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고령군농업기술센터(귀농인지원센터) '2019년 자연으로 돌아온 고령군 귀농귀촌 10인' 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경북고령군 대가야읍 내상리
양봉
귀농 3년차
박태식대표
오늘도 벌에게 배운다
아카시아가 만발하는 5월 꽃을 따라 부지런히 전국을 누비는 양봉업자 박태시 씨를 만났다
꽃을 찾아 이동양봉을 하는 박씨의 모습을 보니
꽃과 꽃을 오가며 꿀을 모으는 일벌들의 분주함이 떠올랐다
인간과 벌은 닮은 점이 많다
한집에 살며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하고 공동체를 꾸리며 살아간다
또,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저마다의 체계와 규칙이 존재한다
수만 마리의 벌이 함께 생활하는 벌통이 마치 작은 지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씨는 벌에게 배울 점이 참 많다고 말했다
벌은 게으름 피우는 법도 없고
그저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다가 때가 되면 짧은 생을 마감한다고
오늘도 박씨는 동업자인 벌에게 배우며 묵묵히 꽃을 찾아 나선다
원래 하시던 일과 귀농을 결정하시게 된 이유를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
포크레인을 했어요
고령에 있다가 중장비를 배우고 대구로 나갔죠
대구에서 35년 정도 지내다가 3년전에 고령으로 다시 왔어요
원래 우리 나이가 되면 촌을 동경하잖아요
고향에 들어와서 산골에 조용한데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처음 중장비로 여기에 왔다가 나이가 드니까 중장비도 못하고
양봉은 지금 양봉하고 있으신 분이 추천해주셔서 지인 권유로 하게 됐죠
양봉은 해보니까 어떠세요? 잘 맞는 것 같으신가요?
재미는 있어요
벌들 체계에 빠져들어가 보면 벌들에게 인간들이 배울 점이 상당히 많아요
게네들이 하는 짓들이 전부 다 예뻐요
꿀벌은 왕벌체계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일벌체계로 돌아가요
왕이 역할을 잘 못 하면 일벌들이 몰아낼 수도 있고
알을 잘 못 낳거나, 불구이거나, 게으르면 일벌들이 왕을 퇴출시키고
자기들이 새로운 왕벌을 키워서 만들어요
일벌들 위주로 모든게 돌아가죠
키우시는 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요
저 벌들도 우리 식구나 마찬가지예요
한마리 다치거나 죽거나 그러면 안타깝고 미안하고 그래요
집 지키는 애들은 자기 목숨 생각안하고 적이라고 생각하면 쏘고 죽어요
자기가 죽는 걸 알아도 쏘는 거지
한통에 벌 4만마리 정도가 있는데
그 안에도 다 체계가 있어요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은 안하고 자기가 죽을 까봐 두려워서도 안하고 그렇지만 벌들은 그런게 없어요
태어나서 일만 하다가 죽는거예요
꿀벌이 상당이 작잖아요
게네들이 먹고 오는 꿀의 양이 쉽게 말하자면
참깨의 4분의 3정도 한마리가 먹고
자기 몸에 따올 수 있는게 4분의 1이나 5분의 1 정도밖에 안돼요
아카시아가 여기서 피잖아요?
그럼 벌통안에 있는 모든 꿀들을 다빼네요
그걸 정리 꿀이라고 하는데 정리를 싹하고 통을 다 비워요
비워놓고 있으면 벌들이 3일만에 자기통안에 꿀을 꽉 채워요
양봉하시다 보면 벌에도 많이 쏘이시고 그러시나요?
처음에 손에 벌을 쏘였는데 얼굴, 눈 여기저기 알러지가 올라오고
그래서 이래가지고 벌 농사 하겠나 싶었는데, 이게 자꾸 쏘이니까 면역이 생기더라고요
집사람은 두 방 쏘이고 쓰러져서 을급실 실려 가고 그랬어요
이제는 면역이 돼서 그냥 쏘여도 괜찮아요
맨손으로도 하고 이러니까
집사람은 이제 손가락 아프면 자기가 벌 잡아서 벌침 놓고 그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같은게 있으세요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죠
이건 아무한테도 말 못했던 건데
강원도에서 벌을 데리고 내려오다가 5km정도 되는 터널에서 벌통을 하나 떨어뜨린거예요
뒤에 오던 차가 발통을 안 쳤기에 다행이지 뒤에 따라오는 차가 벌통을 쳤다면
사람도 다치고 차도 다치고 벌들이 다 나와서 아수라장이 됐을 테데, 그래도 운이 좋았죠.
떨어뜨리고 터널 빠져나와서 벌통을 고정하는 바부터 다시 정비하고
내가 직접 모자쓰고 터널에 다시 들어가서 수습했지
터널이 알고 보니까 밑으로 들어가서 가는 통로가 있더라고
도로 공사 직원이랑 거기로 들어가서 가져왔지
부랴부랴 수습하러 터널에 갔는데 벌은 왕왕거리지
도로공사 사람들 다 나와서 수신호하고 옆에 막 차들은 지나가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죠
그래도 큰사고가 안 나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그럼 귀농하시고 제일 즐거웠던 기억이 있으시다면요?
저도 그렇고 집사람도 그렇고 좀 내향적인 성격인데
귀농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어우리다 보니까 사람들이 다 참 좋더라고요
지금은 그 사람들하고 어울리면서 참 잘 지내요
그게 촌으로 와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이에요
제가 귀농인 대가야읍 회장이거든요
도시에 있었으면 이 나이에 취업도 잘 안되고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소파에 누워서
리모컨만 쥐고 있었을 건데
아니면 두류공원이나 배회하던지 근데 촌에 나오면 뭘 해도 할 일이 있다는 거죠
할 일이 있다는게 정말 행복한거죠
스트레스가 없고 행복한 거예요
하루하루 있으면 자연도 너무 좋잖아요
미래의 귀농인에게 진심어린 조언 한 말씀 부탁드려요
집을 하나 지어도 도면이 나와야 하고
설계를 해서 주춧돌은 어떻게 놓고, 천장에는 뭐를 할 것이고
이런 걸 고려하면서 짓잖아요
'안되면 농사나 짓지'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도시에서 나오기 전부터 내가 농촌에 가서 뭘 한건지
시장조사도 해보고 철저히 준비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노후준비가 돼 있는 상태에서 용돈 벌이 삼아 귀농을 한다면 촌에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 40대,50대들이 귀농해서 돈 벌기는 쉽지가 않거든요
도시에서는 육체적인 노동없이 머리로 일하면서 돈 벌수 있지만
농사일이라는게 몸도 많이 써야 하고
고생해도 그만한 대가가 안 돌아올때도 있거든요
만약 생계를 위해서 귀농을 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잘 알아보고 철저히 계획한 다음에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만약 블루베리 할거라면 블루베리 하는 사람들하고 유대관계도 좀 쌓아두고
확신 선 다음에 나와야지. 실패했을 때에 계획도 생각해놔야 하고요
감기로 칼칼해진 목을 진한 꿀물로 달래며
벌의 수고에 대해 생각했다
어렸을 적 벌에 쏘인 뒤로 벌은 내개 공포의 대새상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박태식 대표의 벌은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벌에 대한 농부의 애정이 나에게도 전달된 거겠지.
이제 달콤한 꿀을 먹을 때마다 박태식대표와 그의 벌들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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