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농>
원제 : Manon
1949년 프랑스 영화
감독 : 앙리 조르주 클루조
출연 : 세실 오브리, 미셀 오클레어, 세르주 레지아니
<정부 마농>은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인 ‘금사자상’에 빛나는 프랑스 고전입니다. 애초에 이 이야기의 원작은 18세기에 쓰여진 프랑스 소설 『마농 레스코』에서 따온 것인데 마농 레스코라는 이름의 욕망덩어리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 욕망 등을 다룬 작품입니다. 이 원작은 푸치니의 오페라를 통하여서도 유명해졌을 만큼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정부 마농>은 『마농 레스코』를 ‘현대판(영화 개봉 당시인 40년대의 이야기)'으로 각색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원작의 이야기의 무대와 시대를 다르게 각색했지만 기본적으로 돈과 사랑 모두를 쫓는 마농 레스코라는 여인의 욕망과 사치, 그리고 파멸 등을 다룬 점에서는 원작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로벨과 마농. 게릴라로 활동하던 로벨은 독일군을 상대로 술집 영업을 했던 혐의로 붙잡힌 마농과 사랑에 빠지는데…
영화는 유태인들을 태워주는 밀항선에 몰래 잠입하였다가 발각된 수배자인 로벨과 그의 연인 마농 레스코가 선장에게 들려주는 '회상'을 바탕으로 전개가 됩니다.
2차대전 기간 레지스탕스 요원으로 게릴라 활동을 하던 로벨은 독일군을 상대로 술집을 영업하다가 붙잡힌 마농 레스코라는 젊은 처녀를 구해주게 됩니다. 마농의 매력에 빠진 로벨은 그녀와 결혼하여 함께 살게 되지만 점차 사치스럽고 방탕한 마농의 실체를 알게 됩니다. 마농은 돈이 떨어지면 매춘을 해서 그녀의 사치스런 욕망을 충당하는데 이런 마농에게 실망하면서도 로벨은 그녀의 매력을 떨치지 못하고 계속 그녀에게 사로잡힙니다.
어느 날 마농은 돈 많은 미군 장교를 알게 되고 그와 위장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이런 마농의 태도가 암거래상인인 마농의 오빠 레옹의 꼬임 때문이라고 생각한 로벨은 홧김에 레옹을 살해합니다. 로벨은 쫓기게 되고 마농은 결국 로벨을 따라 함께도망치게 됩니다. 사랑과 부를 모두 얻으려는 마농이지만 진심으로 로벨을 사랑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이렇듯 파란만장한 사랑의 굴곡을 넘나들던 두 사람에게 비극적 종말의 시간이 다가오고…
전쟁이 끝난 후 파리에 온 로벨과 마농.
행복한 앞날을 꿈꾸지만 사치스런 마농을 감당하기에는 로벨은 너무 평범하고 가난한 청년이었다.
점점 사치와 허영이 커가는 마농
마농의 실체를 알게 되지만 끝끝내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는 로벨
이 영화는 50년대에 국내에 개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중파나 케이블방송을 통해서 좀체로 만나기 어렵던 '전설'같이 남았던 작품입니다. 그러다가 2009년 충무로 영화제를 통해서 소개가 되었고, 최근에 DVD가 출시되어 비로소 '베일'을 벗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원작이니만큼 무성영화시절부터 여러 차례 영화화 되었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정부 마농은 1949년 프랑스에서 만든 작품으로 프랑스의 히치콕이라고 부를 만한 앙리 조르주 클루조가 연출했습니다. 영화 내용 자체가 비도덕적인 여인을 다루고 있고 외설적인 경향이 있으므로 40년대 당시의 표현의 한계에서 제대로 다루기는 쉽지 않은 소재이기도 했습니다.
마농 레스코 역의 세실 오브리라는 배우는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는데 굉장히 앳된 외모이면서 꽤 앙증맞은 분위기로 마치 미국영화 <페이톤 플레이스>에서의 테리 무어를 연상케 합니다. 하지만 이후 그다지 두드러진 활동을 하지 못한 배우입니다.
원작이 유명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신성일과 남정임 주연으로 정진우 감독이 연출한 60년대 번안 영화도 있었습니다. 욕망과 허영으로 가득 찬 여자로 인하여 덧없는 사랑에 희생되는 젊은 남자의 비극적 이야기이기도 한데, 이런 유형의 영화들로는 원미경과 마흥식이 주연한 <반노>를 비롯하여 <베티블루 37.2>나 <물위의 하룻밤> 같은 작품들이 연상됩니다.
로벨과 마농의 마지막 행복한 순간이 된 에덴의 동산 같은 낙원에서의 시간.
원작과 마찬가지로 '사막'이 이들의 마지막 배경이 된다.
사치스러운 한 여인의 욕망에 끌려다닌 불행한 남자의 이야기, 하지만 뜨겁고 불같은 사랑을 했던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 <정부 마농>은 프랑스 영화 특유의 허무함이 물씬했던 작품으로 희소성 높은 고전의 출시작으로 반가움을 갖게 했던 영화입니다.
ps1 : 전설처럼 회자되던 영화를 비로소 보게 될 때 느끼는 기쁨, 고전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갖는 특권입니다.
ps2 : 여자 하나 잘못 만나서 인생 종치는 남자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입니다.
[출처] 정부 마농(Manon 49년) 마농 레스코의 욕망과 사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