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을 걸을 때 하나도 안 빠지던 몸무게가
집에 돌아와 손주 이틀 보고 났더니 빠진다.ㅎㅎㅎㅎ
다음 주에는 시골에 내려가야 하기에 급하게 나머지를 정리하고 갈려한다.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하고...
◆ 3 일차(울진읍~부구삼거리) : 23.3km
오늘은 울진읍을 출발해서 죽변항을 지나 부구삼거리까지 걸을 계획이다.
아침에 창 밖을 보니 비가 심상치 않게 내린다.
갈 수 있을까?
기상 예보를 주시하면서 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려본다.
갈 길은 먼데....
10시경에 숙소를 출발해서 울진읍 용추골순대국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식당을 나오는데 비가 점점 더 심해진다.
가까운 다이소에서 우산을 하나 구입했다.
중국산이다.
나중에 보니 새것 샀는데 우산대에 녹이 보인다.ㅎㅎ
울진읍을 빠져 나오는 데 도저히 걸어갈 상황이 아니다.
할 수 없이 어느 다리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해본다.
하늘의 구름은 깜깜하고 장대비로 길에는 도랑물이 철철 넘쳐 흐른다.
그래도 예보에는 12시부터는 조금 줄어든다니 기대를 해본다.
지나가는 차량이 혹시라도 서서 "타고 가실래요?"하고 물어 보면 안될까?하는 희망적인 상상을 해본다.
이런 상황을 겪은 후에 나는 앞으로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볼 때면 반드시 차를 세우고
"타고 가실래요?"하고 물어볼 것이다.ㅎㅎㅎㅎ
홍 회장 왈 "그런 걷는 사람들에게 염장을 지르는 일"이라고 하지 말란다.ㅎㅎㅎ
12시가 되니 정말 비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
용기를 내어서 다시 걷는다.
바람이 부니 우산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멀리 죽변항이 보인다.
비가 오지만 길가의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어있다.
아직 만개한 상황은 아니지만 걷는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잠간 쉬는 시간에 해파랑길을 걷는 남자 세 분을 봤다.
지금껏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우리를 앞지르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는데....ㅎㅎ
죽변항의 해파랑길 27코스 스템프 찍는 곳에서 사단이 났다.
내가 지도를 잘 못 보는 바람에 스템프 찍는 곳을 600미터나 지나쳐 왔다.
그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떤 해파랑길을 걷는 여성분이 지나가면서 알려준다.ㅎㅎ
그 여성분은 발이 아프다고 쓰래빠(?)를 신고 걷고 있었다.
아까 스템프 있는 곳의 버스 정류장에서 마치 정신나간(?) 여자처럼 보여서 그냥 지나쳤었는데
거기에 있었나 보다.ㅎ
결국 나는 짐을 맡아 지키고 홍 회장만 다시 돌아갔다 왔다.
1.2km를 더 걸은 셈이다.ㅎ
힘들 때는 적은 거리가 아닌데...ㅎㅎㅎ
그 이후로 쓰래빠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왔다.
잘 걷고 있을까? 아니면 죽변에서 그만 두었을까?
죽변 이후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으니 아마도...ㅎ
홍 회장을 기다리며 죽변항의 갈매기들을 담아 봤다.
울진 부구에 위치한 한울원자력발전소이다.
울진 원자력발전소가 부구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ㅎ
문 대가리가 아직도 썽썽한 원자력발전소를 말도 안되는 환경을 이유로 정지시켜버렸다.
부구 시내를 들어가 보니 썰렁한 거리의 풍경이 원자력발전소의 정지로 인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는지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오늘 목적지인 부구에 도착해서 만세를 불러 본다.ㅎㅎ
그 험난한 빗 속을 뚫고 잘 걸어 왔다.
여기 부구가 울진의 가장 북쪽 끝이고 여기서 조금 올라간 고포라는 곳이
내일 걷게될 강원도와 접경지역이다.
부구 어느 백반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세 번째 밤을 지낸다.
울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울진 구간 내내 비가 왔던 점을 제외하면
관동팔경 중에 월송정과 망양정의 멋진 경관이 있었고,
성류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등 좋은 추억이 남았던 곳이다.
3차 도전 때 후포항에서의 대게 맛은 아마도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ㅎㅎ
울진이 대도시와의 접근이 어려워 발전이 더디기는 하지만
순박한 사람들의 마음과
청정지역의 바다를 생각하면 언제라도 다시 오고 싶어지는 곳이긴 하다.
다음에 이곳을 지날 기회가 된다면 후포, 월송정, 망양정 정도는 다시 들러 보고 싶다.
--- To Be Continued ---
첫댓글 스탬프는 꼭 찍어야 하는가벼 ?
날이 안 좋은데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금강산 보일 시간이 그리 멀지 않았네요 !
금강산까지 통과시켜 줄란지 모르것네유.ㅎㅎ