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오름은 익숙한 이름이 거의 없이 베트남이나 태국말처럼 낯설기까지 합니다. 탐라국이 지금 대한민국에 편입되어 있는 것은 너무 다행이지만 여기는 본토의 문화, 언어와는 많이 다른 무언가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탐라국의 역사를 보면 한반도에 존재했던 국가들과는 말도 안 통하였다 하니 마치 인디언들이 쓰던 용어 그대로 미국의 많은 지역명이 된 것처럼 분명 낯선 오름명들은 과거 탐라지역명들의 흔적일 것입니다.
굳이 오늘은 어디를 가야되겠다 할 것도 없이 제주도 동쪽은 어느 길로 빠져도 오름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거슨세미물 오름이었으나 지나가는 길에 모지악오름이 있어 거기부터 가보았는데요, 휴지기라는 안내판이 전혀 없어 희한한 경험을 다 해보았습니다.
희한한 경험이라함은 내비에도 도저히 잡히지 않는 산길들을 엄청 헤매고 다녔는데 그 풍경들이 하도 묘해서 마치 무언가에 홀렸다가 빠져나온 기분이었습니다. 조난이라도 당하면 우리는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까 잠시나마 상상하는 재미... 깊은 산 중에 용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너른 평지는 분명 인위적으로 밀어버린 듯 한데, 버려진 듯 꽤 넓고 길었던 그 길 위로 차를 몰고갔던 건 혹시 제가 처음 아닐까요?
그렇게 헤매는 길에 마주친 멋진 말들, 먹을 것이라도 줄까해서 다가오지만 아쉽게도 줄 게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한참을 마주보며 교감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헤매다가 겨우 찾은 오름입구에서야 보여지는 출입통제 안내문.
다시 차를 돌려나오며 리틀준이가 꼭 해보고 싶어했던 창 밖으로 몸빼보기도 한번 허락해주고, 달리다 잠깐 멈추면 예외없이 소리는 질러대지만 차가 달리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는 녀석입니다.
거슨세미물 오름은 둘레길이 잘 조성된 걸어다니기 참 좋은 곳입니다. 안돌오름과 밧돌오름과도 연결이 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3개의 오름을 한번에 답사할 수 있는 장소이지만 오늘은 동쪽 둘레길로 해서 서쪽 입구까지 대략 3km 정도 걸었습니다. 녀석들 오늘은 말도 잘 듣고 신명나게 걸어주어서 엄청 고마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의 무덤들이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조상들의 묘소 주변에 돌을 둘러쳐놓는 방식이 눈에 많이 뜁니다. 한 묘소 둘레담이 아이들 놀기 딱 좋아 무덤주인과 후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론 속으로 혼자서) 올라가게 합니다. 완이는 저의 도움 전혀 없이 알아서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돌아다니는데 리틀준이는 애써서 올려놓아도 그저 주저앉아 있기만 합니다. 돌담 위가 기울어지게 설계된 것이 겁나게 하는지...
같이 걷다보니 한 살 많은데도 이미 덩치에서 완이가 많이 밀립니다. 누가보면 완이의 맨발의 투혼으로 오해할법 하네요. 유난한 발의 민감성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요?
첫댓글 운동 부족한 저를 반성 시킵니다. 편식 심한 완이도 길쭉하네요. 사진으로 4 친구의 모습이 다 잡히니 정겹습니다. 대표님께 처음 듣는 오름 이름이 거의 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