에 영화 스포츠 등에서 최저임금 상관 없는 출연료나 대전료를 챙겨 부를 누린다. 돈 걱정 없이 좋은 집에서 하루 종일 육아나 하는데도 두셋이나 되는 아이들을 명품에 고급진 음식으로 호의호식시키는 모습이다. 이런 아빠들을 보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빠들의 마음은 어떨까? 한마디로 부럽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이런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아빠들은 말도 안되는 최저 임금을 버느라 하루 종일 진이 빠져있어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어렵다. 대부분 대한민국의 아빠들이 죽을 힘 다해 한 달 번 돈으로 그런 호의호식 시키기도 어렵고 그렇게 마냥 놀아줄 수도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즐기고 부러워하고 부끄러워 하고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아빠어디가"라는 프로그램에 아들딸 출연시켜 돈을 벌어 간 성동일의 집엔 TV가 없단다. TV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두지 않았단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돈을 벌어가는 TV를 보며 돈을 지불하고 있다. 우리가 TV를 보면서 지불하는 수신료와 광고료는 그들의 부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대한민국 아빠로서 대한민국만세 아빠들에게 할 말이 있다. 당신들처럼 하다가는 슈퍼맨도 돌아가시겠다. 프로그램도 좋고 돈벌이도 좋지만 적당히 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출연하는 아이들이 겉만 자라는 아이가 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TV 속 그런 아빠들이 정답이라는 오해는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