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라 한다)의 설치ㆍ운영 등에 관한 사항과 자치위원회의 구성ㆍ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규정한 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구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한다) 제12조 제4항, 제13조 제1항, 제4항(이하 ‘이 사건 자치위원회 위임규정’이라 한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별 적용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도록 규정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본문 후단(이하 ‘이 사건 조치별 적용기준 위임규정’이라 한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를 규정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이라 한다)가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라.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 피해학생 및 신고ㆍ고발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를 규정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접촉 등 금지조항’이라 한다)가 가해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마.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 학급교체를 규정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7호(이하 ‘이 사건 학급교체조항’이라 한다)가 가해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바. 학부모대표가 전체위원의 과반수를 구성하고 있는 자치위원회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반드시 회의를 소집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내용을 결정하게 하고 학교의 장이 이에 구속되도록 규정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 제2항, 제17조 제1항, 제6항(이하 ‘이 사건 의무화 규정’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 인격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학교폭력의 원인은 다양하고, 자치위원회는 개별 학교에 설치되는 기구이므로, 구체적인 학교 현실과 교육적인 측면의 정책적 판단이 반영될 수 있도록 자치위원회의 설치ㆍ운영ㆍ구성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구 학교폭력예방법에서는 자치위원회의 설치 장소, 위원의 구성, 회의 개최 시기, 소집 요건 등 기본적인 사항을 직접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자치위원회 위임규정에 따라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이 위원장 및 위원의 자격요건이나 선출 또는 위촉방법, 회의의 구체적인 소집절차나 심의방법 등 자치위원회의 설치ㆍ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이 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자치위원회 위임규정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 가해학생에 대한 각 조치별 적용기준을 학교폭력의 태양이나 심각성, 피해학생의 피해 정도나 가해학생에 미치는 교육적 효과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하는 것이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 및 교육에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대통령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는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경중 및 각 조치의 병과 여부 등 조치별 적용 기준의 기본적인 내용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치별 적용기준 위임규정에 따라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은 자치위원회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학교폭력의 태양이나 정도, 피해학생의 피해 정도나 피해 회복 여부, 가해학생의 태도 등 세부적인 기준에 관한 내용이 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별 적용기준 위임규정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은 가해학생에게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학생의 피해 회복과 정상적인 학교생활로의 복귀를 돕기 위한 것이다. 학교폭력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가해학생도 학교와 사회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이므로, 학교폭력 문제를 온전히 응보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고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학교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모두 학교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므로,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 없이는 피해학생의 진정한 피해회복과 학교폭력의 재발방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면사과 조치는 단순히 의사에 반한 사과명령의 강제나 강요가 아니라, 학교폭력 이후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정상적인 교우관계회복을 위한 특별한 교육적 조치로 볼 수 있다. 가해학생은 서면사과를 통해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방법과 피해학생의 피해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
서면사과 조치는 내용에 대한 강제 없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적 조치로 마련된 것이고, 가해학생에게 의견진술 등 적정한 절차적 기회를 제공한 뒤에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내려지는 조치이며, 이를 불이행하더라도 추가적인 조치나 불이익이 없다. 또한 이러한 서면사과의 교육적 효과는 가해학생에 대한 주의나 경고 또는 권고적인 조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서면사과조항이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라. 가해학생의 접촉, 협박이나 보복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피해학생과 신고ㆍ고발한 학생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불가결한 조치이다. 이 사건 접촉 등 금지조항은 가해학생의 의도적인 접촉 등만을 금지하고 통상적인 학교 교육활동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접촉까지 모두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학교폭력의 지속성과 은닉성, 가해학생의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가능성, 피해학생의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가해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마. 이 사건 학급교체조항은 학교폭력의 심각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피해학생의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하여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격리가 필요한 경우에 행해지는 조치로서 가해학생은 학급만 교체될 뿐 기존에 받았던 교육 내용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피해학생이 가해학생과 동일한 학급 내에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의 위험에 노출된다면 심대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학급교체조항이 가해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바. 이 사건 의무화 규정은 학교폭력의 축소ㆍ은폐를 방지하고 피해학생의 보호 및 가해학생의 선도 교육을 위하여, 학부모들의 자치위원회 참여를 확대 보장하고 자치위원회의 회의소집과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요청, 학교의 장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모두 의무화한 것이다. 학부모들의 참여는 학교폭력의 부당한 축소ㆍ은폐를 방지하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으며, 학부모 대표의 공정성 확보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자치위원회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요청이나 학교장의 조치는 모두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의무화된 것이고, 의무화 규정 도입 당시 학교 측의 불합리한 처리나 은폐가능성을 차단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와 학교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사회적 요청이 있었으며, 가해학생 측에 의견진술 등 적정한 절차가 보장되고, 가해학생 측이 이에 불복하는 경우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 등을 통하여 다툴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의무화 규정이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