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트레킹] 30. 상주 경천섬 강바람길
푸른 물빛 강물 위 걸으며 황금빛 수놓은 금계국 장관 만끽
5월의 싱그러움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며칠 전(23일), 포항을 출발하여 상주 나들이에 나섰다. 1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상주가 이제는 먼 곳이 아니다. 영천-상주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훨씬 시간을 단축할 수
가 있어 그리 힘들이지 않고 상주까지 갈 수 있다.
전망대에서 찍은 경천섬과 상주보에서 부터 경천교까지의 파노라마 사진.
청룡사와 비봉산 사이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천섬과 건너편 도남서원 등이 한눈에 들어 온다.
낙동강 1300리 중 가장 빼어난 풍광으로 ‘낙동강 제1경’으로 불리는 ‘경천대(擎天臺)’를 비롯해 ‘삼백(三白:
백미·누에고치·곶감)의 고장’ 상주에 볼거리가 많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트레
킹이나 자전거 라이딩 등 알려진 명소가 한둘이 아니다.
경천섬 표지석.
3.경천섬공원 주차장에서 바라 본 범월교 모습.
이번 트레킹의 대상지를 ‘상주 경천섬 강바람길’로 잡아 11시경에 도착한 경천섬 공원주차장에 차들이 제법
있다. 주말이라 가족나들이 나온 탐방객들이 그새 모여든 모양이다. 공원주차장 맞은편 언덕에 위치한 ‘도남
서원(道南書院)’이 400여년 역사를 간직한 채 넉넉한 낙동강을 품으며 ‘조선의 유학전통은 영남에 있다’는
자부심으로 탄생하여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이언적, 이황, 노수신, 류성룡, 정경세, 이준’ 등 9현(賢)의 위패
를 모시고 ‘영남 으뜸서원 중 하나’임을 자랑하고 있다.
경천섬 탐방로 종합안내도가 범월교 입구에 세워져있다.
’경천섬‘은 낙동강의 자연스런 흐름에 따라 쌓인 모래밭이 4대강 정비사업으로 20만㎡(6만여 평)규모의 섬으로
만들어져 풍부한 수량과 함께 섬을 둘러싼 낙동강 양안(兩岸)의 자연풍경을 즐길 수 있고 봄에는 유채꽃 등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생태공원으로 관광 명소가 된 곳이다.
경천섬 공원안에 만개한 금계국 노란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
섬에는 나비모양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고 소나무와 벤치, 너른 잔디밭 등으로 사색과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 탐방객들에게 각광 받고 있다고 한다.
범월교 아치형 교각아래로 탐방객들이 걷고있다.
공원주차장을 출발하여 경천섬을 잇는 ‘달빛 아래 뱃놀이를 즐긴다’는 ‘범월교(泛月橋)’ 멋진 아치형 다리를
건너 찾아간 경천섬은 초록잔디밭에다 노란 ‘금계국’이 만개하여 녹색과 황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파란 하늘과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가 그려지고 있다. 섬 한가운데 나비산책로에는 가족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따사로운 5월
의 햇살 아래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고 군데군데 키 큰 소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한가롭게 휴일을 만끽하는
웃음소리가 코로나 역병에 시달리는 고달픈 일상을 달래주는 듯 우리를 자연 속으로 이끌고 있다.
경천섬에서 회상나루관광지로 가는 낙강교 현수교의 수려한 모습.
보도(步道) 현수교인 낙강교를 건너는 탐방객 모습.
낙강교 다리아래로 달리는 관광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경천섬 한 바퀴를 돌아 회상나루 쪽으로 가는 보도(步道) 현수교인 ‘낙강교(洛江橋)’ 다리를 건넌다. 전장 375m
의 낙강교에서 보는 상주보와 낙동강 너른 강폭을 따라 유람하는 유람선과 거센 물보라를 만들며 쾌속으로 달
리는 관광보트가 보기만 해도 가슴이 훤히 뚫리는 상쾌함을 만든다.
낙강교를 건너서 만나는 낙동강문학관과 학(鶴)전망대가 정면에 보인다.
다리 너머에 있는 회상나루관광지에는 낙동강 문학관과 객주촌, 주막촌 등 한옥으로 지어진 수려한 건물들이
탐방객을 맞고 있고 높은 산벼랑에 보이는 ‘학(鶴)전망대’가 하늘을 날아갈 듯 비상의 몸짓으로 낙동강을 내려
다본다.
비봉산 정상에서 본 낙강교의 멋진 모습과 눈아래 보이는 청룡사 모습.
비봉산 정상 노송 사이로 보이는 경천섬과 낙동강 너른 물줄기가 운치가 있다.
학전망대에서 보는 일몰 경관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해질 녘 잊을 수 없는 감동의 물결과 낙강교, 범월교의
야간경관 조명이 펼치는 파노라마를 상상하며 비봉산 아래 산허리에 있는 청룡사를 찾아 나선다.
아쉽게도 산행안내판이 보이지 않아 문화관광해설사에게 길을 물으니 친절하게도 산행로 초입까지 손수 안
내해준다. 고맙기 그지없다. 오늘 트래킹의 코스로 청룡사와 비봉산을 들러 수상탐방로를 타고 다시 경천섬을
건너오는 것으로 예정했기에 들머리를 잘 찾아야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문화해설사가 안내해준 청룡사 오르는 숲길에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졌다.
짙은 숲 속 길을 들어서니 초여름 더위가 조금은 가시고 시원한 숲길이 이어진다. 청룡사까지는 20여분 가파
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경사진 산길을 오르니 임도가 나온다. 비봉산 정상이 1㎞ 남았고 청룡사는 400m 앞
에 있다는 표지판이 반갑다. 그리 먼 길이 아니지만 급경사를 오르느라 힘이 든다. 임도를 따라 청룡사에 들러
낙동강과 경천섬을 한눈에 보고 극락전에 들려 부처님께 삼배 드리고 돌아 나온다. 경천섬에서 보면 벼랑 위
에 아찔하게 세워진 절집이지만 아늑하고 낙동강 풍광과 함께 멋스러운 운치가 있는 사찰이다. 감로수 한 바
가지에 목을 축이고 비봉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청룡사와 비봉산 사이 바위 벼랑 위에 전망대가 있어 상주보에서 경천교까지 초승달모양의 낙동강 파노라
마를 사진에 담으며 즐긴다. 왼쪽 상주보에서 시작하는 긴 수상탐방로가 물 위에 떠 있고 마름모꼴 경천섬
생태공원이 눈 아래 펼쳐지며 경천섬 강바람길 B코스가 회상나루관광지에서 경천교까지 뻗어 있다. 강 건
너 도남서원과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상주자전거박물관 등이 가지런히 펼쳐져 있고 낙강교와 범월교가
경천섬을 이어준다.
낙동강 벼랑위 비봉산 정상에 놓인 정상석 모습.
전망대를 떠나 임도 따라가다 비봉산 정상 50m 표지판에서 숲 속을 오르니 벼랑위에 ‘비봉산(飛鳳山·230m)’
정상 표지석이 산객을 반긴다. 정상에서 맞는 시원한 5월의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낙동강을 떠다니는 유람선
모습이 여유로워 보이고 ‘날개를 펴고 비상(飛翔)하는 한 마리 봉황(鳳凰)의 형상’이라 비봉산으로 불러 지고
있다는 표지석 설명에 고개를 끄덕여 본다.
전국 각지에 같은 이름의 산들이 많아 그리 새롭지는 않지만 낙동강을 굽어보며 나르는 봉황의 깊은 뜻이
담긴 듯 늘어진 노송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허기를 채우며 한시름 명상에 잠
기며 상주를 음미해본다. 경상감영이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고 경주와 함께 ‘경상도(慶尙道)’의 이름을 상징
하는 상주가 큰 고장이었음은 역사를 더듬으면 알 수 있다. ‘낙동강(洛東江)’이 상주의 동쪽으로 흐른다 하여
상주 옛 이름 ‘상락(上洛)’에서 유래되었다는 스토리가 생각난다.
상주보 쪽에서 회상나루로 오는 수상탐방로 위에서 탐방객들이 손을 흔들며 반가워 한다.
정상에서의 힐링을 뒤로 한 채 수상탐방로를 걷기 위해 임도를 따라 상주보 쪽으로 내려선다. 몇 해 전 상주
시산악연맹이 주최하는 ‘상주MRF걷기대회’에 참석하여 이 길을 걸은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수상탐방로가 만
들어지지 않아 시작점을 찾을 수 없어 엉뚱한 길로 한참을 헤매다 수상탐방로로 가는 길을 찾았다. 급경사
데크 계단을 내려서니 바로 아래가 시작점이다. 낙동강물위로 도보길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재미나고 이색적
인 즐거움을 주는 ’경천섬수상탐방로‘는 길이가 975m로 국내에서 가장 긴 수상로드다.
낙동강 천혜의 자연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수상탐방로를 걸어 회상나루관광지까지 간다. ‘경천섬 강바람길’
A코스가 상주보에서 회상나루까지 이어지고 다시 낙강교를 건너 경천섬을 가로질러 범월교를 건너면 오늘의
트레킹이 끝난다.
수상탐방로에 있는 학(鶴)포토존이 이채롭다.
수상탐방로 주변에는 ‘학(鶴)포토존’과 ‘느린우체통’, ‘인공폭포’ 등이 있고 선착장 부근에 띄워놓은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재미난 캐릭터의 형상물이 탐방객을 웃게 한다.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이 일대를 지루한 줄
모르고 다닐 수 있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등이 있는 이곳 ‘경천섬 강바람길’트레킹이 주마간산으로 끝
나는 게 아쉽다. 또 한 가지 아쉬움은 ‘상주MRF이야기길’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산행안내 표지판 등산객을
위한 배려도 필요할 것 같다.
M(Mountain : 산), R(River : 강), F(Field : 들), 정말 멋진 힐링코스가 아닌가. ‘산과 강 그리고 들’ 자연을
노래하는 이 이름이 오래도록 ‘힐링 앤 트레킹’속에 남기를 소망하며 친절한 안내를 해준 심평상 해설사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면서 범월교를 지나 공원주차장으로 회귀했다. 경천섬 아름다운 금계국 꽃잎과 낙동강
푸른 물빛을 뒤로 한 채 아쉬운 발길을 돌리며 ‘힐링 앤 트레킹’ 서른 번째 ‘걸어서 자연 속으로’의 이야기를
끝맺음 한다.
글·사진=김유복 경북산악연맹 前 회장 l 승인 2021.05.28 l 13면
저작권자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