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독후감>
<뽀뽀 배달 왔습니다>를 읽고
봄글밭 정순주
뽀뽀 배달 왔습니다, 너무 유쾌하고 발랄하고 막 궁금하게 하는 제목이 아닌가 말이다. 내용을 읽어보아도 제목 못지않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근래에 읽은 동화 중 가장 베스트라고 할만치,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다 재미있고 과거나 현재를 들여다보게 할 수 있는 동화다.
길지 않은 내용과 그림이 가득한 그림책이지만 내용은 단편 정도로 늘려도 될 만치 흥미 있다.
내용은 이러하다. 주인공 초등학생 은서는 매일 아침 아빠와 뽀뽀 전쟁을 치른다. 아빠가 은서에게 잘 잤냐는 인사와 함께 하마 입술을 쭈욱 내밀며 뽀뽀를 신청한다. 그렇지만 초등학생이 된 은서는 아빠와 뽀뽀하는 게 귀찮고 싫다. 특히 아빠 얼굴에 난 거칠거칠, 따끔따끔한 수염도 싫고, 아빠 몸에서 나는 끈적끈적, 시큼시큼한 땀 냄새도 싫다. 하지만 아침 뽀뽀를 하지 않은 날, 두 사람 모두 매우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은서의 등굣길부터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커다란 개가 골목에서 튀어나왔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까불거리다가 뒤로 발랑 넘어졌다. 점심시간에는 싫어하는 당근 볶음을 억지로 먹었는데도 칭찬 스티커를 받지 못했다.
은서는 ‘내 인생 최악의 날’을 보내면서 늘 귀찮고 더럽게 생각하는 아빠의 ‘아침 뽀뽀’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 아빠는 배달 일을 한다.
다른 아빠들이 멋진 양복을 입고 나갈 때,
우리 아빠는 ‘빠름빠름 배달’이라고 쓰인 옷을 입고 나간다.
다른 아빠들이 멋진 차를 타고 나갈 때,
우리 아빠는 ‘빠름빠름 배달’이라고 쓰인 고물 트럭을 타고 나간다.
다른 아빠들이 멋진 컴퓨터로 일할 때,
우리 아빠는 ‘빠름빠름 배달’이라고 쓰인 상자를 배달한다.
(아빠 직업에 대해 재미있게 표현했다.)
오늘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걸까?’
어제, 그저께, 그그그그그저께와 오늘을 비교해 보았다.
아침에 일어난 시간도, 학교에 늦는다고 엄마 잔소리를 들은 것도,
모두 똑같았다.
단 한 가지만 빼고.
아빠랑 아침 뽀뽀를 안 한 거였다.
(은서 자신에게 자꾸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오늘 무슨 일 때문에 그런지 은서가 상기해 보는 내용을 잘 살렸다.)
생활동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은 나로서도 넘 감동을 받은 작품이다. 가르치는 아이들 수업 때 독후활동으로 부모님께 조부모께 등 뽀뽀나 친찬 받은 경험들을 나누어 봤는데 2학년, 3학년 어린 나이임에도 뽀뽀 받은 것이 잘 생각나지 않고 근래에는 아예 없다고 했다. 칭찬은커녕 어떤 아이는 매를 받는다는 쇼킹한 대답을 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뽀뽀하고 칭찬하였는지를 되돌아 봤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이상 과하게 반응해 주고 칭찬해 주고 표현해 주는 걸 원하는데 어른들은 바빠서, 또 서툴러서 표현을 잘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실례로 상을 받았는데 잘했다 한마디로 끝나서 너무 서운했다는 말도 들었다. 과하게 칭찬과 표현하기, 이 뽀뽀 배달 왔습니다를 읽으면 그러고 시은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선물할까, 가족들에게 추천해 줄까 싶다.
이 책처럼 현재에도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을 유쾌하게 풀어가는 글을 쓰고 싶다.
작가 안영은은 어린이들이 매일 아침 엄마, 아빠와 즐겁게 뽀뽀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 글을 썼다고 한다. KBS TV 유치원 하나 둘 셋, MBC 뽀뽀뽀 아이 조아, EBS 어린이 애니메이션 등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의 작가로 참여했으며, 지금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 작가로 활동하는 작가다. 지은 책으로 <나는 마녀가 될 거야!>, <떴다 떴다 비거, 날아라 정평구>, <마법의 친절 변신 크림>,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 <아우야 안녕> 등 다수의 그림책이 있다.
이 작가의 약력으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동심에 묻혀 사는 중에 이 소재를 품어 왔을 것이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생활동화라고 주제를 잡은 만큼 읽은 후에 마음이 따스해졌다. 나도 아이들과 부딪히며 일어나는 생활 속 소재들을 잘 담고 극적으로 승화시키는 소재를 많이 발굴해 내고자 늘 깨어 있는 동심, 늘 상기하겠다.
*읽은 책*
<뽀뽀 배달 왔습니다>, 안영은, 머스트 비.
<최열 아저씨의 기후변화 체험 전에 가다>, 최열, 도요새.
<황 반장 똥 반장 연애 반장>, 송언, 문학동네어린이.
<나의 진주 드레스>, 송미경, 사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