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이 담긴 소리없는 소리
말을 참 잘하고 듣기 좋은 말이라도 혼이 없는 말이 있다.
얼이 들어 있지 않은 소리이어서 얼빠진 말이 된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전달의 기교를 부리며 사람들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듯한 말을 한다하더라도
듣고 돌아서면 결론이 무엇이었더라?
재미있고 시원시원하여 후련하기는 하였는데 무슨 내용의 말씀을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코메디 하는 것을 보면 웃기고 재미있다.
그러나 듣고 나서 돌아서면 무슨 내용을 들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전형적인 얼빠진 소리이다.
소리없는 소리(Soundless Sound)를 쓴 세계적인 영성가 윌리암 존스턴(William Johnston) 사제는 오
래동안 선수행과 침묵수련을 하여 무자 공안을 아는 분이다.
서양인이지만 동양의 선사상을 몸으로 느끼고 깨닫고 실천한 사람이다.
말이 없다. 말하지 않는다.
큰 사람 앞에 있으면 몸에서 나오는 말을 느낄 때가 있다.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말한다.
말하지 않으나 소리없는 소리를 느끼고 깨닫는다.
전형적인 얼이 담긴 소리없는 소리이다.
5년 전에 김조년교수와 이종희 선생이 인도하는 독서모임에 초대되어
일생에서 영향을 끼친 책을 소개하고 나의 삶의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
말을 마치자 김조년 교수께서 친필 붓글씨로 소리없는 소리를 써주셨다.
나는 받아와서 나의 움막 고영재에 걸어놓았다.
방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글씨 앞에 머무른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질문을 하고 어떤 분은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묻지 않는다.
질문을 받아도 나는 빙그레 웃고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