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근 만근 걱정만 쌓이고 ◈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가족의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를 수사할 때였어요
당시 집권층에선 사람을 보내 윤 총장에게
“굳이 이렇게 분란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수사 중단을 권했지요
그때 윤 총장이 내세운 수사 불가피 사유는 두 가지였어요
이 사건을 묵과할 경우 후배 검사들이 나부터 가만두지 않을 것,
또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가 되고 결국 정권 교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였다고 하지요
문 정부 측 인사들은 “윤 대통령은 조국 문제로 정권이 교체되면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어요
결국 문재인 정권은 윤 총장을 탄압했고,
역설적이게도 윤 총장 본인이 정권 교체의 주역이 됐지요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고집과 자기방어 본능이 합쳐진 결과”라고 말했어요
검찰총장 윤석열은 그때 “이러다 정권 교체된다”며
신속히 수사를 진행했지요
그러나 김건희 여사 문제 앞에서 대통령은 조국 사태 때 같은
절박함과 단호함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보수층이 “이러다 정권 교체된다” 수준을 넘어
“이러다 대통령이 또 탄핵당할 수 있다”며 노심초사하고 있지요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상당수가 비판층으로 돌아섰지만,
이번 재보궐 선거를 통해 이들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났어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61%로, 39%를 득표한
민주당 후보에게 22%포인트 앞섰지요
원래 금정이 보수세가 강한 곳이라지만 2018년 지방선거 때
이곳에선 민주당이 10%포인트 차이로 승리했어요
깃발만 꽂으면 되는 그런 곳이 아니지요
지난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산·경남의 대통령 지지율은
26%로, 전국 22%와 다르지 않았어요
윤 대통령과 대립해온 한동훈 대표 효과라고 볼 수도 없지요
부산·경남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민주당 36%,
조국혁신당 6%에 뒤지고 있어요
민주당 후보는 야권 단일 후보였지요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압승했어요
대통령 지지율의 2.3배, 여당 지지율의 2배 득표라는
미스터리를 풀어줄 단서는 2022년 대선에 있었지요
그때 금정에서 윤 대통령은 61%, 이재명 대표는 36%를 득표했어요
차이는 25%포인트였지요
2년 반 전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금정 유권자들이
이번에 그대로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나 다름 없어요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의 조기 탄핵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방어 모드에 들어갔다”고 말했지요
민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이재명 대표 지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조기 탄핵 공세에 나섰지만 그건 오판이었어요
오히려 보수층은 민주당이 김 여사 문제로 정권 퇴진 공세에 나서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지요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으로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자존심도 작용했어요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보다 앞선 건 보수 자멸의 역사를
반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었지요
그런데 엇그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에서 놀란 건 ‘빈손 회동’
그 자체가 아니지요
정원 산책 때는 김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 참모가 대통령 옆에서 걸었어요
회동도 대통령의 외교 일정을 이유로 24분 늦게 시작했지요
우연이라면 배려가 없고, 각본이라면 치밀했어요
보통 외교 회담에서 최선은 공동 브리핑, 중간은 각각 브리핑이지요
최악은 브리핑도 안 하는 것인데, 윤·한 회동이 그랬어요
윤 대통령은 다음날 “인적쇄신은 내용 보고 판단하겠다.
김 여사는 이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지요
결국 김 여사 문제를 풀지 못하면 보수층의 자존심도 상처를 입고,
방어의 성벽도 무너질수 있어요
마지막 해법은 김 여사를 포함해 대통령과 한 대표의
3자 회동밖에 없다는 말까지 여의도에서 나오기 시작했지요
헌정 사상 첫 탄핵은 대통령의 대단한 불법 때문이 아니었어요
최순실이라는 인물과 대통령이 맺은 관계가 국민 자존심을 건드렸지요
명태균 같은 정체불명 인사들이 지금 그러고 있어요
재보선 민심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며 절박한 SOS 신호를
용산에 보낸것이지요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읽고 무시했거나 아직 못 읽었거나,
아니면 읽을 생각이 없거나 셋 중 하나 이지요
옛말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말이 있어요
제일 먼저 자신을 수신(修身)한 연후에 제가(齊家)하며,
제가한 연후에 치국(治國)하며, 치국한 연후에
평천하(平天下)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마누라 하나 잘못두어 돌맞고 가겠다는 용기는 가상하나
그런 마누라 두둔할것이 아니라 제가(齊家)가 우선이지요
제가(齊家)는 집안을 잘 다스려 바로잡음을 뜻하고 있어요
고로
제가(齊家)를 못하는데 평천하(平天下)가 이루어 질까요?
천근 만근 걱정만 쌓여 가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