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동창 산악회 제15회 정기산행을 12월 12일 강원도 영월군소재 태화산으로 다녀왔습니다. 오전 7시반에 16회 선배님부터 45회막내까지 20 여분의 여고생들을 포함 총 112명이 4대의 버스에 분승해서 집결지인 잠실 운동장을 출발 했습니다, 곧이어 고속도로를 들어서자 운영진에서 나누어주는 따끈한 떡 한 덩어리씩을 받아 드는데 영하 10도에 강풍이라는 일기예보에 얼어 붙었던 몸과 마음이 따스해 지는 듯 했습니다. 두어 시간을 가야 한다나 아침 일찍 서둘러 나온 탓인지 다리를 쭈욱 뻣으니 노곤해진다. 달리는 겨울 버스의 김서린 차창이 마치 미닫이로 비쳐 들어오는 햇살같이 화사하고 포근했다. 눈을 스르르 감으니 비발디의 겨울 2악장 라르고의 아름다운 바이올린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두어 시간쯤 달려서 도착했다. 배낭과 옷가지를 챙기고 버스를 내리는데, 수년 전 단양으로 귀농한 26회 동기인 권정호군이 트럭을 몰고 와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벗들의 얼굴 한번 보겠다고, 작은 꾸러미 하나를 내민다. 감을 반쯤 말린 거라고 아쉽지만 자신은 오늘 산행이 어렵다면서. 이따가 태화산 정상 축배주 들때 안주 하란다. 안전산행에 대한 당부와 기념 촬영, 그리고는 삼삼오오 걷기 시작했다. 남향이라서 그런지 그늘진 응달에나 간간히 잔설이 남아있고 바람도 별로 없으니 편안한 출발이었다. 산중턱쯤 왔을까, 잠시 땀을 식히려 온 길을 되돌아보니, 남한강 물줄기가 마을을 유유히 감싸 돌아가고 한줄기 햇살이 구름 사이로 신비하게 비추는데 내가 마치 코발트빛 하늘길을 오르고 있는듯했다, 저 멀리 아침 안개속 산등성이의 모습들이 넘실대는 파도 같다. 7~8 부능선 쯤을 지났을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옷깃 여미고 모자 장갑을 다시 끼고, 어느 가파른 언덕을 올라서니 추위에 손발이 잔뜩 오그라들어 버린 누렇게 빛 바랜잎만 남은 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아마 지난 뜨거운 여름날 엔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을 텐데, 웬지 요즘 세월을 유난히 많이 타는 내 모습 같아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정상에 가까우니 점점 바람이 거세진다 그 소리가 온 산을 할키고 통째로 흔드는 것 같다. 같은 하늘아래 같은 산인데 여기는 왜 이렇게 괴롭게 추울까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바람만 없어도 살겠는데 귀전을 때리는 바람소리가 더욱 무섭다. 비발디가 그리려던 겨울 1악장의 강풍과 추위 그리고 이가 딱딱 소리 나게 부딪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려니, 하지만 세상사 끝은 어디나 있는법, 드디어 정상 “태화산” 해발 1,027m, 나타났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정상주에 달콤한 반건감, 여기까지 함께 고생한 벗들과 정상 표지석을 트로피삼아 기념 쵤영사진을 했다. 하산길은 북녁이라서 설원이 아름다웠다. 큰 고을이 우리가 내려가는 목표지점이란다. 운영진들이 미리 답사 했다는 매기 매운탕집으로 내려간단다, 맛은 확실히 보장한다나. 역시 하산길은 덜 힘들다. 한시간반쯤 내려오니 찻길이 보였다.. 내려온길을 되돌아 보니 짧은 겨울해가 천고지의 정상부분 겨우 남겨두고 겨울밤의 그림자로 채워져가고 있었다. 잠시후 버스가 우릴 고수동굴앞 식당가로 데려다 주었다. 무탈하게 산행을 마친 경동 112명의 수고와 지난 2년여간 수고해주신 25회 박우철 회장님과 4분의 부회장단, 5분의 이사진에게 감사의 뜻으로 건배 들었다, 아울러 내년 2015년부터 총동창 산악회장으로 임명된 26회 이명운 차기 회장님과 그 운영진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비는 맘으로 건배를 하고 무시히 귀경하니 저녁 9시쯤 되었다.
첫댓글 좋은 글 너무 훌륭합니다. 경동고 총산악회 카페의 정기산행기에도 올려 주세요!
감사 합니다..조금 다듬에서 올렸습니다..
상운이 글은 언제 봐도 맛 있어^^
홍보 부회장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게 하는 문장력...좋아 좋아^^
고맙네.. 칭찬과 덕담에 넉넉한 벗에게 감사하네, 태화산이 아주 좋더라고..꽃피고 새울때 다시 한번 가고 싶더구먼... 언제 한번 같이 가자구.. .
햇살이 신비롭게 내리 쬐는 위의 사진을 찍어보내준 신준호 친구에게 감사 합니다.. 너무 멋진 작품일세..
산행후기 감미로웠네 칭구!!
앞으로도 계속 아름다운 글을 기대하며~~
좋은벗들과 덕담하며 산천을 유람하니 이 어찌 좋지 않을고.. 지나가는 한해 잘마무리 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