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은 관념으로 물들기 이전의 날(生)것으로서의 존재를 가장 생생하게 포착했던 오규원 시인(1941~2007)이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투병하다 타계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이다. 문학과지성사는 1971년 출간된 오규원의 첫 시집 <분명한 사건>을 46년 만에 복간한다고 밝혔다. 문학과지성사는 오규원 시인은 전통적인 시의 문법을 해체하고 새로운 시적 경향을 모색하는 데 전념했던 작가라며 평생에 걸쳐 언어를 대상이나 수단이 아닌 실존의 문제로 여겼던 시인의 언어 탐구를 되짚어가는 귀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여 년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교수로 재직했던 고인은 수많은 제자·후배 문인들을 길러냈다. 그를 기리는 후배 시인 48명은 같은 날 고인을 추모하는 시집 <노점의 빈 의자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를 펴낸다. 이수명, 김행숙, 김언, 백은선 등의 시인들이 오규원의 시어 또는 소재를 이용해 시를 겹쳐 쓰거나 이어 쓰는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한 책이다. 추모시집에 참여한 시인들은 오는 23일 시 낭독회 ‘젊은 오규원들의 시 읽기: 노점의 빈 의자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를 연다.
오규원은 아마추어 사진작가기도 했다. 1990년대 건강이 악화됐을 당시 약 4년간 머문 강원 영월군 수주면에서 오규원은 무릉과 설악의 풍경들을 35밀리 컬러 슬라이드 필름으로 남겼다. 이때 찍은 미공개 사진들이 서울 청운동 류가헌에서 오는 26일까지 공개된다. 사진전의 주제, ‘봄은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는 그의 시 ‘봄’에서 따왔다.
눈빛 출판사는 그의 사진 62점에 산문 9편을 더해 <무릉의 저녁>을 펴냈다. 눈빛은 1000천장에 달하는 그의 컬러 슬라이드에서 골라낸 사진들은 그가 만년에 추구했던 ‘날 이미지’ 시에 육박한다며 시가 말하지 못한 것을 사진은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주기 기일 당일인 2일엔 강화도 전등사에서 시목 참배 행사를 하고 류가헌에서 ‘오규원 시인을 만나는 밤’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