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3.火. 이제 봄 가뭄은 당연한 것이 돼버린 배반의 날씨
05월23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4.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벨라거사입니다.
“공기 밥 하나 드릴까요?” 딸아이가 테네시 주州 멤피스에서 살 때 홈스테이 가족들과 한국식당에를 갔었다고 합니다. 한 줄에 만원씩 하는 김밥도 시키고, 까만 짜장면도 시키고, 팔팔 끓는 김치찌개도 시켰는데 서빙을 하던 한국인 아줌마가 식사도중에 딸아이에게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미국 남부도시에서 어쩌다 예기치 않게 들어본 ‘공기 밥 하나 드릴까요?’ 는 가슴속에 여러 가지 감회가 섞여들게 하는 묘한 울림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물론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에 가면 김치찌개집이나 설렁탕집이 부지기수로 많이 있지만 그곳은 그만큼 한국 사람이나 한국 여행자들도 많은 곳입니다. 나중에 살면서 지내고 보니 남부 테네시 주州 멤피스에도 상당한 수의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답니다. 흑인이나 중국 사람이나 베트남 사람들은 더 많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뉴멕시코 주州 도냐나 카운티의 라스 크루세스는 한국 사람이 아애 없는 곳이었습니다. 딸아이가 1년간 학교에 다니는 동안 상당히 규모가 컸던 공립 고등학교인데도 한국학생을 한 명도 보지 못했고, 한국 사람을 만나본 것은 딱 한 번으로 다른 주에 살면서 우연히 이웃집에 놀러오게 된 한국 아저씨였다고 했습니다. 라스 크루세스 소재 공립 고등학교에는 독일이나 대만과 중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교환학생 자격으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해마다 상당수가 있어서 번잡한 대도시보다 남부지역의 깡촌 같은 적요寂寥로움 덕택에 외국인 교환학생들과의 유대관계와 친밀한 사귐이 좋아 독일이나 대만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인 유학생이나 부모님들은 대부분 서부지역의 L.A나 동부지역의 대도시권을 선호해서 막상 현지에 가보면 너무도 많은 한국 학생과 한국적인 것 때문에 오히려 손해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전액 무료인 미국의 공립 고등학교는 외국인 학생은 1년 동안만 다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과정이 끝나면 외국인 교환학생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든지 계속해서 미국에서 학업을 원한다면 사립 고등학교로 옮겨야 합니다. 그래서 딸아이도 뉴멕시코 주州에서 고등학교1학년을 마치자 테네시 주州 멤피스 소재 사립 고등학교로 옮겼던 것입니다. 멤피스에서 고등학교 2,3학년을 마치고 대학은 뉴욕 주州에 있는 시러큐스 소재 시러큐스대학으로 진학을 했습니다. 그래서 딸아이에게는 지금도 라스 크루세스 친구, 멤피스 친구, 시러큐스 친구, 직장 친구 등 네 부류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제도 중에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民主主義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資本主義가, 혼인제도로는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가 현재까지는 가장 발전된 형태로 또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남아있다고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치적인 면에서 민주주의는 전제주의와, 경제적인 입장에서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와 서로 상대되는 개념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들이 역사 속에서 부침浮沈해온 여러 가지 제도나 사상들을 비교하고 검토한다면 어떤 제도나 어떤 주의가 그나마 더 나았는지 파악할 수는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민주주의民主主義나 자본주의資本主義는 ~~주의主義라고 표현되어있는데 비해 혼인제도인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는 일부일처주의一夫一妻主義라고 하지 않은 것을 본다면 아직 ~~主義라고 할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도란 규범이나 사회구조의 체계를 뜻하고, 주의란 개인이나 집단이 평소에 지니고 생활하는 일정한 신념 체계, 또는 체계화된 이론이나 학설을 뜻합니다. 더 간단하게 말한다면 제도制度란 사회를 지지하는 구조의 틀이고, 주의主義란 ‘내가 최고’ 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하면 ‘민주가 최고’ 이고 자본주의하면 ‘자본이 최고’ 라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일부일처주의一夫一妻主義라는 용어는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일부일처 최고’ 라는 말은 아직 없는 듯합니다. 이렇게 다소 긴 배경설명이 필요한 것은 자유 결혼이나 이혼과 재혼, 그리고 일부일처제 등을 통해서 미국의 가정문화를 이해하려면 유교적 사고방식인 한국 사람으로서는 몇 가지 문제들을 넘어서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뉴멕시코 홈스테이 엄마도 몇 차례의 이혼과 재혼을 통해 지금은 혼자 살고 있어서 딸아이에게 홈스테이 엄마는 계시지만 홈스테이 아빠는 안계셨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2,3학년을 다녔던 테네시 주州 멤피스의 홈스테이가정은 결혼한 지 40여년이 되는 동안 세 자녀를 잘 키우고 경제적·정서적 안정을 누리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잘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멤피스에서 졸업 축하파티가 열린 날 참가한 분들의 면면을 보면 2,30대 자녀를 둔 60대 전후의 행복한 노부부들이라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중산층을 잘 들여다보면 오히려 2,000년대 유교국가의 가정들보다 더 건강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뉴멕시코 홈스테이 엄마의 첫째 동생인 양파농장 대표를 시내에서 만나 진짜 멕시칸 요리를 먹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양파농장 본사 사무소와 농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이곳 도냐나 카운티의 토질이 양파생산에 적합한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양파농장에서 양파들이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양파농장과 개인 목장을 구경하고 다니는 것만 해도 거의 하루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텍사스 주 시골 목장으로 사흘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 뵙고 돌아오니 일주일이 어느새 훌렁 지나가버렸습니다. 자, 이제는 뉴멕시코 주州 여행을 마치고 테네시 주州 멤피스로 떠나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출발하는 날 아침, 홈스테이 엄마는 우리가 선물로 드렸던 목걸이와 팔찌를 하고 그 색깔과 분위기에 맞추어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주일 전 엘패소 공항에 도착했던 날처럼 텍사스 스타일의 우람한 차를 타고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엘패소 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뉴멕시코 홈스테이 엄마와 두 팔로 깊숙이 서로를 껴안으면서 언젠가는 또 만나게 될 거라는 약속을 하고서 공항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게 벌써 5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도 텍사스 목장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노환으로 병원에는 다니지만 잘 계신다는 안부를 딸아이를 통해 이따금씩 듣고는 있습니다. 멤피스까지 한 네 시간가량 걸렸나, 아니면 어딘가 다른 중간 기착지에 한 번 들렸다가 멤피스 공항에 도착을 했나, 기억이 좀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엘패소 공항도 국제공항이 아니고 멤피스공항도 국제공항이 아니라 어딘가에 한 번쯤 경유를 해서 갔을 것 같습니다. 비행기 창밖으로 저 아래 세상의 땅이 보이는데 아마 이 부근에는 어제쯤 비가 많이 왔었나봅니다. 구불구불 흘러가는 저 강江은 미주리 주에서 아칸소 주를 따라 미시시피 주까지 흘러 내려가는 미시시피 강江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구불구불 흘러가는 강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강물이 까만 검정색에 흙탕물인 누른색이 물감처럼 섞여있었습니다. 아마 어제 비가 내리지 않아 누른 흙탕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새까만 검정색 물만 보였을 듯했습니다. 나중에 멤피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도심을 관통하는 미시시피 강의 지류를 보았는데 강물이 까맣게 죽은 색이어서 아마 저기에서는 3급수에서도 살아남은 붕어나 메기도 살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130여 년 전에 발표를 했던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핀의 모험’에 등장하는 톰소여나 허크가 천방지축 뛰놀고, 풍덩 뛰어 들어가 수영을 하고, 뗏목을 타고 강위로 몇날며칠 돌아다녔던 그 미시시피 강은 아닌 듯 했습니다. 만약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살아 돌아온다면 통곡을 할 일이겠지만 미국의 강江들이, 아니 세상의 강과 바다의 현실이 보는 대로 그렇습니다. 공업화를 통한 발전發展과 자연의 황폐화荒廢化 사이에는 까만 검정색으로 대변되는 오염汚染만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곳에는 톰소여나 허크는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