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건은 많지만 찾는 사람이 적다. 요즘 경매시장 특징이다. 경기 침체로 물건이 늘어나지만 바로 그 경기 침체 때문에 찾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는 것.
결혼 10년째인 회사원 이모(37)씨는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한 덕택에 요즘 살 맛이 난단다. 법원 경매를 통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달 초 서울 도봉구 상계동 20평짜리 아파트를 감정가의 79%인 1억3500만원에 낙찰받았다. 아파트 시세가 1억7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3000만원 이상 싼 값으로 내 집을 장만한 셈이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 자금으로 내집 마련을 하기 위해 경매시장을 노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마침 경매시장에는 계절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물량이 늘고 있는 데다 우량 물건도 많아 싼 값에 의외로 좋은 주택을 살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셋값으로 내집 마련해 볼까?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분양가는 너무 비싸고…. 이참에 경매 통해 내집 마련해 봐?’
치솟는 전셋값과 신규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 영향에 따른 기존 집값 오름세에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가 올 가을 내집 마련에 나설 참이라면 법원 경매로 나온 주택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경매 주택 가운데는 괜찮은 물건이 적지 않은 데다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율도 안정세여서 시세보다 싼 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 실장은 “경기 불황 여파로 서울ㆍ수도권에선 전셋값 수준인 1억~3억원의 자금으로 낙찰할 수 있는 주거용 부동산 물건이 늘고 있다”며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나 전세입자라면 저가 매입의 기회가 많은 법원 경매시장을 노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집 마련과 시세 차익을 동시에 낚아보자
아파트와 연립ㆍ다세대,단독ㆍ다가구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 경매시장은 요즘 경기 불황 여파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잘만 하면 내집 마련과 시세 차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경매정보제공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전국에서 경매에 부쳐진 감정가 3억원 미만 주거용 부동산의 평균 낙찰가율은 평균 70~80%대로 안정세다. 아파트 80.28%, 연립ㆍ다세대 76.78%, 단독ㆍ다가구주택 71.75% 순으로 나타났다. 감정가 2억원짜리 아파트라면 1억6056만원에, 연립ㆍ다세대는 1억5356만원, 단독ㆍ다가구주택은 1억4350만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 불황 여파로 경매 물건이 증가해서다.
때마침 우량 물건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초 경기 불황과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경매에 넘어간 물건들이 1∼2차례 유찰되면서 최근 입찰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울ㆍ수도권의 경우 지난 7월 6322건이던 감정가 3억원 미만 주택 경매 물건이 지난달에는 6864건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응찰자 수는 감소세다. 지난 4월 평균 7.31 대 1에 달하던 서울ㆍ수도권 2억~3억원(감정가 기준) 아파트의 입찰 경쟁률은 6월(5.77대 1) 이후 내리 떨어지고 있다. 감정가 1억~2억원 수준의 연립ㆍ다세대ㆍ빌라의 입찰 경쟁률도 7월 6.54대 1에서 8월 5.44대 1로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저가 낙찰 사례도 잇따른다. 지난달 8일 입찰에 부쳐진 서울 양천구 신정동 힐탑이루미 아파트 32평형(감정가 2억7000만원)에는 3명이 경합해 1억95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9일 고양지원 4계에서 진행된 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강선마을 뉴서울아파트 17평형도 3명이 입찰에 나서 감정가(9500만원)의 69%인 6571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디지털태인 이영진 이사는 “경매시장의 거품이 걷힌 지금이야말로 실수요자들이 싼값에 좋은 물건을 손에 쥘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경매 초보자라면 아파트 노려볼 만
주택 상품 중에서도 아파트 경매는 단연 인기품목이다. 아파트는 환금성이 좋고 시세 파악이 쉽다. 권리분석도 간단해 초보자가 참여하기에 적당하다.
감정가가 1억~3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통상 낙찰가격이 감정가의 80~85% 안팎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과열 경쟁만 하지 않는다면 시세 차익을 보기 쉽다. 업계에선 아파트 경매를 통한 적정 수익률을 10%선으로 보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적어도 시세의 85% 수준에서 낙찰해야 한다. 취득ㆍ등록세 등 각종 비용으로 낙찰가의 5% 정도는 추가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지와 주변 환경이 좋은 인기 지역 아파트의 경우 최초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법원경매정보제공업체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입찰가를 써냈다가 오히려 손해 보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고가 낙찰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연립ㆍ다세대주택도 괜찮다
연립ㆍ다세대주택 등으로도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만큼 비교적 낮은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립ㆍ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져 경매에 나오면 통상 2회 정도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 한번 유찰될 때마다 가격이 20~30%씩 떨어지기 때문에 시세의 절반 가격에 낙찰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환금성이 떨어지고 임대로 돌릴 경우 세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자금을 넉넉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낙찰가율이 8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물건을 잡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특히 재개발ㆍ뉴타운 지역의 노후 주택은 경매시장에서 단연 인기를 끄는 종목이다. 대지지분이 큰 경매 물건은 낙찰받은 뒤 임대 사업을 벌일 수 있고 개발 이후에는 입주권도 얻을 수 있어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하지만 해당 주택이 향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지분인지에 대해서는 인근 중개업소 등을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
산하 강은현 실장은 “재개발ㆍ뉴타운 지역에 속한 노후 주택의 경우 건물이 낡아 감정가가 낮은 데다 보통 재개발 기간이 길어 자금 운용에도 유리하다”며 “하지만 해당 주택이 향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지분인지에 대해서는 인근 중개업소 및 해당 재개발조합을 통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매 정보 어디서 얻을까
잘 고르면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부동산 경매지만 막상 투자하려고 보면 어떤 물건이 좋은지 몰라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고민은 대법원 법원경매정보(www.courtauction.go.kr)와 중앙일보조인스랜드 홈페이지(www.joinsland.com), 법원경매전문업체의 경매 정보지 등을 통할 경우 쉽게 해결을 할 수 있다.
대법원 경매정보에는 경매 공고ㆍ알기 쉬운 경매ㆍ경매정보 검색 등 주요 검색창을 통해 관심 물건 조회ㆍ낙찰 결과ㆍ경매서식 다운받기 등 20여개 항목을 살펴볼 수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사이트에도 다양한 경매 정보가 담겨 있다. 경매 물건 샘플 보기와 추천 물건,경매 기일 및 결과,물건 검색,경매 통계 정보 등을 쉽게 얻을 수 있다.
경매전문업체인 지지옥션(www.ggi.co.kr)은 경매 정보지를 통해 경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별 경매물건의 진행 내용ㆍ임차 정보ㆍ등기 사항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런 점은 유의해야
경매투자 성공의 관건은 권리 분석이다. 권리 분석이란 경매 물건에 설정돼 있는 근저당권ㆍ지상권 등 물권과 가압류ㆍ압류 등 채권이 낙찰 후 소멸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절차다.
입찰 물건의 근저당 금액 정도와 세입자 관계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칫 드러나 있지 않은 채권자나 세입자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낙찰자가 법정소송을 해야 하는 등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 물건은 서류와 실제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아 권리분석 과정에서 현장 답사와 시세 조사가 필수다. 결국 다리품을 얼마나 파느냐에 따라 경매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자금 조달 계획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일반 매매와 달리 명도(집 비우기)비용ㆍ세입자 합의금 등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매 투자 체크 포인트
▶현장 답사는 필수다. 발품ㆍ손품을 아끼지 말라.
▶감정가와 시세를 꼼꼼하게 체크하라.
▶저당권ㆍ가압류ㆍ가등기 등 권리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라.
▶입찰 전 관리비 체납 여부를 확인한 뒤 낙찰가를 정하라.
▶추가 비용을 고려하다. 명도(집 비우기) 비용 등 예상치 못한 금액이 추가될 수 있다.
▶자금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입찰은 삼가라.
자료원:중앙일보 2006.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