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되기위해 남몰래 흘린 나의 눈물, 나의 사랑”현영은 인터뷰 도중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데뷔한 후 2년 동안 오락 프로그램의 패널과 드라마의 단역을 전전하던 그녀가 최근 인기 연예 프로그램 MBC <
섹션TV 연예통신>의 MC에 이어 SBS <
불량가족>의 주연급 배역을 맡은 데서 오는 감동 때문이었다.
“<섹션TV 연예통신>의 MC를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실감이 안 났어요. 늘 연예 프로그램에 잠깐이라도 얼굴이 나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젠 제가 그 프로그램의 안방마님이라니 기분이 좋다 못해 얼얼했죠. 게다가 드라마에서 중요한 배역까지 맡으니까 더 떨려요. 무대에서 인사를 하는데 입술이 덜덜 떨려서 꼭 깨물고 사진을 찍었죠. 요즘은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려고 해요….”
안티를 극복한 건 솔직함 덕분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최근 낸 음반 <누나의 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다, 늘 최종목표라고 밝혔던 영화 쪽에서도 주연급 제의가 들어왔다. 신인에게는 파격적이라 할 만한 2억5000만원의 개런티를 지급한다고 하니, 요즘 그녀는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갈 만큼 황홀하다. 안티가 가장 많은 연예인 1위로 뽑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자고 일어나니 인기가 폭발했다.
“예전엔 쇼 프로그램에 나가면 남자 출연자들이 저를 많이 구박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함부로 그러질 못해요. 한때 인터넷을 평정했던 현영 안티들이 이제 거의 사라졌거든요.(웃음) 제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도 자주 확인해보는데, 최근 제 안티 카페가 여덟 개에서 두 개로 줄었더라고요. 대단한 발전 아닌가요?”
현영은 연기에 대한 진지한 열정을 보여주기 전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먼저 얼굴을 알렸다. 워낙 솔직하고 재치가 넘쳐서 많은 웃음을 자아냈지만 비음 섞인 목소리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다. 과한 애교로 ‘오버’한다는 비판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전적으로 비염을 물려받은 터라, 언니와 엄마도 현영과 목소리가 비슷한 것. 어릴 때만 해도 자기 목소리가 표준인 줄 알았던 현영은 사회에 나와서 ‘여우 같다’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하도 듣다 보니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생겼다. 하지만 연기를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고 자신한다. 대학 때 소극장 무대에 서면서 배운 발성법으로 대사를 하면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현영이 안티가 많았던 또 다른 이유는 특유의 푼수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워낙 내숭 없이 명랑한 모습을 보이다 보니 ‘여자
노홍철’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백치미’라는 별명이 붙은 건 조금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고, 독서를 안 하는 날이 없을 정도인데 방송에서 생긴 편견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최근 <섹션TV 연예통신>의 MC를 맡으면서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한껏 끌어올렸지만 ‘어휘력이 부족하니 독서를 하는 게 좋겠다’는 평을 들은 것도 그녀에겐 부담으로 다가왔다.
“다 절 위해서 해주시는 말씀이란 걸 알고 있어요. ‘책과 신문을 가까이하는 게 좋겠다’는 기사를 본 이후 틈나는 대로 신문을 읽고 있죠. 특히 사설과 낱말 맞히기가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팬들의 날카로운 지적 덕분인지 최근엔 신기한 버릇마저 생겼다. 이른바 ‘음주 독서’로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도 책을 읽다 잠이 드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너무 바쁘다 보니 책 읽을 시간이 여의치 않은 탓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 것 같다고. 집중은 잘 되는데 다음날 깨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전혀 생각이 안 난다며 웃는다. 안티의 발언조차 나름의 재치로 수긍하는 모습이 씩씩하다.
현영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S자 몸매’. 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타고난 골격이 좋기도 하지만 진짜 몸매 관리 비결은 바로 운동이다. 태어날 때부터 운동화를 신고 뛰어나왔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다는 그녀는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체육대회 때마다 응원단장과 높이뛰기 선수, 이어달리기 마지막 주자를 도맡았다. 대학 때도 전공인 환경보건학과 전혀 관계없는 에어로빅을 더 열심히 했다. 친구들이 환경기사 자격증을 딸 때 에어로빅 강사 자격증을 땄다는 그녀는 요즘 최고의 건강 미인으로 꼽히고 있다.
연예인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완벽한 S자 몸매보다 더 매력적인 그녀의 장점은 바로 솔직함이다. 그녀는 최근 한 토크쇼에서 성형 사실을 밝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남자친구가 좋아할 것 같아서 코를 살짝 높였다”는 고백에 MC가 “코만 고쳤지 다른 데는 고친 데 없잖아요?”라며 파장을 무마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뇨, 전체적으로 조금씩 고쳤는데요”라고 솔직하게 대답한 것.
섹시함과 솔직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그녀는 연예계 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여걸식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혜영은 “남자 출연자들이 모두 현영을 소개해달라고 하는 통에 귀찮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 토크쇼에서는 현영과 이효리 중에서 연예계 인기 1위를 가린 적도 있다. 특유의 솔직함으로 그녀에게 대시한 운동선수부터 연예인까지 (물론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다) 밝히기 시작하자, 내숭 없기로 유명한 이효리도 두 손 들고 졌다고 외쳤을 정도.
그러다 보니 최근엔 댄스그룹 코요테의 멤버 김종민과의 열애설이 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촬영 후 가진 회식 자리를 빼고는 단둘이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강력하게 부인한다. 싱가포르에서 둘이 밀회를 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는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줄 알았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인기가 오른 덕분에 열애설도 터지는 게 아니겠냐며 여유롭게 웃는다.
“사실 열애설 기사가 터진 뒤 쑥스러워서 김종민씨하고는 제대로 말도 못해요. 다른 게스트분이 절 좋아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도 어찌나 어색한지 녹화할 때 빼고는 한 마디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함께 웃고 있다가도 스태프가 ‘테이프 갈겠습니다’라고 하면 스튜디오 안이 갑자기 적막해질 정도예요.”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달리 이성 앞에서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현영. 그래서 좋아하는 남자가 생겨도 말 한 마디 못하고 끙끙댈 때가 많다. 최근 고백했듯이 예능 프로그램 <쇼! 파워 비디오>에서 신동엽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그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제대로 고백 한 번 못 해봤다고.
“한번은 꼭 고백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음날 촬영 일정이 빡빡한데도 불구하고 3차까지 쫓아갔어요. 스태프가 40명이 넘다 보니 신동엽씨 옆에 앉으려면 용기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술을 좀 과하게 마셨는데 그 다음은 기억이 나질 않아요. 나중에
김용만씨에게 들으니 제가 거기서 신동엽씨에게 큰 소리로 고백을 했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술에 취한 그녀가 신동엽에게 가서 “오빠는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는 것.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고백하는 바람에 좌중의 웃음만 샀다고. 신동엽처럼 자상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바로 그녀의 이상형이다.
그녀의 마지막 연애는 3년 전으로, 본격적으로 방송활동을 하기 직전이었다. 8개월간 사귀다가 성격 차이로 헤어졌는데 그 이후 아직까지 솔로다. 한 번 사귀게 되면 그 사람에게 올인하는 성격이라 남자를 만나는 데 신중해지더라고.
“모델로 일하던 시절에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남자친구가 그리워서 무작정 공항으로 향한 적도 있어요. 공항으로 마중 나오라는 문자를 보낸 뒤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장장 12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으며 십자수를 놓아서, 공항에 나온 남자친구에게 선물했어요.”
만약 다시 연애를 하게 되면 결혼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지금 소망으로는 2년 후쯤 웨딩마치를 울리고 싶다. 그날이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이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현영. 말투는 영락없는 아줌마라는 소릴 듣지만 마음은 아직도 소녀다.
연기 열심히 하면서 봉사활동하고 싶어현영과 노홍철이 비교되는 이유는 쇼 프로그램의 ‘패널’로 자신을 어필했기 때문. 재치 있는 입담과 ‘독특한 정신세계’로 사랑받은 그들은 연예계에 들어오자마자 물 만난 고기처럼 유유하게 자리를 찾아간 듯 보인다. 하지만 현영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꼬박 10년을 노력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머니가 저보다 더 열성적이셨어요. 원래 언니가 더 예뻐서 연예인을 시키고 싶어 하셨는데 워낙 성격이 내성적이라 포기했죠. 그 다음엔 활달하기 그지없는 저를 미스코리아 지역 예선대회에 출전시키셨어요. 미스 경기와 미스 인천을 뽑는 대회에 나갔는데 두 번 다 떨어졌죠.(웃음) 그때 전 포기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새로운 원서를 들고 오시는 거예요. 그게 슈퍼엘리트 모델 원서였어요.”
1997년 슈퍼엘리트 모델 선발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아버지 몰래 도시락과 돗자리를 챙겨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올라온 현영. 3차 심사까지 통과하자 너무 좋아서 모녀가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그 후 패션모델로 활동하던 그녀는 연기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로로 갔다. 소극장에서 1년 동안 연기를 배우고 있던 그녀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03년 관심을 끌었던 인상적인 라면 CF의 주인공이었다. 럭셔리한 휴대폰 CF를 패러디한 것으로 섹시하면서도 코믹한 내용의 CF였다. 덕분에 방송일이 잦아졌지만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처음에는 교양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했는데 빛을 못 봤어요. 불러주는 데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 지금 생각해도 너무 힘든 시기였어요. 그런데 예능으로 넘어오니까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지는 거예요. 갑자기 여기저기서 불러주시고 정신이 없어졌죠.”
모델로 시작한 데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다 보니 정작 가장 하고 싶었던 연기에 입문하는 게 늦어졌다. 게다가 비중 있는 정극 연기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셈. <불량가족>에서 그녀가 맡은 하부경은 최고의 엘리트이자 차가운 성격의 캐릭터로 이제까지 맡았던 카메오식 출연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와는 워낙 다른 역할이라서 정준호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선배는 ‘배우가 갑자기 변하면 신뢰감이 없어서 배역에 몰입이 안 된다’고 하면서 현영의 모습을 가진 부경이를 연기하라고 했어요. 약간은 푼수기가 있는 엘리트,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한없이 진지한 하부경 역을 연기하면서도 목소리 때문에 NG가 난 적은 없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앞으로
장희빈과 같이 사극 속 강렬한 주인공을 연기하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SBS 드라마 <패션 70’S>에 출연할 때
이재규 PD께서 ‘지금 이 순간은 한 번 가면 다신 안와. 기회는 한 번뿐이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후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더욱 열심히 연예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이제 꿈에도 그리던 연기자가 되었으니, 앞으로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제가 가진 걸 나누고 싶어요.
정애리 선배님이 쓴 <사람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를 읽고 무척 감명받았거든요.”
10년 동안 꿈꾸어오던 연기활동에 집중하게 되니 이제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 최근 이 꿈을 조금이나마 이룰 수 있는 계기를 스스로 마련했다. 서산 고성초등학교에 1억원어치의 책을 기증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고성초등학교에 다니는 문소연양의 글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책 읽는 걸 즐기는 문양을 돕기 위해 고민하다가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5000만원어치의 전자책을 기증하기로 결심했죠. 기쁘게도 전자책 제작업체에서 나머지 몫을 분담하겠다고 선뜻 나서 함께 1억원 상당의 책을 기증했어요.”
MBC 시트콤 <
프란체스카3>에서 현영과 호흡을 맞춘 최규환은 한 인터뷰에서 현영을 보면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는 ‘
성선설’을 믿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출처 : 우먼센스
박미혜 기자()/사진=
권오경, 조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