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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연주명음반에 대한 감사 & KBS에 드리는 부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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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정안숙이라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라디오를 켜서, 일마치고 돌아와 잠들기 직전까지
93.1에 주파수 고정해놓는 애청자이지만,
음악회 티켓 이벤트 응모 외에 이렇게 글 남겨보기는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그만큼 KBS classic FM 은 제게
자주 말로써 표현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항상 고마운 친구같은 존재입니다.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인 약 10년 전에 명연주명음반은
사실, 오후 2-4시에 라디오를 자주 들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기에 가끔 듣는 게 전부였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해 진행자의 멘트가 적고 음악이 시간을 다 차지해서
조금 낯설고 너무 진중한 느낌이 드는, 점심식사 후의 나른함을 부추기는 느낌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제가 음악에 대해 그만큼 덜 진지했었던 거지요.
그러나 그 후 10년간 시카고라는, 문화적으로 매우 풍족한 환경에서
시카고 심포니와 wfmt 라는 시카고지역의 93.1 같은 라디오 방송국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고 돌아와서 보니
명연주명음반만큼 전문적으로 깊이있게
애청자들을 일정 부분 교육하게 되고 애청자들과 일정 부분 공감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더라구요.
wfmt 에서도, 전문방송인보다는 music critic, 음악 및 문화 비평가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작가도 따로 없고, 진행자가 직접 애써 작성하신 대본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그만큼 classic 음악 애호가 커뮤니티에 영향력이 있습니다.
콘서트에 가서 옆자리에 앉은 낯선 분과도 전날 들은 누구누구의 방송 얘기를 할 정도로요.
정만섭 선생님의 명연주명음반이 저는 그래서 고맙습니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미천하고
다만 음악이 인생에 주는 inspiration 의 크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하는 저로서는
웬만하면 이제 2-4시에 라디오를 켜서 하나라도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고
이미 잘 알던 곡이라도 제가 몰랐던 연주음반을 통해서 다시 만나게 되는
작지 않은 기쁨을 맛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이 즈음해서, KBS라디오에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프로그램의 선곡표 조회수가 월등한 것을 비롯해서
웬만한 고전음악 음반매장들에서는 이제 명연주명음반 코너가 따로 있기도 한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의 애청자가 그만큼 많고, 그만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아실텐데요....
새벽시간의 재방송까지 합하면 24시간 중 4시간,
즉 물리적으로만도 KBS classic FM의 1/6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의 청취자코너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특정 인신공격성 내지는 테러성 글들이 지속적으로 포스트되는 것에 대해
적절한 규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보통은, 프로그램이 맘에 안 들면 안 들으면 그만인데
채널을 돌리는 대신에 이렇게 많은 애청자들의 공간에
스스로가 정한 애칭까지 써가며 숱한 비난성 글들로 도배하시는 분들의 행위가
다른 대다수의 애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믿습니다.
그 공격의 직접적인 대상이 된 진행자님의 심리적 피해를 생각하면
애청자들을 위해서라도 employer 측에서 적절한 행동을 취해주셔야 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댓글 테러로 고통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너무 슬픈 상황들이 제 머릿속에서는 오버랩되는데, 그게 과잉반응일까요?
국민의 사랑을 받는 KBS 라디오의 책임감있는 행동을 기대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안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