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토지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농지다. 현재 국회 계류중인 농지법이 통과되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민도 사실상 무제한으로 농지 취득이 가능해진다. 2002년부터 슬금슬금 풀기 시작한 농지 소유 규제가 올 들어 확 풀리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신도시나 충청권의 새 수도 대안도시ㆍ기업도시ㆍ혁신도시 등은 농지시장을 요동치게 할 전망이다. 게다가 농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도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 농지나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처럼 농지 취득이 힘든 곳도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적고 개발 가능성이 큰 곳의 농지를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매입하라고 조언한다.
올해 농지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농지법 개정이다. 농림부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농지법 개정안이 다음달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하위법령을 개정해 7월 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농지법 개정안의 핵심은 도시민들도 농지를 매입한 뒤 이를 농업기반공사를 통해 전업농 등에게 5년 이상 임대하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도 크기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법이 바뀌어도 농지를 살 때 영농계획서를 내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하지만 이 절차가 대체로 형식적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도시민의 농지소유가 크게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현재는 질병ㆍ징집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대가 쉽지 않다. 도시민들이 주말ㆍ체험농장용으로 1000㎡(약 303평) 미만의 농지를 살 수 있지만 일정 기간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도시민의 농지취득이 사실상 자유로워지면서 농지가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떠오른 셈”이라며“임대계약 기간이라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팔 수 있어 투자수요가 진입할 여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농이나 상속 등을 통해 불가피하게 농지를 보유하게 된 도시민들도 농업기반공사를 통해 임대를 주면 소유상한(1ha)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 농사를 짓지 않아 처분 통지를 받은 경우 소유자가 농지를 다시 경작하거나 농업기반공사에 농지 매도를 위탁하면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가 3년 동안 유예된다.
현행 농지조성비는 앞으로 농지보전부담금으로 이름이 바뀌고, 부과 기준도 대체 농지 조성원가(㎡당 1만300∼2만1900원) 대신 공시지가를 적용한다. 이 경우 땅값이 싼 지방의 농지는 부담금이 종전보다 줄어들어 인기를 끌 전망이다.
풍부한 개발재료도 농지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새 수도 이전 위헌 결정 이후 침체됐던 충청권은 정부가 새 수도 이전 예정지였던 충남 연기ㆍ공주지역에 행정기능을 갖춘 다기능 복합도시를 건설하기로 하고, 올 연말부터 토지매입에 들어갈 예정이다.
충남 연기ㆍ공주는 이주자택지를 노린 낡은 주택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인근 지역은 보상 후 대토(代土) 수요가 몰릴 것에 대비한 농지 투자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충북 청원군 부동산코리아중개사무소 육도군 사장은 “새 수도 대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현지인 위주의 발 빠른 투자자들이 올 초부터 싼 농지를 선점하려고 움직이고 있다”며 “2월말께 대안이 확정발표되면 투자문의가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기업도시ㆍ혁신도시 건설도 농지시장을 움직일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기업도시의 경우 정부가 낙후지역을 우선해 올 3월 하순께 시범사업지를 2∼4곳을 선정할 계획이어서 주변 농지 투자가 늘 전망이다.
현재 강원도 춘천과 원주, 전남 무안과 해남ㆍ영암, 경남 진주와 창원 등 40개 지자체가 기업도시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수도권과 광역시 등은 가급적 배제될 전망이다.
파주ㆍ김포 등 올해 보상금이 풀릴 신도시 및 택지개발지구 인근 농지도 후광 효과를 얻으려는 수요와 대토를 받으려는 현지민까지 가세해 가격이 요동칠 것 같다.
철도ㆍ도로 신설도 주요 변수다. 올해 경부선 전철 화성 병점∼충남 천안(47.9km)노선이 오는 20일, 청량리∼덕소간 중앙선 복선전철도가 올해 말 개통된다. 도로의 경우 음성∼충주(45.4㎞), 서수원∼오산∼평택(38.5㎞), 영덕∼양재(22.9㎞) 등 총 3개 구간의 고속도로와 국도 3호선 광주∼이천 등 총 42개 구간 428㎞의 국도가 새로 착공된다.
또 그동안 용지보상에 머물렀던 전주∼광양, 목포∼광양, 주문진∼속초 고속도로는 올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며 진주∼통영 고속도로와 경부선 한남∼반포, 증약∼옥천, 언양∼부산 구간 확장사업은 연내에 마무리된다. 전국 106개 고속도로와 국도도 착공 및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주택시장 규제 완화 정책을 쓰고 있지만 세금이나 청약제도 등의 경우 오히려 문턱이 높아졌다는 점도 토지시장 중 대상이 넓은 농지 쪽으로 돈이 쏠리게 하는 요인이다.
농지는 특히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재산세율도 지난해 0.1%에서 올 하반기부터는 0.07%로 낮아져 세제 측면에서도 유리해졌다.
하지만 장밋빛 재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수도권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만기를 올 11월까지 1년 연장하고, 지난 13일부터는 비도시지역 중 농지의 토지거래허가 기준면적을 종전 1000㎡에서 500㎡(151.5평)로 축소해 매입절차가 까다로워졌다.
농지 규제는 풀어도 투기과열지구 내 기준은 강화해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다음달 시행을 목표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는 농지를 사려면 가족 모두가 인접 시군(구입하려는 땅으로부터 20㎞ 이내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대부분 묶여 있는 수도권의 농지는 농지법이 개정되어도 외지인은 여전히 매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같은 수도권이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경기도 가평ㆍ이천ㆍ여주ㆍ양평ㆍ연천 등지와 충청권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제외한 지방의 농지 몸값은 뛸 전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정부가 수도권 등 땅값 상승 가능성이 있는 곳은 올 11월 만기가 끝나도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계속 묶어둘 가능성이 커 개발예정지 중 아직 허가구역이 아닌 곳에 투자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재료가 많은 곳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도시의 경우 전남 해남ㆍ영암처럼 이미 투기세력이 몰린 곳보다 손을 덜 탄 곳이 좋다.
이런 곳은 땅값이 싸 비교적 단기에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고 몇 년후 땅이 수용된다 해도 그동안 개발재료로 공시지가가 올라 손해는 덜 볼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기업도시 투자는 도시가 생성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치고 빠지기식’ 단기 매매가 유리할 전망이다. 기업도시의 경우 규모가 제한돼 있어 초기에 바짝 올라도 개발이 끝나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충청권 투자는 시세를 제대로 파악한 뒤 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새 수도 이전 호재로 지난해 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위헌 결정 후에도 하락폭은 평균 20∼30% 선에 그치고 있다.
행정 및 다기능 복합도시가 들어온다 해도 수도이전만큼의 파괴력은 없기 때문에 이미 가격이 오를 데로 오른 곳도 적지 않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초보자의 경우 경지정리가 잘 되지 않은 비진흥지역내 농지를 추천한다. 3만㎡까지 건물 등을 지을 수 있어 개발재료가 적어도 활용도가 높다. 다만 진흥지역보다 가격이 비싸고, 전업농에 임대를 못 할 정도로 척박한 농지는 법이 바뀌어도 소유가 불가능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경지정리가 잘 된 진흥지역내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가주택과 농수산업관련 시설외 다른 용도로 전용이 안 돼 활용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가격이 싸 주변에 개발이 이뤄질 경우 시세차익이 커 농지를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LBA부동산경제연구소 김점수 소장은 “농지 규모가 작은 경우 경쟁력이 없어 순차적으로 진흥지역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며 “산악지역이 많고 개발압력이 큰 경기도 양평ㆍ가평군과 광주ㆍ용인시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진흥지역 밖의 농지 중 평균 경사율이 15도 이상이거나 집단화된 농지규모가 2ha 미만인 농지는 한계농지로 지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일반농지보다 인ㆍ허가 절차가 간편하고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농지조성비가 면제되는 장점이 있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한계농지가 될 만한 곳은 대부분 강원도 등 산간지역에 있어 전원주택ㆍ펜션부지나 관광ㆍ휴양시설 단지를 개발하려는 수요가 많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지의 가장 큰 단점은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시세차익이 생긴 곳이라 해도 팔리지 않아 애태우는 곳이 적지 않다.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2∼3년 이상 장기적 안목으로 매입해야 한다.
농지라 해도 최소 4m 이상의 도로는 끼고 있어야 한다. 겨우 사람이나 경운기가 드나들 정도로 도로가 좁으면 건축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
나중에 가격이 올랐을 경우를 대비해 2필지 이상 쪼개 팔 수 있는 농지가 좋다. 덩치가 너무 크면 가격 부담 때문에 팔기가 어렵다. 도로를 길게 접하고 있고, 모양이 반듯한 농지가 분할하기 적합하다.
가평ㆍ양평과 같은 상수원보호구역내 토지는 행위제한이 많아 관할 군청에서 지적도와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발급받아 미리 건축가능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현장 답사는 필수다. 주변에 혐오시설은 없는지, 향후 발전전망은 좋은지 등 파악해본다. 등기상 각종 권리관계도 직접 확인하고, 거래는 현지에 오래된 믿을 만한 중개업소를 통하는 게 좋다.
자료원:중앙일보 2005.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