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예프에서 열린 우크라이나-EU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국영화한 기업을 돌려준다는 조건하에 돈바스의 경제 봉쇄를 해제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새 형식의 회담을 제안하면서 경제봉쇄의 조건까지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다.
전임 포로셴코 대통령은 대러 강경노선을 취하면서 돈바스와 크림반도에 대해 에너지와 통신, 교통, 상품교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재를 가했다. 또 돈바스 지역을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주민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은 보류하는 등 직접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제재로 특히 어려움을 겪던 크림반도가 러시아 본토와 직접 연결되는 '크림대교' 의 준공으로 물류 운송에 숨통이 트이면서 우크라이나의 경제봉쇄는 이미 약발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돈바스 지역은 인도적인 조치를 명분으로 러시아로부터 다양한 경제지원을 받아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포로셴코 전대통령과의 결선 투표를 앞두고 돈바스 지역의 수복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필요하면 푸틴 대통령과의 담판을 벌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의 이번 회담 제안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전혀 새로운 형식의 회담 제안인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이후 분리·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두 공화국의 분리주의 세력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무장 진압에 대항해 독립 투쟁을 계속하고 있으며, 양측의 무력 충돌로 지금까지 1만3천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