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두륜산과 대흥사를 둘러보기 위해 민박집 유선관을 찾았다. 대흥사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을 들어선 경내에 "유선관" 신선이 묵어 갔다는 뜻의 품위있는 한옥 민박집이 있다.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풍스럽고 깔끔한 한옥에 따근따근한 온돌방이 썩 마음에 드는 민박집이다. 우리는 신선이 된 듯 이 민박집에서 묵었다. 뿐만이 아니다. 아침식사를 하라며 주인 내외가 우리 방으로 들고 들어온 아침상은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이었다. 숙박비 3만원, 놋 그릇에 놋 수저, 20여가지의 정갈한 음식, 1인분에 7천원인 아침상을 받고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느 민박집이나 마찬가지로 이곳도 공동 샤워장과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곳 화장실에는 정갈한 스덴 요강이 여러개 준비 되여 있다. 워낙 산골이다 보니 한 겨울 한 밤중 추위에 뒤란에 있는 화장실에 다니기가 불편할 법도 하다. 그래서 사용할 사람들은 가져다 사용하라는 주인장의 배려인 것이다. ..... 하지만 나는 절대로 요강을 사용하지 않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슬리퍼를 끌고 새벽녘 두번이나 화장실에 다녀왔다.
"心淸佛應" 마음이 깨끗하면 부처님이 응한다. 우리가 묵은 방문 위에 걸려있는 사자성어이다. 각 방문위 마다 이같은 의미 깊은 사자성어가 걸려있어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유선관의 대문
우리가 묵은 방, 깔끔하고 정갈하다. 산수화에 묻혀서 보낸 하룻밤, 특히 텔레비젼이 없어서 좋았다.
비치되어 있는 요강 긴긴밤 뒤란의 화장실까지 오가기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