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부터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치우고 싶었는데 실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요즘에 좀 실천에 옮길까 해서 아이들하고 의논중인데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지난 목요일 저녁에 재밌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녁에 너무나 피곤해서 잠을 좀 잘까하다가 그러면 밤에 잠이 안 올 것 같아서 집사람에게 영화 ‘마틴 루터’를 보자고 했습니다. 제가 한달 전에 다운 받아 놓은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의 삶을 그린 영화입니다. 계속 못 보다가 생각이 나서 말을 꺼낸 것입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새날이가 뜬금없이 ‘뭐! 마트로 텔레비전 보러 간다고! 하는 것입니다. 새날이가 곁에 있으면서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다가 잘못 들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게 아니고 영화 제목이라고 말을 해 주었습니다. 만일 새날이가 저희에게 별 말없이 그렇게 잘못 알아듣고 있다가 다른 곳에 가서 말을 한다면 영락없이 저는 마트로 텔레비전 보러 가는 사람이 될 뻔 했습니다. 복음서에서 보면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녀가 예수님께 안수받기를 원해서 자녀들을 데리고 왔을 때 제자들이 돌려보내려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단순히 아이들이 예수님이 말씀을 전하실 때 떠들어서가 아닙니다. 그 당시에 자녀들은 유대 사회에서 요주의(?) 대상이었습니다. 명예를 중요시 하는 유대사회에서 집 안에서 일어나는 사적인(은밀한) 일들을 밖에 나가서 떠벌리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당시 유대 사회의 아이들만 그렇겠습니까? 가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보듯이 부모가 숨기고 싶은 일들이 자녀들에게 알려 지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만큼 아이들은 자기가 보고 들은 대로 숨김없이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대 사회에서 어떤 비밀스런 일들이 있을 때에는 아이들을 배제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아이들이 오는 것을 막은 이유도 아이들에 의해서 이런저런 일들이 밖의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봐 그랬을 것입니다. 항상 예수님 주변엔 감시의 시선이 있었는데 그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이나 행동이 사실대로, 때론 잘못 전해질 수 있고 그런 이유로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기에 미리 예방차원에서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아이들을 가까이 하셨고 천국이 이런 자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 사람들이 몰라야 하는 것도, 세상 사람들에게 숨길 것도 없는 그런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어떤 나라보다도 더 투명하고 깨끗한, 좋은 나라가 하나님 나라라는 것입니다. 그저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알려져야 하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오늘 날의 교회도 이래야 하는데 우리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을 가까이 못하게 해야 하는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은혜롭게 하자는 말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을 반복하다보니 오히려 모르는 것이 은혜가 된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우리 초원교회가 아이들이 와서 있는 그대로 말해도 부끄럼 없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첫댓글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고 아이들의 생각을 말씀에 반영하는 목사님의 말씀에 많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초원교회가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복된교회가 되길 원하며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공동체로 보여 지고 느껴집니다 목사님 건강하세요 ^^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