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척 슈왑(Charles Chuck Schwab)은 1970년 대 초반 ‘투자자들에게 미국에서 가장 유익하고 윤리적인 중개 서비스를 제공 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을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금융 서비스 분야는 전문가와 엘리트 중심의 산업이었다. 슈왑은 대부분의 금융 회사들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과 투자할 자금이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 계좌를 직접 관리하고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돈으로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슈왑은 좋은 일을 하면서 이익도 챙길 수 있기를 원했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을 닮은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슈왑은 다른 금융 회사들과는 다르게 월마트(Wal-Mart)나 홈 데포(Home Depot), 갭(Gap)처럼 고객의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번창한 회사들을 모델로 삼았다. 당시의 고압적인 금융사 직원들과 복잡한 금융 서비스에 지쳐있던 사람들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찰스 슈왑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늘어나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조직은 커지고 직원 수도 빠르게 늘어났다. 1991년 직원 수는 3,000명에 육박했고 회사는 초기에 비해 복잡해졌다. 창업자인 슈왑은 더 이상 모든 직원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었고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을 직원들에게 전달하는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1984년 입사해 1988년 찰스 슈왑의 공동 최고경영자가 된 데이비드 포트럭(David S. Pottruck)은 찰스 슈왑이 믿고 지향하는 가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포트럭이 슈왑에게 핵심 가치를 문서화할 것을 제안했을 때, 슈왑은 조금 놀란 모습으로 이렇게 말했다. “왜 그걸 적어야 하지? 누구나 알고 있는 걸 말이야.” 이에 대해 포트럭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당신과 대화하는 사람은 다 알고 있죠. 하지만 당신을 만나본 적이 없는, 수백 명의 신규 사원들은 달라요. 우리 조직은 이제 너무 커졌습니다. 사람들이 당신과 회사를 다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예요.”
슈왑은 가치와 문화가 기업의 중심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포트럭의 제안을 따랐다. 그는 지난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창업 초기부터 실천해 온 가치들을 종이 위에 적었다. 슈왑이 정리한 가치는, “공정함, 상대방에 대한 공감, 팀워크, 신속한 대응, 그리고 고객의 신뢰에 부응하려는 부단한 노력”이었다. 이렇게 작성된 가치는 그 후 몇 년 동안 글자 하나 바뀌지 않았고 슈왑과 포트럭의 노력으로 모든 직원들은 그 내용을 숙지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회사는 계속 성장했다.
1994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0% 이상의 직원들이 회사의 방향, 고위 관리자들에 대한 신뢰, 그리고 자신의 발전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중요 요소에 대해 우려 또는 무관심을 표명했다. 당시 직원 수는 5,000명을 넘어선 상태였고 해마다 신규로 채용되는 직원들의 비율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조사 결과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찰스 슈왑의 경영진은 설문 결과에 대해 토론하면서, 회사의 규모가 커가는 것에 맞춰 효과적으로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음을 절감했다.
슈왑과 포트럭은 회사의 이념과 가치를 모든 직원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새겨 놓는 일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1991년에 했던 것처럼 단순히 종이에 옮겨 적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문서화한다고 해서 그것이 직원들의 가슴 속으로 그대로 전달될 리 없었다. 뭔가 해결책이 필요했다. 중요한 것은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직원들의 헌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직원들을 참여시켜야 하고 직원들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했다. 결국 이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10개월이라는 시간과 80명의 간부 사원, 그리고 수백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됐다. 모든 주요 간부들에게 의견 개진의 기회가 주어졌고, 회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신입사원들이 회사의 전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 자료도 만들었다. 이와 함께 회사의 설립 목적과 장기 목표도 재검토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95년 8월 찰스 슈왑의 목적과 가치가 완성되었고 80명의 고위 간부들은 전원 문서에 서명을 했다.
회사의 설립 목적은 기존 것에 비해 단어 세 개를 바꾼 것에 불과했다. ‘투자자’를 ‘고객’으로 ‘중개업’을 ‘금융 서비스’로, 그리고 ‘미국’을 ‘세계’로 바꿨다. 찰스 슈왑이 믿고 지향하는 가치들은 약간의 수정이 있었을 뿐 거의 변경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