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의 대지도론 산책〈5〉사리불 외삼촌이 손톱을 기른 이유
사리불은 부처님 제자 가운데 지혜롭기가 으뜸이었습니다.
어찌나 지혜롭던지 어머니가 그를 잉태했을 때
어머니마저 저절로 슬기로워졌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본래 사리불 존자의 어머니도 지혜로운 여성이었습니다.
자신의 견해가 뚜렷하고 당당해서 그 누구와 논쟁을 벌여도
지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자기 생애 마지막 해야 할 일을
‘어머니를 부처님 제자 되게 하기’였으며,
‘어머니는 워낙 현명해서 어떤 사람들도 그 분의 견해를 꺾지 못하며
오직 자식인 내가 감당할 일’이라고 생각할 만큼
어머니는 지혜로웠고 또 늘 자신만만하였습니다.
사리불(舍利弗)이란 이름은 사리의 아들(푸트라, 풋타)이란 뜻으로,
여기에서 ‘사리’는 바로 사리불 어머니의 이름입니다.
사리불 존자의 지혜로움은 아무래도 모계 쪽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여인 사리가 첫아이(사리불)를 임신했을 때의 일입니다.
사리의 남동생 마하구치라가 찾아와
여느 때와 같이 논쟁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임신한 누이의 말이 예전과는 달랐습니다.
논리가 분명하였고, 조리가 있었으며,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 드는 비유도 매우 뛰어났습니다.
본래 누이가 영특한 여인인 줄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슬기로움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마하구치라는 논쟁에서 졌습니다. 그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임신한 누이와 논쟁서 패하고
가장 현명한 사람 되겠다. 결심
‘누님이 이토록 명쾌하고 해박한 논리와 말솜씨를 구사한 적이 있었던가!
누님 혼자만의 능력은 아닐 것이다.
틀림없이 지금 태중에 있는 아이의 지혜 때문일 것이다.
지혜로운 아이를 잉태하면 그 아이의 능력으로
어머니도 따라서 지혜로워진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마하구치라는 갑자기 심란해졌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가장 명석하다는 칭송과 명예를 한 몸에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임신한 누이에게 논쟁에서 패하였고,
필시 머지않아 나이 어린 조카에게까지 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조카에게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자
그는 결심합니다.
“떠나자. 죽도록 공부해서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는 모질게 마음먹고 남쪽지방으로 가서
세상의 현자들이 학습하는 모든 경서를 읽고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두 다리를 맺고 경서를 읽는 마하구치라를 보고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대체 무슨 공부를 그리도 열심히 하시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학문을 다 익힐 각오를 하였소.
현자들이 학습하는 18가지 경을 완전히 습득하려고 하오.”
당시 인도의 지식인들은 네 가지 베다경전을 비롯하여
모두 18가지 경을 최고로 쳤습니다.
하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단 하나도 제대로 욀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사정을 알고 있기에 18경을 다 공부하겠다는
마하구치라의 결심이 사람들에게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이보시오. 바라문 양반!
결심이 그토록 굳으니 어디 한 번 해보시구려.
죽기 전에 단 한 가지라도 제대로 공부해낼 지 어디 한 번 지켜보겠소.”
마하구치라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 임신한 누이를 업신여겨 논쟁을 벌였다가 패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생각만 해도 화끈거리고 심장이 아릿한데
이 남쪽 지방 사람들의 조롱까지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침내 굳은 결심을 합니다.
“맹세하건대 이 18가지 경서를 완전히 습득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손톱을 깎지 않겠다.”
그리하여 마하구치라는 사람들에게 ‘손톱이 긴 사람’이라 불렸고,
한문경전에서는 장조(長爪)범지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대지도론 제1권)
2012년 3월 7일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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