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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윤복순씨는 "어린 나이에 힘든 과정을 마친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눈시울을 훔쳤다. "처음 아들이 이 학교에 간다고 했을 때 '말똥이나 치우려 하느냐'며 말렸어요. 아들이 '저를 믿어주세요. 제가 동물을 좋아하잖아요'라고 우겨서 보냈는데, 지금은 참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학교가 5년째 '경사'를 맞은 비결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배출한다는 점. 대문이 없는 이 학교는 일반 승마장과 외관이 거의 같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일년 내내 오전 6시반에 일어나 마방의 오물을 치우고, 말 닦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목장조'는 일주일에 두세번 마사 내 숙소에서 말과 같이 잠을 자며 밤새 말을 돌본다. 수업내용은 마필관리, 승마, 사육기술 등 실무교육에 집중돼 있다. 최준호 교사는 "외부 승마장에 현장 실습을 자주 가기 때문에 취업 후 재교육이 필요 없다"면서 "이곳 졸업생은 오라는 곳이 많아 좋은 직장을 골라서 간다"고 했다.
학생들은 목표가 뚜렷하고 학교생활을 즐긴다. 여성 '말 마이스터'가 꿈인 정다원(2학년)양은 "공부에 찌든 생활이 아니라 선생님들과 한가족처럼 지내고, 땀 흘려 일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장래 조교사(말과 기수의 총감독)가 목표인 김대연(2학년)군은 "승마 시간 말 달릴 때 가장 신난다"고 했다.
이 학교 졸업생의 초임은 1800만~2000만원 수준. 그후 기수·관리사·조교사가 되면 연봉은 억대까지 뛴다. 이 학교 학생들에게 대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부산경마장 취업이 확정된 김경휴군은 "대학에 꼭 가야 할 직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다"면서 "대학에 간 친구들이 부럽지 않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나선 경마축산고 학생들. '대학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편견과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교육구조에 '멋진 펀치'를 날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