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TV를 거의 안 본다. 드라마 <주몽>도 본 적이 없다. 고구려史에 대해서는 김진명의 소설<고구려>가 처음이다. 조선史에 대해서는 여러 책을 통해 익숙해 있지만 고구려史는 낯설다. 하지만 작가 김진명님의 책 서두에 글처럼 "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먼저 고구려를 읽어야 한다는 신념"에 동의한다. "독서의 다양성은 자신의 뿌리를 확고히 인식하고 난 다음 순서가 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도 공감한다.
이야기는 고구려 왕 서천왕 때부터 시작된다. 그의 아우 달가(안국군)가 자신의 조카 을불을 지켜내기 위하여 죽음을 맞이한다. 폭정을 휘두르는 상부로 부터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 있었는데 을불의 아버지 달고였다. 을불은 왕손으로 도망자로 살아가야했다. 몸을 피한 곳은 낙랑(진나라의 변방 도시)이었다. 낙랑 무위총위 양운거의 수하로 들어가 긴 시간 동안 수련을 한다.
청년이 된 을불은 고구려로 돌아 왔지만 그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타내기 위해 그를 쫓는 이들이 많았다. 을불이 왕손임을 알아본 저가 노인은 을불의 든든한 재정적 후원자가 된다. 을불은 낙랑에 몰려 있는 철을 사들여 내일의 일을 도모하기 위해 숙신으로 은신처를 옮긴다.
왕손 을불을 따르는 무리들이 점차 많아 지면서 도탄에 빠진 백성을 살려내고 기울어져 가는 고구려를 일으키기 위한 재목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나는 안국군 달가의 손, 고추가 돌고의 자, 을불이다!"(65쪽)
무릇 군왕은 모든 백성의 목숨 한 조각 한 조각을 자신의 것보다 중히 여겨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성군들은 바로 그런 생각으로 백성을 섬겨 왔다.(125쪽)
백제는 낙랑과 다투느라 당장은 고구려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돌궐과 흉노는 강맹하나 멀리 있으니 걱정할 게 없고, 숙신은 달가가 잘 다루었으니 계속 회유해 고구려의 속민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예맥은 본시 고구려와 뿌리가 같으니 품으려 하면 따라올 것이다. 부여, 옥저, 동예 등은 잔재만 남아 있고 중원의 진나라 역시 내란을 거듭하며 몰락하고 있으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129쪽)
고구려는 낙랑을 멸해야 한다. 그것이 고구려의 숙명이다. 낙랑이 있는 한은 고구려의 미래가 없는 까닭이다. 또한 선비를 경계해야 한다. 선비가 일어나기 위해 반드시 쳐야 하는 나라가 또한 고구려이다.(130쪽)
미천왕때의 고구려 도읍은 평양성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평양이 어디인지는 누구의 설명도 명확하지 않다. 평양이 중국 하남 지방에 있었다는 사람도 있고 북경 바로 아래에 있었다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일본인들은 한국 역사를 한반도 안에 국한시키기 위해 두 개의 서로 다른 평양을 지금의 평안북도 평양으로 통일해버렸고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배우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