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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는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일을 하는 화가였던 것 같다. 그는
평생 동안 그렇게 많은 수의작품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의작품 중에는 의미심장하고 거창한 주제를 다룬 것이 거의없다. 대부분의 작품은 전형적인
네덜란드 가옥의실내에 서 있는 순박한 인물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작품은 우유를
따르고 있는 여자처럼 단순한 일을 하고 있는 단 한 사람만을 보여준다. 베르메르와 함께 유머러스한 요소는 풍속화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의
그림은 사실 인물이 들어있는 정물화이다. 이렇게 단순하고 가식이 없는 그림이 불후의 명작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원화를 볼 수있는 행복한 기회를 가졌던 사람이라면 그것이 일종의기적과 같은 것이라는 내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그 기적적인 특징들을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겠지만 그 특징 중의 하나는 기술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질감, 색채 및 형태들을 치밀하고 완벽하게 묘사하는
베르메르의표현 기법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있다. 그 밝고 정확한 화면 속에는 고심하거나 힘들여 제작한 흔적이 없다. 형태를 흐릿하게 만들지
않고도 사진의 거친 대조를 교묘히 부드럽게 수정하는 사진사처럼 베르메르는 윤곽선을 부드럽게 만들었고 그러면서도 입체감과 견고함의 인상을 주었다.
그의 최고 걸작들을 그처럼 잊을수 없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부드러움과 정확성을 불가사의하고 독특한 방법으로 결합시킨 데 있다. 베르메르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단순한 정경의 조용한 아름다움을 참신한 눈으로보게 만들었으며, 천의 색깔을 고조시키는 창문을 통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보았을 때 그가 느꼈을 감흥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느낄 수있게 해준다. - E.H
곰브리치의「서양미술사」발췌
베르메르의 그림은 시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을 준다. 사건이 있던 그
상황 그대로 공기도 사람도 바라보는 시선도 모두 그자리에 고정되어 버렸다. 마치 스냅사진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다. 그의 그림에는
몇가지 공통된 요소가 존재한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과 주 소재인 여자들과 사각형의 요소들 그리고 바닥의 격자무늬이다. 대개 구석진
공간으로 왼쪽에 창을 배치하고 그 창을 통해서 어두운 실내 안으로 외부의 빛이 들어오고 있다.
위에서 말한 베르메르 그림의 몇가지 특징을 그림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외부로 활발하게 활동을 할수 있던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열려진 창은 여성의 유일한 바깥세계와의 소통의 공간이다. 외부와 차단하면서도 동시에 소통의 역할을 하는 창이
열림으로 바깥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이 장면에서는 모자를 쓴 남자를 통해 여자가 바깥을 경험하고있다는 것을 열린 창을 통해 짐작해
본다.
서 있는 여자는 창 밖의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동경과 궁금증의 시선이 아닐런지.
위의 그림에서는 공간을 안과 밖으로 구분하고 있는 역할을 하는 1/3쯤 가리워진 구겨진 커튼이 편지읽는 여자를 바라보는 것 같은 관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기울어져 쏟아질 것 같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과일과 그 밑의 구겨지고 엉망이 된 천이 편지를 읽은 여자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창에 비친 여자의 얼굴은 그녀의 마음을 비추어주는 또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런지~ 우리는 볼 수 없는 열려진 창 밖의 세계는 보는이의 궁금증을 일으킨다. 열려진 창은 여자들의 마음과 당시 여자들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는 단서가 되어준다.
책과 영화 등으로 유명해진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이다. 베르메르의 여느 그림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 특유의 구도도 공간도 빛도 없이 어두운 배경에 빛으로 부각된 고운 살결의 여성 혼자 단독으로 그려져 있다.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에서는 화가 베르메르가 사랑한 여인이라고 나오는데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는것이 그냥 보기에도 느낌이 다르다는 것은 제외하고서라도- 다른 그림의 여성들은 그리는 이의 시선과 다른 곳을 보고 있는데에 반해 이 소녀는 그리는 이를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베르메르의 부인이 이 그림을 보고는 음란하다고 말하는데 그 까닭은 살짝 벌려진 입술과 촉촉하게 보이기 위해 침을 바른 것 그리고 영화 설정에서 이 소녀는 화면 구성상 귀걸이를 하기 위해 뚫지 않은 귀를 베르메르에 의해 뚫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처녀성의 상실과 어느정도 맥락이 닿아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Arthur Grumiaux, violin Istvan Hajdu,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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